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장(少壯)학자는 정치에 관해 언급하지 마라?
[칼럼] 소장(少壯)학자는 정치에 관해 언급하지 마라?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1.07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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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고시되고, 많은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은 소장학자이기 때문에 정치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것이었다.

필자의 지인들이 이런 조언을 했던 것은 아마도 ‘걱정되는 마음’ 때문인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인 필자가 정치에 관하여 언급하게 될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될 것이고, 이것이 자칫 향후 생계의 문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걱정하는 마음에 필자는 매우 고마움을 느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문득 ‘소장’이라는 말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소장이라는 말은 “젊고 기운참”이라는 뜻이었다.(네이버 사전, 한글사전) 또한 “(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앞에서 관형어로 쓰여)젊고 혈기가 왕성함”이라고 소개하는 사전도 있다.(다음 사전) 이 뜻에 따른 용례가 바로 “소장파”, “소장학자”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전의 정의대로라면 ‘소장’이라는 뜻은 나쁜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젊고 기운차며 혈기 왕성하다는 뜻을 담는다. ‘소장’이라는 말의 뜻에 나오는 기운이 과도하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가와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소장’들의 젊고 기운차며 혈기 왕성한 움직임이 역사를 좋은 모습으로 바꾼 사례가 많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화랑이라는 젊은 집단의 역할이 컸다. 또한 후삼국시대의 혼란상을 통일하고 고려가 수립될 때도, 왕건을 비롯한 젊은 호족 세력과 이들을 돕는 6두품, 그리고 불교의 새로운 분위기를 일으킨 선종(禪宗) 승려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고려가 말기에 접어들었을 때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바꿨던 세력은 신진사대부였고, 이들 가운데 이성계를 도운 사람들은 조선 건국에 큰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젊은 유학자들의 발언이 큰 역할을 했다. 조선 초기 훈구(勳舊) 척신 기득권 세력의 부패에 죽음으로 저항한 소장 사림(士林)들은 몇 차례의 사화(士禍)로 큰 희생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임진왜란 전까지의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대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영조와 정조 때에 그들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바로 젊은 실학자들이었다.

물론 ‘소장’의 젊고 활기찬 기운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자칫 스스로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때도 있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와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한다. 중국 전한(前漢)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왕망(王莽)이라는 사람이 각종 권모술수로 최초로 선양혁명(禪讓革命)에 의하여 전한의 황제권력을 찬탈하고 ‘신(新)’ 왕조를 건국했다. 이상적인 나라를 세우기 위해 개혁정책을 펼쳤으나 결국 대내외정책에서 실패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신 왕조 역시 무너지게 된다. 또한 정조의 개혁도 의문에 쌓인 정조의 죽음으로 실패했고, 신지식으로 무장한 젊은 관료들이 일으킨 갑신정변은 결국 3일천하로 끝나고, 갑신정변의 주역들은 망명과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 노장 세력들이 소장 세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소장 세력의 기운을 이어 받아서 활동한다면 더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노장 독립운동가가 젊은 독립운동가를 가르치고 이끌었으며, 모범이 돼줬다. 4.19 민주혁명 때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주열 열사의 죽음을 본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게 됐고, 특히 대학생들을 교수들이 지켜줬다.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대학생들의 잇따른 죽음을 보고 역시 교수들과 넥타이부대가 거리로 나서면서 군부독재가 종식될 수 있었다.

흔히 세상의 이치는 새가 나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새는 양 날개를 이용하여 하늘을 난다. 진보와 보수, 노장(老壯)과 소장이라는 두 날개가 조화를 이뤄야 국가와 사회라는 새가 날 수 있을 것이다. 젊고 활기찬 소장이 정체돼 있는 노장 세력에게 새로운 기운과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고, 노장의 경륜이 소장의 넘치는 기운을 통제하고, 자신들의 삶의 유산을 소장에게 잘 전수해준다면, 사회와 국가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물론 이 전제는 양 세력이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소장 세력의 정치에 대한 발언을 젊고 치기어린 모습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모습에서 하늘을 나는 새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시작되었을 때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현직 교수들이었다.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정치에 대한 발언이 아닌 학자로서의 양심에 의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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