[인터뷰]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

   
▲ 이정환 편집국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한국 언론의 문제 파고들어 구조적 해법 모색하고 싶었다”
“바른 기사를 쓰는 언론사, 많이 나타나야 한다”
신문사, 조직 바꾸고 혁신하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콘텐츠 만들어야
기자, 스스로 얼마나 성장하고자 노력하는지 중요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기레기’.

사실확인 없이 무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자, 영양가 없고 선정적인 기사를 쓰는 자. 우리는 그런 사람을 일명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고 부른다. 가십성 짙고 쓸모없는 인터넷 기사의 댓글에는 어김없이 “기레기”라는 쓴소리가 남는다. 더불어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낸 언론은 여기에 불을 지폈다.

전통 신문이나 방송이 저물고 디지털 매체가 뜨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매체는 클릭 수를 높여 광고를 받아 이익을 내는 트래픽 장사를 하고 있다. 이는 마땅한 수익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에서 정도를 걷는 언론사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드뉴스, 인터랙티브뉴스 등을 만들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의 길을 찾는 윤리성 회복과 콘텐츠 개발이라는 것. 

많은 이들이 “이제는 언론이 변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마침 이 길목에 서서 갈팡질팡하는 기자에게 손을 내민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미디어오늘>에 연재된 20부작 기획 연재 ‘저널리즘의 미래’ 시리즈 기사를 토대로 살을 덧붙이고 보완한 것이다. 이 책은 추락하고 있는 저널리즘을 곧추세우고 방향 잃고 질주하는 저널리즘에 제동을 건다.

기자 역시 이 문제에 공감하면서 책을 치열하게 읽었다. 만약 추천사를 썼다면 “언론 종사자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라고 남겼을지도 모르겠다.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으므로.

종이신문의 불투명한 미래에 침묵하지 않고 일침을 가하는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43). 그는 기자 생활한 지 18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그는 거짓 뉴스, 질낮은 뉴스가 판치는 길 위에서 참된 나침반을 제공한다.  

기자는 이 편집국장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앞날을 물었다. 그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회초리를 맞은 듯 서늘한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 이정환 편집국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Q. <저널리즘의 미래>를 출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전문지다. 우리는 보통 MBC 파업이나 어디 매체에 기사가 빠진 것 등을 다루는데 좀 더 구조적인 생각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신문사들은 정치권력을 비판해도 자본 권력은 비판하지 않는, 그러한 결탁이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다. 비겁한 타협이 오래 이어졌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거나 진실을 말하지 않아 불신을 가중시켰다. 또 언론사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거나 노력을 해도 정작 변화를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우리는 한국 언론에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사람들이 왜 신문을 보지 않는지, 언론의 신뢰도는 왜 떨어지는지 등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구조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싶었다. 물론, 답이 안 나오는 문제를 파고들었으므로 고민을 끌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보기로 했다. 아울러 기자들에게 성취감을 만들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하기 위한 동기부여 차원에서 기획하게 됐다.

◆ 한국 언론, 스스로 개혁하기 쉽지 않아

Q. 한국 언론이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개혁할 수 있을까.

: 한국 언론 스스로 이 문제를 개혁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언론사 내 관리자급은 신문사의 생존 모델을 고민하겠지만 여전히 많은 신문사가 관행대로 뉴스를 만든다. 그들은 많은 이들이 잘 보지 않는 종이신문을 위해 낡은 관행, 비효율적 시스템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기자들 대부분은 이미 구문이 되거나 변별력이 없는 기사를 써내고 있다. 다시 말해 몇 시간만 지나도 사라져버리는 기사들을 종이신문에 채워 넣고 있는 것이다.

깨어있는 기자도 있지만 (일부 기자들은) 그 시스템 안에서 묶여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자가 문제를 알고 있어도 한 사람이 조직의 관행을 쉽게 바꾸지는 못한다. 그래도 깨어있는 기자들의 고민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주류 언론의 바깥쪽에서 새로운 대안언론의 실험이 나타날 것 같다. 그런 실험 속에서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대형 주류 언론사들이 몰락하는 속도가 빨라질 듯하다. 그러나 거대 언론사들이 한동안은 남을 것 같다. 여전히 기업광고시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Q. 언론사의 기업 광고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 요즘은 기업의 광고보다 후원이나 협찬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광고를 안 주고 돈을 찔러주면서 적당히 언론과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협찬이나 후원 명목으로 돈을 주는 음습한 거래가 많다. 이에 현재 주류 언론의 신뢰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생산성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주류 언론사들은 당분간 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매체의 기자들도 직장인으로서 회사의 우산 아래에서 버틸 수 있겠지만 그런 식의 생존모델은 기자를 망치는 것일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도 뛰어난 기자가 있지만 그 시스템에서 안주하는 기자도 있다.

