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의 밤은 피비린내로 얼룩졌다. 총성과 폭발음, 비명과 절규로 범벅된 참담한 밤이었다. 이날 오후 9시 20분경(현지시각) 파리 시내 등지 최소 6곳에서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해 수 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쇄폭탄테러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이에 프랑스는 대대적인 테러범 소탕에 나섰다.

지난 1월 만평 전문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기난사 테러로 이미 심각한 충격을 받은 파리는 150명이 넘게 희생된 이번 테러로 극심한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다. 현지 신문들은 이날의 충격적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공포’, ‘대학살’, ‘전쟁’이란 제목들로 1면을 장식했다. 전 세계 역시 충격에 빠졌고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아비규환을 방불케 한 파리연쇄폭탄테러 사건을 정리하고, 향후 IS 테러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를 짚어봤다.

잔인한 13일의 금요일

11월 13일 금요일 오후 9시 20분경, 파리 시내는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 그리고 절규에 가까운 비명으로 가득 찼다. IS가 파리 동부와 북부 6곳에서 동시다발적 총기난사와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했다.

프랑수아 몰랭 파리시 수사검사는 14일 새벽 공식발표를 통해 “6곳에서 동시에 테러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최소 120명”이라며 “파리 북부 축구경기장 부근에서 약 3명, 샤를가에서 18명이 사망했고, 볼테르가에서 1명, 퐁텐 오 루아가에서 5명, 알리베르가에서 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식발표 이후 사망자가 늘어 130명에 이르렀고, 부상자는 400여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90여 명에 이르러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연쇄폭탄테러 후 프랑스는 피해지역 6곳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 검찰에 따르면 이날의 무차별 테러는 3개팀에 의해 자행됐다. 한 팀은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경기가 열리던 파리 외곽 축구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있었다. 그는 폭발음이 들린 직후 급히 피신했다. 또 다른 한 팀은 경기장 남쪽에 위치한 식당과 바에서 금요일 저녁을 즐기고 있던 선량한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파리 10구 알리베르가에 있는 카리용 바, 인근 캄보디아 식당 ‘프티 캉보주’ 그리고 11구 퐁텐 오 루아가의 피자집과 샤론가의 ‘벨 에키프’ 바가 표적이 됐다. 나머지 한 팀은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의 공연을 보기 위해 바타클랑 극장에 모인 수 백 명의 관객들에게 테러를 저질렀다. 바타클랑 극장은 가장 잔인한 비극의 현장이었다.

13일의 금요일, 파리를 피로 물들인 테러 용의자들은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벨기에)를 주축으로 총 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계 무슬림인 아바우드는 벨기에 몰렌베이크 출신으로 이번 파리 공격을 조직한 인물로 알려졌다. 축구 경기장 외부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빌랄 하드피(20‧프랑스), 바타클랑 극장에서 인질테러극을 벌인 사미 아미무르(28·프랑스)와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29·프랑스)는 모두 현장에서 자폭해 사망했다. 용의자 이브라힘 압데슬람(31·프랑스)와 살라 압데슬람(26·프랑스)은 형제 사이로 이브라힘은 볼테르가에서 자폭했으나, 동생 살라는 도주했다. 현재 벨기에와 프랑스 경찰은 살라 압데슬람에 대해 국제수배령을 내린 상태이다. 이밖에 축구 경기장 자폭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아흐마드 알 모하메드(26·추정)와 테러 당시 압데슬람 형제와 함께 차량해 동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세프 바자루즈(추정) 등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아울러 모하메드 쿠알레드(19)는 이들에게 폭탄을 공급한 범인으로 11월 18일 저녁 프랑스 북부 노르파드칼레주(州) 릴에서 경찰에 투항했다. 같은 날 총책 아바우드는 파리 북부 생드니에서 펼쳐진 대규모 기습검거 작전으로 사망했다.

IS “죽음의 냄새, 떠나지 않을 것”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IS는 11월 14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된 성명을 통해 IS전사들이 자살폭탄 벨트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전날 밤 파리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IS는 성명에서 “프랑스가 IS에 대해 현재의 정책을 고수 한다면, 앞으로도 테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프랑스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국가들이 IS에 대한 그들의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그들은 IS 최상위 타깃이며, 죽음의 냄새가 그들의 코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IS가 말하는 '프랑스의 IS에 대한 정책'이란 프랑스가 IS에 대한 미국 주도의 국제 동맹군의 공습에 동참하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이라크에서 수백차례 공습작전을 벌여오고 있으며, 지난 9월부터는 시리아에서도 IS 거점지역을 공습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 오전 IS는 1년 전 인터넷에 유포했던 프랑스를 협박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다시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는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IS무장 조직원들이 다수 등장한다.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IS조직원들이 무기를 들고 다리를 꼬고 앉아 프랑스에 대한 협박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동영상이 언제 촬영된 것이며 동영상에 등장하는 IS조직원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영상이 IS에 의해 제작된 것임은 확실하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숨 막히는 생드니 검거작전

프랑스와 올랑드 대통령은 “자비는 없다”며 IS 본거지 공습으로 보복에 나섰다. 테러 발생 다음날인 15일 시리아 북부 락까의 IS 사령부, 모병소, 훈련소, 탄약를 공습했고 17일은 IS 지휘본부와 훈련소에 미사일을 투하했다. 이어 19일에는 전투기를 실은 항공모함 샤를 드 골호를 시리아 인근 해상에 파견했다. 아울러 이번 파리 도심 테러를 자행한 테러조직 검거에도 나섰다.

