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자기야~ 나 기분전환 겸 빽(가방) 하나만 사줘^^(여)”, “음.. 그럼 내 기분은?(남)”

이는 최근 논란이 된 KFC의 ‘숯불향 스모키 와일드 치킨버거’ 버스 옥외 광고다. KFC는 ‘숯불처럼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가진 남성이 무개념 여자친구에게 화끈하게 대응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체 제품의 특성인 숯불과 이들 남녀간의 대화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갸우뚱하게 만든다.

KFC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옥외 광고와 비슷한 콘셉트의 광고 영상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게재했다. 여성이 “오빠 적립은 내 카드로 해줘”라고 말하자 남성은 “그럼 계산도 네가 해”라고 말한다. 이어 여성이 “오빠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라고 묻자 이에 남성은 “너를 만난 거?”라고 답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은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얄밉게도 ‘적립’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특히 남성의 “너를 만난 거?”라는 대사는 남녀관계의 모든 문제가 여성 때문에 벌어진 것처럼 읽힌다. 남자친구를 말 그대로 ‘봉’으로 여기다가 이별을 통보받는 여성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그려져 묘한 불쾌감이 든다.

누리꾼들은 KFC가 마케팅 수단으로 여혐(女嫌·여성혐오)을 사용했다며 비난을 쏟아냈고, 결국 KFC는 해당 광고를 삭제했다.

여혐 광고는 여성을 비하하는 동시에 남성 우월의식을 내재하고 있기도 하다. 중고차 업체 ‘311중고차’의 홈페이지 내 게재된 광고에는 “여자와 중고차는 3달에 한 번씩 바꾼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 광고에서는 여성을 남성에게 이끌리는 수동적 존재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자동차와 나란히 두어 여성이 마치 물건인 마냥 빗댄다.

또한 여혐 광고는 성 역할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남편한테 아침밥을 안 챙겨주는 여자 접어! 명품백을 밝히는 여자 접어! 가계부를 적자 내는 여자 접어! 자기관리 안하고 푹 퍼지는 여자 접어! 재테크 정보 없는 여자 접어!”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했다. 남편에게 아침밥을 챙겨주고 재테크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반드시 정해진 여성의 역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정해진 여성의 역할이 있는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여혐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근거 없이 친구 중 한 명의 약점을 잡아 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과연 소비자들은 여혐 광고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광고가 사회 분열이라는 부작용과 소비자들을 등돌리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뒷전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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