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 도종환 의원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산방의 칩거 시인에서 정치인의 삶을 살다
“생각과 실천 조화 이룬 영혼있는 정치하고파 ”

역사, 민족의 집단자서전…사실 그대로 반영해야
“교육 문제를 정치가 앞장서 이념전쟁으로”

학자들, 신종 쿠테타 지적…‘유신시대로 회귀’
“사람 죽어 가는데 한마디 사과 없는 국가”

문·안·박 체제로 희망 주는 정치 해야
“새정치 분열 중…국민들이 바라는 건 통합”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시대는 산방에 칩거한 시인을 다시 세상으로 불러냈다. 그렇게 시인이 산방을 떠난 지 3년, 그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최전선에 서 있는 투사가 됐다.

도종환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現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활약하던 도 의원은 2015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국정교과서 논란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국정화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3일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강행했고, 지난 11월 30일에는 편찬심의위원 16명을 확정했다.

국정화 논란이 제2라운드로 넘어가고 서울 여의도에 갑작스런 눈보라가 몰아치던 지난 3일, <투데이신문>은 도종환 의원과 마주 앉았다.

   
▲ 본지 남정호 기자와 인터뷰 중인 도종환 의원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시인-정치인, 두 길을 걷다
“영혼 있는 정치에 대한 고민”

Q.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참여하신 지 4년이 다 돼 가고 있다. 소감을 듣고 싶다.

참 어렵고 힘든 일, 중요한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영혼이 있는 정치를 하고 있는지 자꾸 스스로 되묻게 된다. 그런 점에서 많이 미흡하고 부족하며 부끄럽기도 하다.

Q. 지난해에는 등단 30주년을 맞이 하셨다. 정치 활동이 시인 도종환에게도 영향이 있는가. 시 쓰는 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도 시심(詩心), 문학 정신 등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경험이 문학창작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되기를 바라면서 두 가지 일을 다 잘해보려 애썼다. 시를 쓰고 문학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건 나름대로 한 3년여 동안 지킨 것 같다. 쉽진 않았지만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그대로 문학으로 표현되고 국민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것까지는 못 나간 것 같다. 그저 제가 가진 문학적 영혼, 문학 정신을 지키는데 조금 버거웠던 것 같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이것들이 그대로 문학에 반영되고 두 개가 잘 어우러진 작품을 썼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특히 올해 하반기에 많이 했는데 잘 충족되지는 않았다. 문학적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못했다.

빅토르 위고의 경우, 상원 위원을 하면서 프랑스혁명기라는 격동기를 몸으로 겪어나가며 싸우고 혁명에 동조하기도 했고, 망명도 하고 왕정에 반대하기도 했던 경험들이 그의 작품 ‘레 미제라블’ 속에 녹아 있다. 이처럼 시대와 역사, 문학 정신들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형상화되는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그렇게는 못한 것 같다. 파블로 네루다도 마찬가지로 상원 위원이면서 칠레 민주화를 위해 싸웠고 그러면서 나온 작품들도 아주 훌륭했다. 그들을 생각해보면 그런 면에선 부족했다고 본다.

Q. 시인이 정치를 한다는 것에 대해 편견이 있을 법도 한데 힘든 부분은 없었나.

이해가 잘 안 됐을 것이라고 본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산방에서 낸 시집제목이 ‘해인으로 가는 길’이다. 해인은 하늘의 모습이 바다에 도장 찍은 것처럼 비치는 상태로, 가장 깊고 고요한 깨달음의 상태를 뜻한다. 산방에 있던 시기는 불교에서 얘기하는 깊고 고요한 선정, 그걸 지향했던 시기였다. 몸은 아프지만 영혼은 고요하고 깊어지기를 바라고 평화롭길 바라던 시기다. 그런 걸 지향하다가 세속, 그것도 정치라는 인간의 욕망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고 갈등과 대립이 적나라한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생각들을 하셨을 것 같다. 그 두 개가 조화가 안 되고 잘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법정 스님은 해인으로 가는 길과 화엄 세상을 만드는 길은 ‘두 개가 아니고 하나’라는 말씀을 하신다. 깨달음을 향해서 가는 길과 실천의 길이 하나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런 길을 찾아보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볼 때 두 길은 서로 다른 길이다. 그러나 큰 스님들은 두 길이 서로 다른 게 아니라 하나라고 말씀하신다. 이 일을 하면서도 내가 가졌던 깊고 고요한 깨달음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과 지금의 일이 어떻게 하나일 수 있는가 이런 고민을 늘 한다.

