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국민이 마루타인가’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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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생동성시험, 단기간 고수익 알바로 ‘인기’
약물 부작용, 즉각적이지 않고 추후 발생 가능 

임상시험 부작용으로 2011~2013년 49명 사망
철저한 보상체계 마련과 대중 인식 변화 필요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누구나 편하게 일하기를 원한다. 이왕이면 돈을 많이 주면 더욱 좋고. 요즘 20대 청년들에게 이른바 ‘꿀알바’로 통하는 게 있다. 바로 임상‧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 그야말로 꿀맛 같은 일로 불린다. 하지만 부작용과 몸이 시험 대상이라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오후 7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국민이 마루타인가?’라는 주제로 임상시험의 진실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토크쇼는 참여연대를 비롯해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가 주관했다.

이날 토크쇼는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았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과 생동성시험 경험자 김모(31‧남)씨와 채모(24‧남)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임상‧생동성시험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경험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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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청년들의 생동성시험 참여기 

생동성시험에 여러 차례 참여한 바 있는 김씨와 채씨는 다행히 부작용을 겪진 않았다. 하지만 시험 당시의 불안감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5년 전 야간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김씨는 생활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에 지원하게 됐다.

김씨는 “별의별 약물이 다 있더라. 무서운 약들은 빼고 고혈압약을 선택했다”고 고백했다. 병원은 지원자들에게 여러 약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생동성시험은 A조와 B조로 실시됐다. 한 조는 기존 약품, 다른 한 조는 시험 약품으로 진행했다. 모든 지원자가 입에 약을 털어넣고 피를 뽑았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약물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김씨는 생각했다. 그것은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이었다. 약을 먹고 난 뒤 병원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입속을 검사했다. 관계자가 입 안을 들여다볼 때 마루타가 된 느낌이 들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채씨는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1년에 한 번꼴로 총 3번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에서 학생회 활동 등으로 바빴기에 짧은 기간에 돈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이후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먹었다. 해당 질병이 없었지만 시험을 위해 약을 복용해야 했다. 그리고 1~2주 전에는 신체검사를 받기도 했다. 

채씨는 “생동성시험을 하는 과정에서 다행히도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었다. 처음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크게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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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성시험 알바, 돈과 부작용 ‘줄다리기’

인터넷에 ‘임상‧생동성시험 알바’ 검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약에 따라 다르지만 생동성시험 사례비는 평균 30만원~40만 원대. 임상시험은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가격대가 다양하다.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생동성시험(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제약회사가 복제약(제네릭)의 판매 허가를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즉, 복제약이 본래약과 비슷한 약효를 보이는지 검증하는 단계다.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투약해 약물 흡수 속도와 최고 농도를 비교하는 것이다. 생동성시험 과정은 지원자에게 약을 먹인 후 피를 주기적으로 뽑는다. 병원에서 하는 식사, 수면 등은 관계자의 지도에 따라야 한다. 한편 임상시험은 1상~ 4상으로 나뉘어있다. 위험성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3상 이상의 시험을 한다. 제3상 임상시험은 시판을 허가받기 위한 마지막 단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2013년까지 임상시험 부작용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는 375명이고 생명위협은 7명, 사망은 49명에 달했다. 반면 생동성시험 부작용과 관련된 보고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다.

임상‧생동성시험 진행 중에 위험한 상황 등으로 지원자나 연구자가 시험을 중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부작용이 생겨도 이를 입증하거나 보상받기가 어렵다. 약의 부작용이 즉각적이지 않고 추후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국장은 “어떤 약은 10년, 20년이 지나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약물을 무조건 안전하다고 선언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생동성시험의 경우 이미 검증된 성분의 의약품 효능을 살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안전성이 어느 정도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약물마다 부작용이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처럼 임상‧생동성시험은 약물 부작용 등으로 인해 고위험 아르바이트에 속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최근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대학생 19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1위는 ‘당장 생활비가 급히 필요해서(35.8%)’였다. 이어 2위는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26.4%)’, 3위는 ‘짧은 시간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18.1%)’로 나타났다.

채씨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참여했기에 사소한 부작용이 있어도 그만두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내가 했던 시험들은 두 번을 완료해야만 돈이 지급됐다. 한번만 시험에 참여하면 돈을 아예 줄 수 없다는 식으로 쓰여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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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임상시험 세계 7위… 위험성 고려해야

우리나라는 ‘임상시험을 하기 좋은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국가별 임상시험 총 규모에서 한국이 3.12%로 세계 7위로 나타났고 2013년 기준, 도시별로 1.04%로 서울이 1위를 차지했다.

임상시험의 1위 국가는 미국이다. 다국적제약회사가 미국에 제일 많아서다. 그 외 상위권에 속한 독일, 영국, 캐나다 역시 자국에 거대한 제약회사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대 제약회사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임상시험을 많이 한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임상시험 승인현황을 살펴보면 다국적 임상시험 292건, 국내 임상시험 361건으로 총 653건이다. 2007년 282건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임상시험이 세계적으로 연평균 7.8%씩 감소하는 추세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세계 5대 임상시험 강국 도약을 위한 ‘임상시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임상시험 통합정보 시스템 구축과 네트워크화,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임상시험 활성화 제도 마련 등이 주된 내용이다. 또한 저소득층과 난치성 질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를 확대하고 신약 처방 기회를 늘리겠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국가가 ‘임상시험 통합정보 시스템 네트워크’를 통해 제약회사들이 임상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건 개인 생체 정보를 공유하는 측면에서 위험한 발상”이며 “임상시험 대상자를 저소득층이나 난치성 질환자로 확대하겠다는 것 역시 궁핍한 환경을 이용한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꼬집었다.

정 국장은 “이런 와중에 무분별한 임상시험 확대는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따라서 철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위험성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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