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한 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부터는 고의’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을 때 한 번은 눈 감고 넘어가 줄 수 있지만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경우는 실수라고 용서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요즘 차명주식 논란으로 시끄러운 신세계는 해당되지 않는 듯 하다. 차명주식 보유 사실이 두 번이나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마디 없는 신세계의 태도를 볼 때 두 번 다 실수가 아닌 고의라고 생각되기 때문.

신세계그룹은 지난 2006년 8000억원어치의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적발됐다. 당시 신세계는 3500억원 규모의 신세계 66만여주를 증여세로 현물 납부했다. 그러나 신세계의 차명주식 적발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9년이 지나 또다시 차명주식이 발견된 것.

올 5월에 있었던 서울지방 국세청 조사에서 신세계(백화점)·이마트·신세계푸드 등에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된 차명주식 37만9733만주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신세계는 시가 827억원 규모에 달하는 해당 주식을 이명희 회장 명의로 실명 전환한다고 6월 공시했다.

황당한 것은 신세계의 태도다. 신세계는 “해당 주식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이다. 그동안 실명 전환 시기를 잡지 못하다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전환하게 됐다”며 “더 이상의 차명주식은 없다. 경영권 방어 차원일 뿐 탈세나 불법 비자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잘못을 해놓고도 오히려 당당히 큰소리치는 신세계의 태도를 볼 때 차명주식이 엄연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딱 한 번뿐이라고 해도 실수라고 용납될 수 없는 차명주식 보유를 두 번째 발각된 지금도 어떻게 “차명주식 보유는 관행”이라는 변명을 내놓을 수 있는 지 그 뻔뻔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차명주식은 재벌가에서 비자금 조성 혹은 탈세 수단으로 자주 쓰이는 수단인 만큼 사회에서 민감하게 다뤄지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차명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밝혀진 기업이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구렁이 담 넘듯이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국회와 시민단체에서도 “신세계가 차명주식 문제는 ‘탈법행위’에 해당되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촉구하고 나섰다.

이렇듯 신세계 차명주식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과 관련한 세무조사는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 당초 신세계는 2000억원의 추징금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으나 이와 달리 신세계그룹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실제 추징금 규모는 3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건설이 80억원, 이마트가 200억원의 추징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차명주식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 수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신세계가 직접 나서 진실을 밝혀야 할 때 아닌가 싶다. 또다시 드러난 차명주식이 진정으로 의도적이고 상습적인 행위가 아니었던 것인지, 해당 차명주식이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2006년 이후 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정말 선대회장이 남긴 것이라면 왜 9년 동안 주식을 실명전환하지 않았는지 떳떳하게 해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세청은 신세계 차명주식이 사회적 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결과와 조치내용을 발표하지 않아 ‘밀실행정을 통해 재벌봐주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신세계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 조사와 법위반에 따른 정당한 처벌을 통해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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