Q. 그렇다면 정치와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두 길을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는 공공선을 향한 사랑의 최고의 형태”라는 말씀을 하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많이 기도하는 수도회의 신부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에는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지난 2004년 12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불이 나 젊은이 수백 명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달려가신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이셨다. 가난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의 곁으로 누구보다 먼저 발길을 옮긴 분이다. 누구보다 깊게 기도하는 사람이 누구보다 먼저 고통의 현장에 서 계셨던 거다. 그 두 개를 사람들은 별개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장 고요하게 기도하니까 가장 먼저 달려갈 수 있는 그런 정신이 생긴 거다. 이해타산, 계산이 많으면 달려가지 않는다.

그런 생각과 실천의 조화가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는 실천, 사유하지 않는 행동, 그리고 철학 없는 인생, 말하자면 영혼 없는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제가 말하는 영혼 있는 정치란 그 두 개가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거다. 생각하고 실천하며, 사유하고 생각하는 이들의 조화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것을 문학작품으로 제대로 형상화해서 시집이나 책으로 나올 수 있으면 가장 좋은 형태겠다. 여기서 일하면서도 그런 정신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도종환 의원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국정화 논란…국가 권력 vs. 학문
“해석을 사실로 뒤바꾸려고 해”

Q.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 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으로 활동 중에 계신데, 국정화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이것은 학문의 문제, 교육의 문제다. 그런데 국가 권력과 학문의 싸움으로, 교육적 문제를 전쟁으로 바꿔 정치가 맨 앞에서 이념전쟁이라 정의 내리고 이 전쟁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학자들한테 맡기고 교육계에 맡기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이념전쟁으로 규정하고 정의한 다음에 승리해야 한다고 몰고 가니 엄청난 탈법, 불법, 편법, 몰상식, 후진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로 바뀌어 버렸다.

역사는 민족의 집단자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는 영광과 자랑스러운 것도 있고 치욕과 부끄러운 것도 있다. 그 모든 것의 합이 바로 역사다. 그 모든 것의 있는 그대로의 반영, 있는 그대로 비춰 주는 게 역사다.

Q. 앞으로 만들어질 국정화 교과서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우려되는가.

역사는 사실과 해석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역사를 어떤 특정한 해석으로 묶겠다며 해석을 사실로 뒤바꾸려고 한다. 말하자면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는 사실을 건국이라고 해석하고 싶은 것이다. 해석을 사실로 바꾸려고 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건국 이전, 국가 성립되기 이전은 중요한 게 아닌 것이 된다, 자연히 독립운동이 중요한 게 아니게 되고 친일활동은 건국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을 쌓았던 활동으로 바뀌어 버린다. 친일이 아니고 총독부에서, 도지사로, 면사무소 직원으로 일한 거다. 면사무소의 직원으로 사람들을 징발해서 전쟁터에 내보내고 할당된 인원만큼 군 위안부를 보내고 징용과 징병으로 보낸 일을 한 것은 다 근대국가 형성을 위한 행정 경험을 했던 것이 된다. 당시 여러 주요기관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것은 근대 국가 형성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을 쌓았던 일로 보려는 것이고 그렇게 해석하려고 하는 거다. ‘그 힘들이 모여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이렇게 보고 싶은 거다.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나라를 잃고 망명정부를 세워 공화주의, 민주주의, 경제적 평등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만들었고 목숨을 던져가며 독립운동을 한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고 자부심이다. 이게 헌법에 나오는 우리의 법통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걸 인정하지 않고 ‘1948년에 비로소 건국된 나라다. 그전에는 국토, 국민, 주권이 없었기 때문에 나라도 아니다. 그러므로 건국 전에 있었던 일들은 나라도 아니었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건국을 위해 훈련을 쌓았던 사람들이 비로소 30여 년 지난 후에 건국한 것이다’라고 바꾸고 싶은 거다. 이렇게 된다면 아마 친일파들에게 건국훈장을 줄 거다. 그리고는 ‘이들은 친일파가 아니라 건국을 위해 훈련을 쌓았던 사람들이니 이제 이들을 비하하고 매도하지 말라’, ‘이들이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산업화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로 역사는 바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독재는 민주주의 제한 정책이었을 뿐인 걸로 정리된다. 친일과 독립운동 모두 별것 아닌 게 되는 등 이렇게 역사를 재해석하고 바꾸겠다는 거다. 이게 큰 문제다. 자기들이 믿고 싶은 해석을 사실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헌법 정신에 맞지 않고 우리 헌법적 가치에 맞지 않는 일을 우격다짐, 폭력적으로 하는 거다.