국민이 오후 9시가 되기 전에 뉴스를 다 알게 되는 시대다. 일부 큰 언론사들은 이미 쏟아져나온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안을 취재하려고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뉴스를 위해) 수많은 인력과 자원들이 꼭 필요한 시스템이긴 하지만 주류 언론사들이 생존에 위기를 맞을 것이다. 노동개혁 관련 이슈만 봐도 주류 언론의 장난이 얼마나 심한가. 여기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주류 언론이 생존을 위해 타협하는 지점에서 뉴미디어나 신생 매체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 넘치는 온라인 속 기사, 좋은 기사 없는 게 문제

Q. 언론계의 문제로 어뷰징 기사, 기사 베끼기, 보도자료 맹신, 출입처 중심화 등 다양한 부분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 온라인 속 기사가 너무 많지만 정작 좋은 기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기사가 너무 많아 좋은 기사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는 온라인 저널리즘으로 옮겨오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진 구조적인 문제다. 

오늘 내는 기사는 어제 쓴 기사, 한달 전 기사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만약 노동개혁 관련 기사가 나오면 온갖 다양한 기사를 꾸준히 읽고 기사의 맥락을 봐야 한다. 또한 관련 기사를 충분히 읽어야 하는데 많은 기자가 관행적으로 독자들이 어제 기사를 읽었으리라 생각하고 기사를 쏟아낸다. 하지만 온라인의 많은 기사는 분절되거나 파편화돼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이 기사를 읽지 않고 곧이어 뉴스와 멀어지게 된다. 이에 언론사는 독자의 눈길을 잡고자 더욱 연성화된 기사가 쏟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SBS가 카드뉴스 형식의 <스브스뉴스>를 만들었다. 다른 언론사 역시도 ‘카드뉴스’를 내놓고 있다. 언론이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꼭 읽어야 한다면서 독자들이 붙잡아서라도 필요한 얘기를 전달해야 하려는데 안 돼서 (카드뉴스와 같은) 쉬운 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카드뉴스를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뉴스가 갈수록 연성화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온라인 저널리즘으로 오면서 클릭 수, 페이지뷰 단위로 광고 값이 매겨진다. 결국 독자가 기사를 많이 본다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 수익이 된다. 다시 말해 “얼마나 많이 보느냐가”가 기사의 성과지표로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말 좋은 기사는 몇백 명밖에 안 읽고 걸그룹의 뒤태와 같은 기사는 몇십만 명이 읽게 되지 않나. 그 결과 기사가 잘 읽히는 기사, 눈길을 끄는 기사, 가십성 뉴스를 쓰게 되고 정작 언론이 해야 할 의제설정, 환경감시, 정치‧경제권력의 감시에 대해 자기 검열을 하면서 기사를 쓰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인터넷에 어뷰징 기사가 올라오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본다. 그런데 이런 기사가 많아지니까 앞서 쓴 기사는 점점 밀리는 것이다. 그러면 기자는 제목만 바꿔서 기사를 또 올리고 이런 점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네이버는 어뷰징 기사를 심하게 쓰는 언론사를 퇴출시켰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뷰징을 가장 심하게 하는 곳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다. 네이버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건드리지 못하니까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보면 포털사이트라는 게 정치적인 리스크(위험)가 있고 독과점 사업자이기 때문에 정치와 정보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Q. 그렇다면 포털과 거대 언론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네이버는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같은 거대 신문과 타협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들 언론사의 어뷰징 기사 작성을 묵인하면서 그들이 네이버를 비판하지 않도록 하는, 암묵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 정치권은 네이버나 다음을 흔들어서 정치적 편향성, 자기들 우호적인 방향으로 편향성을 유도하고자 한다. 또 그런 시스템 속에서 언론사는 어뷰징을 남발하며 쓰레기 트래픽을 늘려 푼돈을 벌어들이려고 한다. 그런데 어뷰징 기사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큰 언론사 홈페이지에 그런 기사를 주 관심사로 두지 않지 않나. 말그대로 쓰레기 트래픽 경쟁인 것이다.

