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KB금융지주는 2년 3개월 만에 공석이었던 지주 사장직에 김옥찬 전 SGI서울보증 사장을 내정했다.

그러나 KB금융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 사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비워지게 되는 서울보증 사장 자리에 최종구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KB금융의 사장직 부활은 짜인 각본에 따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이에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는 이 같은 상황에 KB금융이 돌연 입장을 바꾼 처사가 “감독당국의 외압에 의한 인사”, “KB금융의 감독당국 눈치 보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지주 사장직 KB맨으로 채워져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하고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후보 자리에 김옥찬 사장을 내정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오는 11월 열리는 KB금융 이사회에서 있을 최종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 사장은 1982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30년 동안 일 해온 전형적인 ‘은행맨’이다. 이 조직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만큼 그는 KB금융 내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 KB금융 회장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김 사장이 KB금융 사장으로 돌아오는 것을 두고 금융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KB금융 회장 후보로 추천됐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사퇴했던 김 사장이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만에 다시 KB금융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석연찮다는 것.

“사장 선임, 감독당국 눈치 보기”

경개연은 이러한 갑작스러운 사장직 인사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경개연은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주주정기주총에서 지주사 사장을 선임하지 않겠다고 주주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윤 회장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감독당국의 외압 또는 KB금융의 감독당국 ‘눈치 보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개연은 “윤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고 있어 대우증권 인수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직접 챙길 책임자가 필요해 KB금융지주가 사장직 부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이라며 “지주사 사장직 신설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이 아무런 예고나 설명 없이 갑자기 추진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이 자리를 옮기는 이유는 또 다른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김 사장이 KB금융 사장직으로 복귀하면서 비워지게 되는 서울보증 사장 자리에 최종구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혹이 일고 있는 것.

경개연은 “최종구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김옥찬 사장을 서울보증보험에서 밀어냈다고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장직 부활이 KB금융 자체의 의사결정인지 의문이다. 전관을 위해 벌어진 밀어내기 인사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또한 전형적인 은행맨으로 평가받는 김 사장이 과연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를 담당할 최적의 인사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개연은 “은행맨인 김 사장에게 지주사 사장의 역할을 맡기기에 최적인지 의문이 생긴다”며 “이처럼 표면적으로 내세운 명분과 후보의 경력이 부합하지 않다는 것 역시 외압에 의한 사장직 신설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개연은 “만약 KB금융지주가 필용에 따라 지주사 사장직을 신설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적임자를 물색해 주주들에게 이해를 구한 다음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 “눈치 보기? 전혀 사실 아냐”

한편, KB금융 측은 “김옥찬 전 SGI서울보증 사장이 업무에 맞는 적합한 사람이라 추천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충분히 이 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터라 김옥찬 후보를 사장 자리에 추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장직 부활이 감독당국의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옥찬 전 SGI서울보증 사장이 아직 사장으로 선임된 게 아니라 추천된 것이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 (만약 선임이 된다면 맡게 되는 역할이) 지주사 사장 겸 최고운영자인데 지주사 내부를 총괄하고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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