그리고 이것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절체절명의 전쟁이라고 김무성 당대표가 말하고 있다. 그 밑에 이론적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학자들이 만든 논리를 학계에서는 식민지근대화론이라고 한다. 식민지였지만 그때 근대국가의 기초를 쌓았다, 쌀 수탈도 수탈이 아니라 수출이었다고 주장한다. 총독부 통계에 보면 수출이다. 그런데 토지소유, 소작농, 쌀을 생산하는 과정과 수출하는 과정과 그 이익이 어디로 가는지 전체를 놓고 보면 수출이 아니라 수탈이다. 그 시대, 절대빈곤 속에서 억압받고 빼앗기고 수탈당하며 살아온 분들이 지금도 살아계신다. 지금 그분들에게 물어보라. 이게 수출이 맞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겠다는 거다. 그들의 역사관대로 일제 식민지 지배를 소득이 향상됐고, 철도가 놓였으며, 통신이 발달했고, 근대적 시간관념이 생긴 시대. 조선사람들은 북촌에 모여 살았고, 일본사람들은 용산과 남촌에 평화롭게 모여 살았던 시대. 마치 현대의 다문화시대처럼 포장하려 하는 거다.

   
 

Q. 정부가 국정화 교과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교육, 교과서 정책에 대한 정부정책이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사실을 알리고 정직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행정예고가 바로 그것이고 이러한 내용은 행정절차법에 명시돼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들에게 거짓 자료를 제공해 선동했다. 이후 진실을 알아가는 국민들의 수가 많아져 찬성과 반대의 폭이 20% 이상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다. 국민들의 의견을 다 들은 뒤에 이것들을 보고 검토해야 할 3일의 시간을 앞당겨 지난 11월 3일 발표해 버렸다.

특히, 황교안 총리는 지난 교과서 국정화 확정 발표에서 “99.9%의 학교가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0.1%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쓰는 3개 학교만 옳다는 말이다. 여기만 옳고 나머지는 다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행정 최고 책임자로써 오만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지금까지 몇 년간 99.9%의 학교가 편향된 교육을 받아왔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정부가 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만든 집필기준을 갖고 박근혜 정부 때 검정심의를 거쳐 통과된 교과서로 지금까지 가르쳐왔고, 가르쳐오는 동안 교사, 학생, 학부모, 누구하나 문제를 제기한 적 없다. 이념적인 편향 문제가 나온 적이 없고 ‘6.25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고 하는 교과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습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우리 아이가 주체사상을 배워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문제 제기한 교사, 학부모,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 내용이 교과서에 없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은 비판적으로 가르치도록 돼 있고 6.25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것이 명시돼 있다. 다만 이 교과서를 바꾸고 싶은 욕망과 욕심에 포로가 돼 있는 사람들만 문제가 있다고 펄펄 뛰고, 그 잘못된 자료를 제공받은 37%의 국민만 그 말을 믿고 있다.

국정 교과서에 대해 찬반 여론에서 찬성이 37% 밑으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다. 이 37%가 박근혜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는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하는 거다. 이 사람들에게도 교과서가 정말 편향돼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정직하게 자료를 제공하면서 설명했어야 한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김무성 대표 모두 교과서를 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직접 보지 않고 과거 교과서에 나온 얘기들을 확대 과장한 자료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등 국정화를 몰양심적이고 몰상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정부가 비판적 수용을 배제시키기 위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부분은 무엇인가.

북한에 대해 가르치는 단원이 있어 주체사상에 대한 내용은 교육 과정에 학습요소로 들어가 있다. 남북한 UN 동시 가입, 6.15 공동선언, 7.4 남북 공동선언, 탈북자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학습요소에 포함돼 있다. 그러니까 주체사상에 대해서 북한 학계에서는 뭐라고 주장하는지 그것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정치에 악용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다. 이게 교육 아닌가. 그런데 정부여당은 북한 학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분만 떼어내 주체사상을 애들이 배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외친다. 교육 과정도 모르는 억지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왜곡, 호도하는 거다.