어찌 보면 어뷰징이 굉장히 문제이긴 한데 어뷰징이 한국 언론을 망친다고까지 생각하고 싶진 않다. 언론이 너무 지저분하다고 해서 (정부가) 전두환 때처럼 언론 정화를 시키고 쓰레기 언론을 퇴출시킬 수는 없다. 설령 일부 언론사가 그런 쓰레기 기사를 쓴다고 해도 그 자체가 언론이기 때문에 규제할 수 없다.

원래 대중은 선정적이거나 가십성, 섹스 관련 주제를 좋아하니까 그 자체가 자연스럽기는 한 것이다. 그런 것이 언론을 망치는 게 아니다. 이는 사회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주제다. 문제는 (선정적인 기사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내부적이고 자율적인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실시간 검색어를 전면에 내걸고 장사를 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Q. 실시간 인기검색어가 언론에 주는 폐단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 예를 들면 포털의 실시간 인기검색어가 “가수 설현의 뒤태”를 계속 실시간 리스트 업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보게 한다. 실시간 인기검색어는 언론사가 쓰레기 기사를 만들게 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포털사이트가 이런 기사를 인기검색어를 통해 보게 하기보다 필요한 사람이 찾아보게끔 해야 한다.

외국은 지배적인 포털사이트가 없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터넷 사용자 3500만 명 중에서 2500만 명이 웹의 첫 화면이 ‘네이버’로 돼 있다. 이는 결국 여론의 편향성을 가져오게 한다. 그래서 네이버는 정치적 공방을 벗어나고자 연합뉴스 기사를 많이 쓴다. 기계적인 중립을 하는 것인데 이런 점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비판을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문제가 드러났을 때 무색무취의 연합뉴스 기사로 해당 이슈를 뭉그러뜨리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방식이) 중립이지만 공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중립이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때는 이슈를 드러내지 않는 것 자체가 굉장히 편향적인 것일 수 있다.

   
▲ 이정환 편집국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Q.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 ‘받아쓰기 언론’의 민낯을 다시 한번 목도했다. 이처럼 받아쓰기 언론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 반성을 해보자면, 당시 언론은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라는 집단 오보를 냈다. 속보가 터져 나온 상황에서 필연적인 오보였을 것이다. 현장에 있지도 않아 전원구조 발표를 받아쓸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더 큰 구조적인 문제는 대부분 언론사의 관행적인 취재 방식이다. 발표 저널리즘, 보도자료에 기반을 둔 취재 말이다.

여전히 한국 언론이 어떤 정부 부처에서 나오는 발표저널리즘 중심으로 운영된다. 또 경제지 기자들이 기업 홍보실에 출입하면서 그곳에서 기사를 쓰고 취재하는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런 이유로 받아쓰기 언론의 문제는 오래된 취재 관행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계속 될 것 같다. 받아쓰기 언론이 신뢰를 떨어트리고 생존 위기를 가속하는 것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언론사들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기형적인 한국언론 시스템에서 조금은 생존하겠지만 받아쓰기 언론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면 그것 자체가 기자들에게나 신문사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상당수 언론사의 현장은 의미가 없는 취재 환경이다. 왜냐하면 출입처를 비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출입처에 가면 100명, 200명씩 기자들이 앉아서 똑같은 기사를 쓰고 있다. 이를테면 종합지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뭔가가 나오면 그때 그때 써야 하고 이를 버리고 나가서 다른 걸 취재하면 소위 ‘물을 먹게’되므로 출입처를 벗어나지 못한다. 통신사 기사를 이용해 기본적인 사실을 처리하고 부가적인 것으로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취재해야 하는데 그런 관행이 바뀌기가 쉽지 않다.

◆ 모든 보도는 탐사보도가 돼야 한다

Q. 어떤 의제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나 화제를 따라가기 급급하고 탐사보도를 지양하는 현 언론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은 탐사보도라는 게 뉴스타파가 ‘탐사저널리즘센터’라고 포장을 잘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보도가 탐사보도다. 모든 보도는 탐사보도가 돼야 한다. 우리가 콘텐츠 판매자라면 가치 있는 상품, 변별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특히 <미디어오늘>처럼 작은 언론사들은 늘 이런 고민을 한다. <투데이신문>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우리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전략을 잡아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우리 매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그것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언론에서 탐사보도가 사라지는 이유는 투입 인력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출입처 중심주의의 문제점도 있겠지만 말이다. 언론사가 출입처를 지키려는 이유는 광고다. 또 기자를 붙박이로 앉혀둬야 자리가 유지되며 동시에 정보를 고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언론사는 출입처 제도만 잘 운용해도 어느 정도 생존이 유지돼 신문사가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생존 활로를 (따로) 찾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신문사들이 살아남으려면 지금이라도 조직을 바꾸고 혁신하면서 진짜 팔릴 만한 콘텐츠, 사회적 의미가 있는 콘텐츠,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변화를 해야 할 것이다.

