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내가 핫바지로 보이냐” 격분한 배경은?
▲ 김무성-서청원 |
비박, 공천관리위 vs 친박, ‘공천룰’ 기구 논쟁 벌인 이유
양 진영 모두 정치신인 위한다지만, 계파 이익만 대변
공천 둘러싸고 계속적인 갈등, 이제부터 본게임 시작
진박(장관 출신 친박 정치인) 복당하면 계파 갈등 증폭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 공천을 놓고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정기국회는 새해 예산안 심사를 위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공천 샅바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습이다. 지난 11월 16일 최고위원회의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보는 듯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이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갈등은 내년 총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내년 총선을 출마하는 정치신인들과 유권자들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지난 1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살벌한 장면이 연출됐다. 황진하 사무총장이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문제를 같이 논의해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서청원 최고위원은 “공천룰도 안 정해졌는데 공천관리위원회가 오늘 왜 나오나”라고 따졌다. 격돌이 오가자 김무성 대표는 “그만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서청원 최고위원은 “핫바지로 보이냐”라고 따지면서 격분했다. 그야말로 살벌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비박계는 정치신인들을 위해서는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총선 공천 룰이 아직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신인들을 위해 당원명부 공유와 당협위원장 일괄사퇴를 위해서 공천관리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정치신인들을 위해서는 공천관리위 구성이 먼저가 아니라 공천 룰을 정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공천 룰 논의 기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비박계는 공천관리위, 친박계는 공천 룰 논의기구를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정치신인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 계파의 이익을 따지고 있는 모습이다. 계파의 이익을 위해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공천관리위는 황진하 사무총장이 초안을 짠 후 김무성 대표가 이를 승인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활동이 가능하다. 즉, 공천관리위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친박계의 입지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반면 공천 룰 논의기구는 친박과 비박이 함께 논의하는 기구이다. 즉, 친박계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기구인 셈이다.
격분한 서청원 “내가 핫바지냐”
또한 공천관리위를 놓고 친박과 비박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르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 분위기를 조기에 띄우려는 계획 하에 공천관리위 구성을 제안했다. 이는 정치신인들을 대거 영입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친박계로서는 정치신인들을 대거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일 수밖에 없다. 만약 정치신인들을 받게 된다면 친박계의 전략공천이 사실상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로서는 전략공천이 아니라 국민경선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정치신인들의 대거 영입이 필요하다.
반면 친박계로서는 전략공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신인들을 가급적 늦게 받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때문에 이날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격돌을 벌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그만큼 현재 공천을 놓고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공천 작업은 수많은 변수가 작용된다. 특히 공천 룰을 정하는 작업에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박계는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아니더라도 일단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국민공천제 실시를 공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선 방법이나 시기를 놓고 친박과 비박이 갈등을 보이고 있다. 현재 당헌당규에 따르면 공천은 국민투표 50%와 당원투표 50%로 돼있다.
그런데 비박계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면서 국민투표를 대략 70%로 상향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박계는 국민투표와 당원투표를 50대 50으로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근본적인 취지는 친박과 비박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그 형식을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당원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계로서는 당원과 국민의 비중을 동등하게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비박계는 당원을 장악한 친박계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공천 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두 세력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친박-비박, ‘죽어도 TK는 못준다’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을 우선추천지역으로 포함시키느냐 여부도 친박과 비박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당헌당규에는 우선 추천지역이라는 문구가 있다. 김 대표 역시 ‘우선추천지역’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선추천지역은 새누리당 당헌 103조의 규정에 따라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 추천지역, 공모 신청 후보자가 없거나,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에 한해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친박계는 대구·경북 지역도 우선추천지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는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대구·경북 같은 경우에도 꼭 모든 지역에 후보가 다 등록한다고 볼 수도 없고, 상대방의 센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논리이다.
때문에 대구·경북도 우선추천지역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반면 비박계는 대구·경북이 우선추천지역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구·경북은 새누리당의 텃밭이기 때문에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굳이 우선추천지역에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추천지역이라는 것이 사실상 전략공천지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구·경북이 우선추천지역에 포함되면 청와대 혹은 장관 출신 총선 출마자들이 대거 몰리게 되면서 전략공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비박계는 이를 막기 위해서 대구·경북은 우선추천지역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위적인 현역 물갈이론에 대해서도 상당히 민감하다. 친박계는 현역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상황을 볼 때 친박계 의원이 30여 명 정도 된다. 나머지는 비박계 혹은 중립지대 의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역 물갈이 필요성을 친박계가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비박계 의원들의 물갈이를 의미한다.