Q. 지난달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들이 확정됐다. 그러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부와 편찬위는 ‘안정된 환경 속에서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과서를 집필할 때,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서 5편의 논문을 읽어야 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쟁점이 되는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은 자유로운 토론과 학문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검증하면서 교과서에 반영돼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안정된 환경이 무엇인가. 자유로운 토론이 폐쇄된, 밀실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필진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은 황우여 부총리가 국민 앞에서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계속 후퇴한다. 대표집필진 6명을 먼저 발표하겠다고 해놓고 그날 발표 자리에 1명밖에 안 왔다. 그 1명도 집에서 하루 종일 술 마시다가 저녁 때 여기자에게 실수하고 사퇴했다. 이게 이름이 공개됐기 때문에, 안정된 환경이 아니라서 이렇게 됐다는 것도 억측이다.

또한 정부는 집필진에 경제학자, 정치학자, 군사학자도 참여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 어떤 전문가가 참여했는지 왜 참여하는지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이걸 감추는 게 안정된 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균형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진보적인 학자들이 몇 명인지, 보수적인 학자들이 몇 명인지, 중도적인 학자들이 몇 명인지를 국민들에게 왜 공개를 못하는가. 어느 것 하나 떳떳하고 정당하지가 않다. 더불어 편찬심의위원회는 필진들이 쓴 원고를 받아서 그것들을 수정하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는 기구다. 이 구성원들이 어떤 사람인지 왜 국민들에게 공개를 못하는가. 이런 것 하나하나가 전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Q. 그런데 국정교과서는 학자가 아무리 원고를 잘 만들어도 편찬위에서 고칠 수 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이는데.

그게 국정이고 그게 핵심이다. 저작권을 국가가 갖는다고 법에 나와 있는 게 국정이다. 저작권을 국가가 갖고 국가 마음대로 고쳐도 불법이 아니다. 결국 교과서 국정화는 대통령이 만들고 싶은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 앞에 서면 전부 작아지는 남자들이다. 아무리 말을 해도 신뢰할 수 없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대통령의 그릇된 신념 때문에 잘못 입력된 것을 사실로 믿고 있는 이런 잘못된 확신, 그릇된 신념, 사실에 대한 무지 등에서 비롯된 잘못을 아무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다. 옳은 소리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지 않나. 총리, 부총리, 당대표 등 엄청난 힘을 가진 남자들이다. 이들은 살아온 경력이나 그동안 가지고 있던 권력이나 가지고 있는 정치적 힘이 큰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왜 옳은 소리 단 한마디를 못하고 그릇된 신념을 뒷받침해주는 잘못된 행정을 계속 하고 있는 지가 참으로 안타깝다.

   
 

Q. 찬성 측에서는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3년간 역사 교과서를 만들고 검증하는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 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중도와 우편향 교과서는 있어도 좌편향 교과서는 없다”고 말했다. 국편을 책임지던 이 보수적인 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국편에 있는 검증심의위원들이 역사 교과서를 검증한다. 그러고도 놓친 게 있으면 수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수정명령을 내리면 출판사들이 안 고칠 수 없다. 안 고치면 자기들의 책이 8종의 역사 교과서 중 선택을 못 받는다. 이들은 참고서 팔아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수년간 수억 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자기 출판사 책이 문제가 많다고 신문과 방송에서 계속 보도된다면 선택을 못 받을 것 아닌가. 그러니까 수정 명령을 내리면 바로 고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좌편향 교과서는 없는 거다.

단지, 이걸 바라보는 정부가 무조건 다 왼쪽이라고 하는 거다. 0.1%만 옳고 99.9%가 틀리다는 시각을 갖고 바라보니까 좌편향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진짜 좌편향 교과서라면 수정명령을 내려 고치게 하면 된다. 그런 권한이 국가와 교육부에 다 있다. 좌편향 교과서 논란은 이 검정시스템을 잘 운영하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교과서가 있으니까 좌편향이라는 얘기를 자꾸 하는 걸로 국정 교과서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황교안 총리가 이야기한 6.25 전쟁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는 자료를 제시한 교과서에 6.25 전쟁 전에 38선 근처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건 군사편찬위원회 자료, 즉 국방부 자료다. 그럼 국방부도 좌편향됐다는 건가. 결국 국방부, 교수, 학자, 교사 모두 좌편향이라는 건가. 자기들 빼고는 모두 말이다. 0.1% 빼고 다 좌편향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Q. 지난 1일 민변에서 지난달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국정 교과서 논란이 이것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겠나.