탐사보도는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어떤 걸 탐사보도 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예를 들면 청년 실업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집중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청년실업 얘기를 하면서 그 얘기를 제대로 들어보려는 신문사가 있었나. 쪽방촌 노인들을 만나 기사를 쓰는 기자가 있나. 한국 언론에 현장이 사라져버린 지 굉장히 오래됐다.

Q. 그뿐만 아니라 신문사들이 수익 창출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이기도 한데.

: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바른 기사를 쓰는 언론사들이 나타나야 한다. 여전히 쉽지 않은 건 신문사들의 수익모델이다. 신문사들의 주 수익은 구독과 광고밖에 없다. 그래서 종이신문의 구독은 갈수록 의미 없는 상황이 되고 인터넷 기사의 광고는 기업 혹은 비뇨기과, 성형외과와 같은 것들이다. 온라인 광고는 어찌 보면 광고주와의 직접적인 결탁이 없다. 언론이 비뇨기과를 홍보하는 기사를 쓰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 자체가 트래픽과의 결탁을 불러온다. 중요한 기사보다 트래픽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를 쓰게 하는 언론사 내부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그게 아니면 유일하게 후원이나 유료 콘텐츠 모델이 있을 텐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료콘텐츠 모델은 외국에서조차 쉽지 않다. 하루에 독자가 10만 명 들어온다고 가정할 때 기사를 유료콘텐츠로 묶으면 20명밖에 안 보게 될 수 있다. 즉, 좋은 기사를 만들어서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데 좋은 기사를 20명밖에 못 보게 만들어버리면 나머지 콘텐츠는 부실해지지 않나. 심하게는 매체 자체가 죽어버리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앞서 말한 모델을 적용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언론사들이 기업 광고를 받기 시작하는 순간, 어떤 점에서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업 광고를 포기해서 다른 명확한 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도 타협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단계가 아닐까 싶다.

   
▲ 이정환 편집국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Q. 많은 이들이 기사를 인터넷으로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종이신문 역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 않나.

: 나는 여전히 종이신문이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오늘> 기자들은 아침마다 종이 신문을 많이 본다. 7~8개 신문을 꾸준히 보는데 종이신문을 보면 수많은 신문의 제목, 위치, 기사 비중이나 사진과 연결된 맥락 등 부가적인 정보가 나타난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기사의 변별력 없이 기사 경중이 없이 늘어져 있다. 정말 좋은 기사들이 시간적 흐름에 따라 뒤로 밀려나서 사라지는 것이다.

좋은 기사들은 2~3주 뒤에도 읽혀야 하지만 정작 그 기사를 만드는 기자들도 검색이 안 되거나 뒤로 밀려나서 볼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어떻게 보면 링크 저널리즘, 온라인저널리즘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그걸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점점 지하철에서 뉴스를 보고, 지하철에서 내리면 뉴스를 보지 않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온라인 저널리즘이 갖고 있는 뉴스 소비 형태의 변화일 텐데 뉴스 산업 종사자라면 그 부분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Q. 그렇다면 종이신문의 매력은 무엇일까.

: 종이신문을 보는 정기구독자가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볼 수 있는 부가적인 가치가 있다. 아무리 전자북이 늘어나도 종이책이 팔리는 것처럼, 오프라인에서 보는 책은 정서적인 만족감과 활자화된 부가적인 가치가 있다. 그런 면에서 신문사에게 기회는 있다. 다만 철저하게 콘텐츠를 차별화하고 디지털 혁신이나 달라진 콘텐츠 환경에 맞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들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중요한 이슈, 어제의 기사를 어떻게 하면 다시 읽히게 하고 전달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 언론사, 허가제 아닌 등록제… 정부가 허가할 수 있는 건 아냐