하지만 비박계는 인위적인 현역 물갈이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현역 물갈이를 하더라도 경선 등을 통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비박계 의원들은 전략공천 등으로 인한 인위적인 물갈이가 아니라 국민공천제 등을 통한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현역 물갈이가 최소한 4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역 물갈이가 제대로 돼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결국 비박계 상당수가 물갈이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이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인위적 물갈이론을 놓고 갈등을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른바 TK물갈이론이 제기된데 이어 이제는 PK물갈이론도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는 발언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TK물갈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PK물갈이론에도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친박계 상당수 인사들은 자신이 ‘진실한 사람’이라면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면서 주로 비박계 인사들을 겨냥해서 발언을 하고 있다.
친박계 인사들 중 청와대에 근무를 했거나 정부 요직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대거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대구·경북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제는 부산·경남도 해당사항이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수도권 차출론도 나오고 있다. 즉, 친박계발 현역 물갈이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단지 대구·경북이라는 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단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인사 상당수는 자신들이 진실한 사람이라면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진박(진짜 친박계 인사)’을 강조하고 있다. 친박계 인사 상당수가 내년 총선의 승패가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을 얻었느냐에 달려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신을 ‘진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내년 총선 공천 역시 복잡다단하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과 더불어 청와대 입김까지 작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새누리당 공천 과정은 그야말로 복잡하면서도 혈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고가 나오고 있다. 어떤 세력이든 한쪽 세력은 완전히 쓰러져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둘로 갈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분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문제는 친박과 비박이 싸우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구심점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친박계는 구심점이 없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있지만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칠 수는 없다. 즉, 당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없다. 더욱이 친박계는 현재 분화하고 있다. ‘진박(진짜 친박)’이니 ‘가박(가짜 친박)’이니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검증을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과거 전력이 어떠했으니 ‘너는 친박이 아니다’라는 식의 공격이 오가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진박’과 ‘가박’으로 분류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자신이야 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에 해당하고 다른 친박계 인사들은 ‘가박’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친박과 친박이 한 지역구에 충돌할 경우 그 경향이 더욱 심하다.
친박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미래권력’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때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을 할 수 없다. 때문에 미래권력을 갖고 마케팅을 해야 한다. 비박계는 김무성 대표라는 미래권력이 있다. 때문에 미래권력 마케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친박계는 미래권력 마케팅을 할 대상이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엔 사무총장에 재직하고 있기 때문에 반기문 대망론을 쉽게 꺼내들 수도 없는 문제이다. 친박계가 그야말로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는 힘이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비박계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김 대표라는 구심점이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비박계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비박계가 위기에 놓이게 될 때마다 김 대표는 뒤로 물러나고 청와대에 무릎 꿇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다보니 비박계는 김 대표에 대해 신뢰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비박계는 김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손을 붙잡고 공천 싸움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김 대표가 그럴 때마다 뒤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박계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김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 체제의 싸움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비박계 스스로 자구책을 모색하는 그런 모양새가 됐다.
어쨌든 이제부터 본격적인 공천 갈등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관 출신 국회의원들이 당으로 복귀하는 시점부터 공천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그만두고 당으로 복귀를 하게 되면 ‘진박’이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이 당내에서 공천에 대해 말 한 마디씩 할 때마다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공천 갈등은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천 갈등이 무서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공천 갈등이 아직 해소가 되지 않으면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내년 총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정치신인들이다. 공천 룰조차 제대로 확정되지 않으면서 선거운동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도 되지 않았고, 공천 룰조차 정해지지 않으면서 정치신인들의 한숨소리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탄하거나 새누리당 지도부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신인들에게는 시련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이제부터 본격화되면서 새누리당에서는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혈투의 끝은 과연 새누리당이 둘로 쪼개지는 것인지 여부이다. 아직까지는 둘로 쪼개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결국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낙천한 인사들이 결국 탈당을 해서 총선에 출마한 예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