지켜봐야 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명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각각 3명씩 추천된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이처럼 헌재의 구성은 정부에 유리하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다수결로 하면 정부 측이 유리하게 나올 수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행정적 수단을 통해서 항의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헌재가 누구 편을 들어줄지, 정권눈치를 안보고 공정하게 국민여론에 귀 기울여 판결을 할지는 알 수 없다.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 대규모 국민적 저항은 불법집회냐 폭력진압이냐로 논점이 바뀌었다. 또한 이어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지만 역사학계나 교육계, 저희나 국민들은 이게 그냥 묻혀버린 이슈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이슈는 계속 진행 중이다.

Q. 앞으로 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해 어떤 대응을 계획하고 계신가.

앞으로 대응방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국정교과서로 가더라도 다시 검정교과서로 전환하는 일을 해야 한다. 국정교과서를 철회하고 검정교과서로 돌아오게 하는 일은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해야만 한다. 우리는 독재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몇 나라만 선택한 후진적 선택을 했다.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던 베트남도 2018년부터 검인정 교과서를 쓰겠다고 지난 4월 20일 발표했다. 국정 교과서를 쓰던 나라도 이렇게 바뀌고 있다. 우리가 국정으로 돌아가는 이 과정 자체가 다 역사에 기록될 텐데 참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니까 국정교과서가 검정교과서로 돌아오는, 또 나중에 교과서 자유발행제까지 갈 수 있도록 그렇게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일을 해야한다. 두 번째는 역사교육을 정상화하고 이번 기회에 역사교육 진흥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중등교육에서의 역사교육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더 나아가 평생교육, 시민교육으로써의 역사교육까지 쭉 발전시켜 자유롭게 토론하고 우리 역사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등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역사 교육 진흥에 관한 법도 만들고, 국정교과서 금지에 대한 법, 친일 미화를 못하게 만드는 법 등 법적 행정적 뒷받침을 만드는 일을 할 것이다.

국정교과서 철회를 위해 우리나라의 권위 있는 역사학자들, 석학들이 길거리 특강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났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역사 교실, 역사 강좌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저희 역시 오는 8일부터 매주 화요일 역사토크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 행사에는 당대표, 역사학자들과 심용환 강사, 송용진 작가 같은 국정 교과서 논란에서 유명해진 역사 강사들과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역사토크콘서트로 꾸며진다. 신부님들은 매주 월요일 서울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우리는 화요일 역사토크콘서트를, 수요일은 작은 촛불집회를, 토요일은 길거리 역사 강좌를 진행한다. 밤이면 전국 곳곳에서 역사교실이 열린다. 그리고 이번 논란을 접하면서 역사책들이 크고 작은 책들로 출판된다. 이런 일들이 계속 진행되면서 교과서 국정화 철회와 역사 교육 진흥에 관한 일들이 진행된다. 그리고 교과서를 만드는 1년간 각 단계를 계속 점검하고 확인하고 지적하고 하는 일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 도종환 의원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민중총궐기로 이어진 국정 교과서 논란
“학자들, ‘유신시대로 회귀’ 비판 쏟아내”