Q. 지난 8월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인터넷 신문 등록요건에 대해 ‘취재 인력 3명 이상을 포함해 취재 및 편집 인력 5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사이비 언론’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군소 언론사 죽이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언론사는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다. 집회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언론은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허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누구나 언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부에 등록하는 것은 언론사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한 제도다. (문화부에)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문이 아닐 수는 없다. (해당 시행령은) 기형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5명 미만이라 언론에 포함될 수 없다고 한다면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하듯 법외신문, 불법신문이 되는 건가. 불법 신문이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나. 이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본다. 일부 군소 인터넷 신문 중에 지저분한 신문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원래 언론은 지저분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걸그룹 뒤태”를 얘기한 것처럼 그것 역시도 언론 표현의 자유 영역이다. 정부가 나서서 언론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 영역이기 때문이다. 군소 인터넷 신문들이 돈을 뜯는데 그걸 법으로 규제할 방법이 있나. 구글과 달리 네이버는 제휴를 맺은 언론사만 검색되게 한다. 검색은 포털의 의무이고 정체성이다. 그런데 제휴를 맺은 언론사만 검색해준다는 것, 문제 있는 언론사는 제휴를 안 해서 검색을 안 한다는 점도 웃긴 것이다.

만약 특정 언론사가 기사를 이용해 광고를 뜯어낸다면 광고를 안 줘야 하고 언론사가 부당한 협박을 한다면 법적으로 명예훼손 처리를 하면 되지 않나. 그게 싫다고 인터넷 신문 퇴출시키거나 검색에서 안 걸리게 하는 점은 퇴행적인 논쟁인 것 같다.

Q. 기자는 업무상 과로로 숨지는 경우 많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기자에게는 가장 큰 적이 아닐까 싶다.

: 기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기자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거나 스스로 경쟁에서 포기하고 도태된 기자가 아닐까 싶다. 기자로 살아남으려면 스트레스를 즐겨야 할 것 같다. 나는 항상 쫓기는 느낌이 더 좋은 것 같다(웃음).

편집국장이 기사 데스킹을 잘 보고 좋은 기사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와 못지않게 회사 생존을 담보할 만한 과제를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흰머리 희끗희끗할 때까지 살아남으려면 <미디어오늘>에서 성과를 내고 탄탄한 기반을 다져놔야 하지 않겠나. 그런 것들이 사실 엄청난 스트레스다. 자다가도 벌떡 깰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Q. 책을 통해 언론인 재교육 필요성도 역설했는데, 예를 들면 어떤 부분에 대한 재교육이 절실하다고 보시는지.

: 경쟁력을 잃은 기자들에게 교육을 몇 번 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기자들 스스로 계속해서 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끔 후배에게 이런 비유를 한다. “바닷가에 서면 수평선이 보인다. 그런데 막상 헤엄쳐서 가면 더 멀리 더 넓게 보인다”고 말이다. 

기자가 스스로 얼마나 성장하고자 노력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후배들에게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많이 하라고 얘기한다. 때로는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 않나. 예를 들면 사회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으면 그 책을 읽어라. 기자들은 현장에서도 많이 배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책과 공부 그리고 현장이다. 아울러 그런 가이드를 잡아주는 훌륭한 선배가 있는 게 중요할 것 같다.

50세가 넘은 기자 중에서 언론사에서 잘려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 신문사에서 차장, 국장을 하고 물러나면 40대 중반이 되고 이후에 논설위원을 하게 된다. (그 나이에) 논설위원실에 앉아서 칼럼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40대가 넘으면 현장에 가기가 쉽지 않다. 그 사람들은 자회사 연구소에 가서 있거나 잘리지 않으니까 좋긴 하지만 기자로서 수명이 끝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취재현장에 못 나가고 후배들 기사봐주고 회사 안에 머물러있지 않나. (나이 든) 기자들에게 현장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요즘 많은 언론사가 “디지털 혁신”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데스크의 보수성, 자본의 어려움, 전문성 부족 등으로 실천이 힘든 상황인데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독자들이 뉴스에서 떠나고 있다. 독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카드뉴스 등 많은 시도를 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것은 단순히 카드뉴스를 만드는 게 아니다. 근본적으로 ‘콘텐츠 혁신’을 해야 한다. 메이저 주류 언론의 경우, 출입처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부터가 중요한 혁신일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 혁신의 핵심 중 하나는 ‘맥락 저널리즘’이다. 단순 팩트는 이미 생산되는 순간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즉, 중요한 팩트를 어떻게 가공하고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기사가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그런 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기에서 디지털 혁신에 고민이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에버그린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계속해서 읽힐 기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만한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닷컴에서 <유용원의 군사세계>라는 코너가 있는데, 이 코너가 조선닷컴의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는 말이 있다. 밀덕(밀리터리 덕후)라는 사람들이 와서 탱크얘기를 하며 노는 것이다. 물론 이 코너가 조선닷컴의 핵심 전략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은 이 매체의 탄탄한 기반이 되는 것이다.

