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민중집회, 그리고 여야 각각의 내부 혼란 속에서 잊혀지는 것들이 참 많다. 그 중에서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는 참으로 다양한 사안들이 얽히고 꼬여있다. 우선 역사적으로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로 병점한 36년 동안 있었던 일제의 수많은, 그리고 엄청난 만행들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정치·외교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다.(물론 그와 별도, 혹은 그와 함께 중국과의 관계도 잘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일본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 중 하나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과거사에 대한 해결은 실리 이전에 국가 대 국가의 관계, 그리고 인륜적인 측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이다.

당위성으로 볼 때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 사과에 관한 한 미온적이다. 더 심하게 표현하면 자신들은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역으로 자신들이 원폭의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인 사드 도입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등 끊임없이 군사적으로 무장해서 주변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통치권이 북한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유사시에는 자위대가 북한에 상륙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큰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북한까지 우리나라의 영토라는 것을 헌법을 통해 밝힌 것이며,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일본이 밝힌 입장은 유사시에는 우리나라 헌법은 무시하고 우리 영토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다는 속내를 은연중에 밝힌 것이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을 상상해보자. 그들이 주장하는 ‘유사시’의 상황이 발생해서 일본이 자위대를 북한에 보낸다고 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군의 전시통수권은 미국에게 있다. 그들이 말하는 ‘유사시’라는 것은 전시상황일텐데,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 자위대를 보낸다고 미국이 그것을 막도록 우리나라 군대를 통솔할까?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거기에다가 지난 11월 23일. 야스쿠니신사의 남성용 공중화장실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12월 3일, 일본의 일부 언론에서 이 사건의 용의자가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은 당시 상황이 녹화된 폐쇄회로 화면과 폭발물 잔해에서 발견된 건전지에서 우리말로 된 주의서가 발견된 것을 그 근거로 했다.

이와 같이 꼬이고 막히고 있는 한일관계는 결국 일본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 그리고 이에 따른 실천이 없으면 해결될 수 없다. 도대체 일본은 과거의 반성 없이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할까? 그 단초를 임진왜란 전후의 일본의 입장에서 조금은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신국(神國)’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은 신의 나라라는 생각으로 일본의 국수주의와 군국주의의 중요한 종교적·사상적 배경이 됐다. 이 신국사상으로 말미암아 임진왜란 이전의 포르투갈 선교사 추방령이 있었고, 신국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기존의 군사주의에 신국주의를 더해 일본을 통일하고, 대륙 진출까지 감행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러한 신국주의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비롯해 토요토미 히데요시 전후에 실력자로 존재했던 오다 노무나가[織田信長],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개인 신격화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근 일본의 태도는 신국주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외정책을 펴는 것일지도 모른다. 임진왜란 전후에 일본이 그 특유의 군사주의와 신국주의를 결합시켜서 국내외정책을 폈다면, 지금은 경제력과 미국과의 친분을 신국주의와 결합시켰다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위상의 상승을 위해서는 결국 일본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 바뀌도록 주변국이 유도해야 한다. 일본을 바꾸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정책을 펴는 동시에, 일본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역사는 그 단초를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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