Q. 경찰은 지난 1차 민중총궐기를 불법폭력집회라고 말하며 2차 민중총궐기에 대해 금지 통보를 내리고 검거 위주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지금 이 나라에서 신종 쿠테타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는 학자가 있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종 쿠테타가 진행되고 있다, 역사 쿠테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쿠테타도 포함해서 신종 쿠테타라고 말한다.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폭력에 기반하는 국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국가라는 비판을 학자들이 쏟아내고 있다.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는 법에 보장돼 있는 기본권이다. 다만, 주최 측도 평화적인 방법과 보다 창의적이고 유쾌한 집회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불교계라든가 정치권도 인간띠를 만드는 등 지금까지의 집회와는 다른 집회를 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경찰에도 차벽 세우지 말아라, 우리가 인간띠로 앞에서 중간에 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주최 측을 설득해 동의를 얻었다. 그런 집회를 검거 위주로 나간다, 옛날 백골단을 부활시킨다, 이런 것은 그냥 독재국가로 가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경찰도 평화적인 집회를 하겠다고 하면 그걸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경찰이 그런 얘기를 먼저 해줬으면 좋겠다. 주최 측도 평화적인 집회의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거짓 선동을 하며 반대하는 국민들의 의견에도 폭력적으로 밀어붙이고, 거기에 대해 저항하면 그건 폭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가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으로 일을 끌어온 것은 반성하지 않고 자기들은 아무 책임 없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사과 한마디 없고, 이런 국가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Q. 1차 민중총궐기 이후 복면금지법이 발의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위헌적 요소도 내포한 법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6년과 2009년에도 비슷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는데 헌재와 인권위가 부적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새누리당의 여러 분들이 해외 사례를 들어서 복면금지법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지만 그건 전체주의와 인종주의 트라우마가 있는 독일이나 미국 등지 등의 특수성이 고려된 것으로 국내 상황과 빗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Q. 세월호 참사 때도 목소리 높여 정부를 비난하셨다.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

민주국가의 정부는 국민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100% 국민 화합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국민과 소통하고,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도종환 의원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새정치 분열 중…문·안·박 체제 필요
“국민들이 원하는 건 갈등 아닌 통합”

Q.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문·안·박) 체제를 지지하는 성명을 초·재선의원들과 내셨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전대 카드로 문재인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국민들이 바라는 건 통합이다. 국민들은 국정 교과서 문제에 대해 당이 잘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자꾸 대립하고 내부에서 분열하고 싸우고 대표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모습을 비추니까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통합이다.

Q. 문·안·박 체제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안·박 체제에 대한 지지는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는 대권후보들,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후보들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앞으로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여러 번 집권할 수 있다는 비전도 있고 인물도 있다, 이 얘기를 하는 거다. 공천 30%씩 나누자는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체제와 이런 후보들을 지금 여당은 갖고 있지 못하다. 이렇게 힘을 합쳐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행정가인데 어떻게 이런 해석을 할 수가 있나’ 이렇게 따질 문제는 아니다.

Q.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겪고 있는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현재 서로 분열된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 거의 당이 깨질 정도로 대립할 수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당을 꾸리더라도 마음에 안 들면 또 내려오라고 할 수 있다.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은 대립으로 가는 제안이자 대결로 가는 제안이다. 통합으로 가는 제안과 대립으로 가는 제안 중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함께 서로 손을 잡고 힘을 합쳐서 국민들에게 비전을 보여주고 희망을 제시해주는 거다. ‘정권 교체의 희망을 줘라’, ‘이런 정부 어떻게 계속 가게 할 수 있을 것이냐’ 국민들이 이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문·안·박, 이 세 힘들이 서로 합치는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통합을 하는 길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전당대회를 다시 소집해 표 대결로 가면, 그것이 통합에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국민들에게 희망의 열망을 갖게 하는 그런 전당대회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서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니까 그러면 통합을 위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내는 길이 과제로 남아있다. 위기가 심화되면 거기서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보며, 그렇지 않으면 다 죽는 길로 간다. 국민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새로운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는데 당장은 걱정이 참 많다.

Q. 정치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우리나라가 그래도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다, 괜찮은 나라다, 우리 정말 저력 있는 민족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현재 모든 지표가 보여주는 것처럼 젊은이들이 참 살기 어려운 사회가 됐지만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한 번 더 도약하고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이런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그걸 보여주지 못하면 국회의원을 재선하고 3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는 정치가 필요하다.

Q.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계신가.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다. 지금은 교과서 국정화 저지 싸움에 집중할 때이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일단 이 부분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교과서 국정화 관련 단계별로 점검하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는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와 관련해서 단계별로 점검하고 해야 할 일들에 주력할 것이다. 문화와 관련해 의정활동 기간 내내 추진해왔던 일이 문학 진흥 관련 ‘문학진흥법’ 제정과 ‘국립 근대문학관’ 설립이다. 법은 법안 소위를 거쳐 통과하는 일이 남았고, 국립 근대문학관은 내년에 10억이 편성돼 실시 설계에 들어가게 된다. 국립 근대문학관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칭)을 발족시켜서 실질적인 논의를 하고 방향을 정하는 일에도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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