프랑스 경찰은 11월 18일 오전 4시 30분(현지시간)쯤 파리 북부 외곽 생드니에서 이번 테러 총지휘자로 알려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를 검거하기 위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펼쳤다. 현지 방송사 BFM 등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7시간 동안 진행된 경찰 작전 과정에서 테러 용의자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체포됐으며 경찰관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한 3명 중 1명은 여성으로, 검거 과정에서 스스로 폭탄 벨트를 터트려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거작전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100명이 넘는 경찰과 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작전현장을 봉쇄했으며, 모든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다. 생드니 중심가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한 시간 동안 5000발에 달하는 총격이 가해졌다.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생드니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새벽 4시30분께 공격을 시작했지만 강화된 아파트 문이 봉쇄돼 있어 이를 폭파한 후에야 아파트 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테러범들이 경찰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검거 작전 중 행인 1명이 숨졌고 최소 경찰 3명이 총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IS 응징위한 국제사회 공조

IS를 응징하기 위한 국제사회 공조가 속도를 내고 있다. 파리 테러 직후 터키에서 열린 G20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파리테러는 인류에 대한 모독”이라며 테러척결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파리 테러와 10월10일 앙카라 연쇄 폭탄테러를 강하게 비판한다 △어떤 상황, 동기에서도 테러는 정당화 될 수 없다 △테러와의 과제는 모든 나라의 주요 우선과제로 유엔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 △강력한 금융제재를 통해 테러 자금 공여에 대처한다 △테러조직의 외국인 전투원 유입을 우려해 정보의 공유화 및 국경 관리 강화를 도모한다 △세계의 항공 안전을 높이기 위해 협력한다

이번 파리 테러의 최대 희생자인 프랑스는 미국과 러시아에 공조를 촉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11월 24일과 26일 각각 미국과 러시아를 방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러시아 역시 11월 18일 IS 테러에 대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공조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하기로 하고 초안을 회람 중인 것으로 미국 AP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했다.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도 힘을 보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여론의 반대에도 IS 공습을 위해 하원표결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프랑스의 공조 요청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후 안보리는 11월 20일(현지시간) IS 격퇴를 위해 국제 사회가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안 내용은 IS 및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노력을 배가하고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렇듯 국세사회는 테러 척결과 IS 격퇴에 한목소리를 내며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공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려 공조가 IS 격퇴에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자비한 IS 테러

IS가 활동 영역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해외로 확대해 3개 대륙에서 벌인 테러로 올해 800명 이상 사망했다. IS가 올해 해외에서 벌인 주요 테러사건으로는 이번 파리 연쇄폭탄테러와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건이 꼽힌다.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건은 지난 10월 3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발생했으며 224명이 숨졌다.

이외에 11월 12일 43명이 목숨을 잃고 200명 넘게 다친 레바논 베이루트 시아파 거주지 연쇄자살폭탄 테러, 10월 10일 최소 1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앙카라 연쇄자살폭탄 테러, 10월 6일 최소 15명이 숨진 예멘 아덴항 IS 연계세력 차량폭탄테러 등이 발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IS 소행의 테러가 3차례나 발생했다. 8월6일 15명의 사망자를 낸 서부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 5월 29일 항구도시 담맘에 있는 시아파 이슬람 사원에서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폭탄테러를 비롯해 5월 22일에는 동부도시 알카티프 인근 시아파 이슬람 사원에 자살 폭탄 공격을 가해 21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테러는 튀니지에서도 일어났다. 6월 26일 지중해 휴양지 수스와 3월16일 국립박물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총격사건들로 각각 38명과 22명이 숨졌다. 그리고 6월26일 쿠웨이트의 시아파 이슬람사원에서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테러공격이 발생해 27명이 숨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4월 18일 발생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최소 35명이 숨지고 125명이 부상당했다. 3월 20일 예멘에서는 새로 등장한 IS 연계세력이 연쇄자살폭탄테러를 벌여 137명이 숨지고 345명이 다쳤다.

이처럼 세계 곳곳은 IS의 무자비한 테러 공격으로 불안과 충격에 떨고 있다. 테러전문가들은 IS 테러는 인명피해 규모뿐 아니라 치밀함과 대범함에 있어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카에다를 추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알카에다 등 다른 테러 단체들이 IS조직과 경쟁적으로 추가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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