꼭 이런 것을 만들자는 의미가 아니다.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갖고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한테만 있는 독특한 서비스와 ‘여기에 와서는 무엇을 볼 수 있구나’하는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에버그린 콘텐츠나 맥락저널리즘이다. 철저하게 언론사만의 ‘킬러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말씀처럼 책에서도 어떤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세세하게 전달하는 ‘맥락 저널리즘’도 중요하다고 나와있는데.

: ‘사실’ 그 자체만이 아니라 ‘맥락’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를 묶어서 아래에 두는 것은 독자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노동개혁을 주제로 한 기사를 30개를 묶는다고 할 때 독자들이 그것을 일일이 열어보는 경우는 드물다.

독자들은 언론사 사이트에 들어와서 대충 눈길을 끄는 섹시한 제목을 보고 클릭해서 보고난 뒤 창을 확 닫고 나가버리지 않나. 독자들의 언론사 사이트 1회 방문당 페이지뷰는 평균 2.5건 정도라고 한다. 그 말인즉슨 한번 들어와서 2건을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2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SBS의 딜레마는 <스브스뉴스>가 잘 나간다고 해도 그것이 메인 SBS뉴스를 구원하지는 못한다는 것 아닌가. 독자들은 갈수록 뉴스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제 콘텐츠를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읽지 않는 시대, 많은 언론사 기자들은 이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 이정환 편집국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 흰머리 희끗희끗 날리며 일하는 기자 없어 고민

Q. 우리나라 언론 현장에 흰머리 휘날리며 현장 뛰는 기자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 언론사들은 선후배 구조가 ‘피라미드식’이다. 게다가 선배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고 위계구조가 강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후배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선배는 버틸 수가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자가 게을러지는 것이다. 나가서 뛰어다니면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흰머리 휘날리면서 현장 뛰는 기자가 되려면 식견이 깊거나 부지런하거나 해야 하는데 본인으로서는 그게 힘겨운 것이다.

강력한 명령 위계구조에서는 선배가 존경받는 것은 실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유지돼야 하는 점에서 언론사 기자를 한다는 건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또한 차장, 부장, 국장…. 이런 방식으로 좁아지다보니 지휘나 명령체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것이 언론사의 변화를 가로막는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이 곧 언론사 인력 손실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기자생활 7~8년차가 되는 때가 가장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언론사는 그런 기자들의 동력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10년이 넘어가면서부터 차장을 달거나 그때부터 취재하지 않는 관리 인력으로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 자체가 무척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불행한 일이라고 본다.

Q. 언론사 기자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

: 나도 연차가 높지 않은데…. (웃음). 내가 2~3년차 기자로 돌아간다면 그때는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을 것 같다.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말이다. 그리고 더 열정적으로 일했을 것 같다. 기자라는 직업이 얼마나 좋은가.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얘기를 듣고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않나. 그러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얻고 말이다. 좀 들이댔으면 훌륭한 기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이 마이너 언론사의 기자라는 이유로 취재할 때 조심스럽고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진짜 훌륭한 후배 기자를 보면 거리낌없이 치고 들어간다. 전화로 하기 보다는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는 훈련을 많이 해봤으면 한다. 돌이켜보니 그런 후회가 들더라.

Q. 우리나라 기자의 미래는 어떠하리라고 보시나.

: 현실적으로 50세, 60세 넘어서까지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많지 않다. 보통 50세가 넘어가면 관리직을 하거나 영업을 한다. 회사 비즈니스에 도움을 줘야 하는 쪽으로 빠지기도 하고. 왜 우리나라에는 흰머리 희끗희끗 날리며 일하는 기자들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역시도 그런 고민을 하고.

거대 방송사와 달리 신문사들은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조직의 규모 자체가 부담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제 역할을 하고 제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근로자가 앞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다. 또 규모의 경제를 이뤘던 큰 신문사들은 스스로 덩치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안적인 언론사 모델, 대안적인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들을 실험하려는 언론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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