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두산 박용만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롯데면세점 이홍균 대표, SK네트웍스 문종훈 대표

면세점 제2라운드 끝…결과는?
14일 면세사업 선정 PT 진행
두산·신세계 특허권 ‘획득 성공’
롯데·SK 면세점 ‘재승인 탈락’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던 면세점 2차 대전이 끝났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11월 14일 오전 8시경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 22일)과 월드타워점(12월 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 16일), 신세계의 부산 조선호텔면세점(12월 15일)이다.

먼저 올해 안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시내면세점은 두산과 신세계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반면 롯데는 소공점은 지켰으나 월드타워점을 잃으면서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 SK는 23년 동안 지켜온 워커힐면세점 문을 닫게 되는 참패를 맛보게 됐다.

이처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승자와 패자가 나뉜 가운데 승자들은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기 위해 내걸었던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겠다며 기쁜 의중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패자들은 이번 일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두산, ‘동대문 마케팅’ 강조

두산은 면세사업 입성을 위해 ‘동대문 마케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성공했다. 두산은 면세점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동대문 지역을 차별화된 관광지역으로 발돋움 시키겠다는 계획을 어필했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달 26일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위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출범식에 참석해 면세점 사업 진출과 관련해 “면세점 사업을 통해 동대문 주변 상권과 상생하는 진실한 대기업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사재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재단 출범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다. 두산그룹 또한 100억원을 출연했다.

두산은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두산타워(두타)의 약 9개 층에 1만7000㎡ 규모의 면세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면세점 내 매장 및 면세점과 연계한 각종 프로그램에 소상공인과 중소 패션 업체 등 주변 경제주체들을 대거 참여시켜 지역상생을 이룰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K-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추진 ▲지역 내 역사탐방, 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심야 면세점 운영(현재 검토 중)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면세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동대문 상권의 염원을 담아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 기쁘다”며 “동대문 상권 부활을 돕고 동대문을 서울 시내 대표적 관광지로 키워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면세점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신세계, 5년간 530억원 투자

이달 16일 특허가 만료된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의 후속 사업자로 선정되며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취득한 신세계는 면세사업에 대한 누구보다 강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신세계는 면세점 개점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이르면 내년 4~5월 중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시내면세점을 열 계획을 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백화점 본전 신관(8~14층)과 메사빌딩 2개 건물(3~7층, 10~11층) 등 총 14개 층에 걸쳐 연면적 3만3400㎡ 규모의 시내면세점 관련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신세계는 도심관광 활성화를 위해 향후 5년간 530억원을 쏟아 붓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 활성화, 한류특화 클러스터 조성, 미디어 파사드 아트 조명 쇼 등 관광시설 및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15개 관광산업 진흥 프로그램과 10대 관광인프라 개선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아울러 신세계는 ‘한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문화 콘텐츠 개발에서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지난달 6일 CJ E&M과 업무협약을 맺고 명동과 남대문 지역을 잇는 한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공개적으로도 면세점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5일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에서 진행된 대졸 신입 1년차 연수캠프에 참석해 “시내면세점의 경우 세계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는 비슷비슷한 면세점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오직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찬 면세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백화점, 이마트, 프리미엄아울렛 등 기존 유통채널은 물론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신세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롯데, 소공점만 사수 성공

롯데는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월드타워점과 소공점 2곳 가운데 본점인 소공점은 수성했으나 월드타워점 특허는 두산에 빼앗기고 말았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롯데 월드타워점 특허 재승인 실패가 확정된 다음 날인 15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면세점 특허 재승인을 준비하며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모든 임직원과 파트너사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허심사 발표 결과 경쟁과 외부 위험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면세시장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새로운 도전자들은 우리가 이끌어왔던 시장을 끊임없이 공력하며 우리 위치를 넘볼 것이다. 그러나 임직원들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하면 이번 일 역시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롯데는 이번 결과로 인해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해법 찾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에 입점해 있는 롯데그룹 10개 계열사 대표들은 16일 롯데월드타워 14층에서 롯데월드점 탈락에 대한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롯데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월드타워점에 근무 중인 1300여명 직원들의 고용안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해당 직원들은 기존 롯데 면세점에서 분산 수용하고 추가로 계열사가 일자리를 만들어 전원 고용하겠다는 것.

또한 월드타워점 운영 중단으로 발생할 관광객 감소에 대비해 다양한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아울러 롯데는 면세점 재승인 추진 당시 발표했던 투자 계획들을 포함해 석촌호수에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음악 분수 등 1500억원의 다양한 사회공헌 약속도 그대로 이행할 계획이다.

롯데는 월드타워점의 특허가 만료되는 12월 31일 이전 관세청에 ‘특허의제기간’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는 다음 면세사업자가 운영을 개시하기 전까지 기존 사업자가 운영 기간을 최대 6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이 기간 동안 이번 면세점 탈락에 따른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데 힘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연거푸 탈락 고배

SK네트웍스는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SK는 광진구 워커힐과 동대문 면세점 두 곳의 특허를 신청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SK의 면세점 특허가 신세계에 돌아가면서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워커힐 면세점은 23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기존 면세점 사업자가 사업권을 잃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커힐 면세점의 특허가 만료된 SK는 급한 데로 발 빠르게 ‘특허의제기간’ 신청을 해 6개월의 시간을 얻게 됐다. 그러나 현재 직매입하던 상품을 소진하는데 주력하고 있을 뿐 이번 면세점 사업자 탈락과 관련해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 SK네트웍스 문종훈 대표는 16일 임직원들에게 이번 면세점 사업 탈락과 관련해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문 대표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것과 관련해 CEO로서 송구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회사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면세사업의 추진이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왔지만 면세사업이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자동차 사업, 패션사업 외 새 성장동력 발굴과 기존 상사·정보통신·에너지마케팅·호텔 등의 사업을 업그레이드 시켜 수익력 강화를 통해 이번 일을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표는 롯데와 마찬가지로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 롯데만큼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문 대표는 “면세사업본부 구성원들의 향후 진로를 포함한 관련 이슈에 대해 신규사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번 일로 동요하지 말고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면세점 특허권은 당초 결격 사유만 없으면 10년마다 연장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부터는 5년 의무 입찰제로 변경되면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경우처럼 기존 면세사업자가 특허권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지금처럼 5년마다 한 번씩 면세점 특허권 심사가 이뤄진다면 면세점 사업자들이 5년 후에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