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쿨 이너프 스튜디오 페이스북>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닥터자르트가 세라마이딘 오일밤을 구입한 고객에게 무료로 증정하는 헤어밴드 제품이 소규모 디자인 회사인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제품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닥터자르트는 지난달 5일부터 31일까지 세라마이딘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홈케어 헤어밴드’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닥터자르트는 이 헤어밴드를 의류 패션 업종의 디자인, 제조업체인 A사로부터 납품받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닥터자르트가 증정한 헤어밴드가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헤어밴드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쿨 이너프 스튜디오 측은 현재 1만8000원에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자사의 헤어밴드가 유사한 디자인으로 제작돼 무료로 증정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헤어밴드를 제작한 A사 측은 흔히 사용되는 헤어밴드 디자인으로 도용이라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쿨 이너프 스튜디오 측이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자인 도용 논란과 관련해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소송전으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쿨 이너프 스튜디오와 A사, 그리고 닥터자르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취재해봤다.

   
▲ 쿨 이너프 스튜디오에 허세희 대표가 게재한 두 제품 비교사진

“땀과 노력의 결실로 만든 제품인데…”

쿨 이너프 스튜디오는 지난 9월 16일, A사로부터 미팅 요청을 받고 다음날인 17일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A사가 사전 연락 없이 미팅에 불참, 이들의 미팅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주 후 A사가 제조한 헤어밴드가 닥터자르트 사은품으로 제공됐는데, 이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 제품과 흡사한 디자인이었다는 것.

특히 해당 헤어밴드는 MBC 인기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민하리 역을 맡은 배우 고준희가 착용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지난 3월 10일 특허청에 디자인 출원한 제품이다.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헤어밴드는 중간 부분이 고무줄로 돼있고 밴드 끝부분이 와이어로 돼있어 쉽게 여밈이 가능하다. 와이어가 머리 위로 올라가게 되면 토끼귀 형상이 돼서 예쁘게 보일 수 있고, 머리 뒤로 가도록 하면 흘러내리는 머리를 묶거나 정돈할 수도 있다. 그동안 고무줄 혹은 와이어로만 만들어진 헤어밴드와 차별성을 둬 디자인했다고 한다.

닥터자르트가 제공한 홈케어 헤어밴드 역시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헤어밴드처럼 중간 부분은 고무줄로 돼 있으며 끝 부분은 와이어로 처리된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외관상으로 볼 때 두 제품은 흡사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쿨 이너프 스튜디오 허세희 대표는 “지난 10월 7일 타 업체 관계자로부터 닥터자르트 사은품이 우리 제품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CJ올리브영에 가 직접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쿨 이너프 스튜디오가 두 제품을 비교한 사진을 살펴보면, 두 헤어 밴드 모두 순면 소재로 세탁 방법과 브랜드 정보가 있는 태그의 위치가 동일하다. 또 가운데 일정 부분이 주름져 있고, 양 쪽 끝이 둥글며 자수가 놓여 있다.

허 대표는 또 다른 도용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사와 유사한 제품을 제보해 줄 것을 SNS를 통해 알렸고, 제보 5건 모두 닥터자르트 사은품인 헤어밴드를 지목했다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카피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하고 소비자들도 두 제품이 유사하다는 반응이 나오자 그제서야 닥터자르트 측에서 연락이 왔다”며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영업방해와 명예훼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땀과 노력의 결실로 만든 제품이다. 그런데 닥터자르트는 사과 한마디 없이 계속해서 사은품으로 자사의 제품을 카피한 헤어밴드를 제공했다”며 “앞으로 디자인 침해 여부가 판단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공개할 계획이다. 법적인 심판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판까지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허 대표는 디자인 도용 소송을 위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펀딩이 완료되면 관련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 A사가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헤어밴드 출원 전 날짜인 2015년 3월 9일을 기준 시점으로 검색한 결과 동일 또는 유사한 다수의 디자인들로 확인된 9개의 헤어밴드

A사 “외관 비교로 카피 여부 판단할 수 없어”

반면 A사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 측이 제기한 카피 의혹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A사측 변리사 김모씨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가 SNS를 통해 올린 사진들을 보면 제품의 일부분을 비교해 디자인을 침해했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며 “두 제품의 비교사진으로만 디자인 침해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등록된 디자인과 동일하게 제품을 만드는 권리자도 있지만, 등록공보와 달리 제품을 변형해 만드는 권리자들도 있기 때문에 디자인 침해여부 판단을 위해서는 디자인 등록공보와 실제제품을 비교해야 한다고 김 변리사는 설명했다.

김 변리사는 “실제제품과 비교했을 때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등록공보 내에 있는 디자인 보다 길이가 압도적으로 길다”고 설명하며 A사의 실제제품을 공개 및 제공했다.

이에 덧붙여 김 변리사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헤어밴드 디자인권이 무효사유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원 전 공지 또는 공연실시된 디자인과 동일 또는 유사한 디자인에 대해서는 등록을 받을 수 없으며, 이에 위반해 등록된 디자인에 대해서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헤어밴드도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리사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 측에 9여 개의 유사제품을 전달했다”며 “각각의 제품이 쿨 이너프 스튜디오처럼 귀여운 미감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헤어밴드의 매듭이 풀려있는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A사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가 헤어밴드를 출원한 날보다 하루 앞선 올해 3월 9일로 구글에 토끼 헤어밴드를 검색했는데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헤어밴드와 유사한 다수의 디자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쿨 이너프 스튜디오 헤어밴드는 홍보 과정에서 귀여운 ‘토끼 귀 형상’의 제품임이 다수 강조한 바 있는데 이는 등록 디자인의 창작 요점이 단순한 자연물에 불과한 ‘토끼 귀’임을 추정할 수 있게 한다”며 “헤어밴드 중심부를 주름지게 표현한 구성은 헤어밴드 제품에서의 신축성을 부가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요소에 불과하다”고 김 변리사는 판단했다.

이 대표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헤어밴드와 달리 A사의 헤어제품은 공짜 제품이다. 두 제품의 시장은 섞이지 않는다”며 “금전적 협상이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목적으로 보인다. 온라인 상으로는 노이즈 마케팅만 벌이고 있다. 공식적으로 경고장 한 번 온 적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와의 미팅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닥터자르트 측에 납품을 끝낸 상태에서 타 화장품 회사로부터 헤어밴드 500개만 주문하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와 우리 직원이 소량의 헤어밴드를 구매할 곳이 있는지 확인해 본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가 닥터자르트 측에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했다고 한다”며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인터넷을 통해 호소하지 말고 정상적인 소송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위에서부터 쿨 이너프 스튜디오 헤어밴드, 기자가 직접 구매를 통해 받은 헤어밴드,A사가 <본지>에 제공한 헤어밴드.

하지만 이 대표와 김 변리사가 본지에 증거 자료로 공개한 헤어디자인과 실제 판매되는 제품에 증정되는 헤어밴드는 서로 달랐다. 기자가 직접 구매를 통해 받은 헤어밴드는 A사가 제조했다는 헤어밴드보다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디자인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물품 수량이 부족하다 보니 최근 한국 공장에서 추가 소량 생산했다”며 “이번에 생산한 헤어밴드의 경우 공장 사장이 임의로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 가운데 주름 폭을 굳이 좁히지 않고 만들었다”면서도 도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닥터자르트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사은품을 증정하기 위해 타 회사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았을 뿐 물품 제작 혹은 디자인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쿨 이너프 스튜디오와 A사 사이의 문제다”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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