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블랙골드 개발 프로젝트 총 공사비 2배 이상 증액
하베스트, 유동성 위기로 올 초 100명 해고 이어 현재도 구조조정 중
석유공사, 계약 변경 불가피했던 상황…특혜 준 것 아냐
GS건설, 현지 인건비 지나치게 상승…해당 부분만 증액돼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한국석유공사가 자회사 하베스트(Harvest)를 통해 진행한 캐나다 블랙골드 개발 프로젝트에서 GS건설에 3000억원대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석유공사는 지난 2010년 공개입찰을 통해 GS건설을 블랙골드 개발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GS건설은 1년여 만에 공사 비용이 예상한 것보다 많이 든다며 계약 변경을 요청했고, 하베스트는 이를 수용해 기존 3100억원이었던 총 공사비는 65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이 과정에서 하베스트가 사업성 평가를 하지 않은 채 GS건설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실상 석유공사가 GS건설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2009년 약 4조5000억원에 석유공사에 인수된 하베스트는 역사상 최악의 해외자원 투자로 비난받고 있다. 이미 2조원 이상의 손실이 났고 올 상반기에만 하베스트는 3000억 상당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이처럼 해외자원 투자 사업에 막대한 국민 혈세를 써놓고도 처참히 실패해 비난을 받고 있는 공기업이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본지는 석유공사와 GS건설 간의 석연치 않은 의혹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 블랙골드 오일샌드 건설현장 위치도

의혹1> 의미 없는 최저가 낙찰…계약 변경도 GS 뜻대로?

하베스트는 2010년 7월 오일샌드인 블랙골드 개발을 위해 공개입찰을 통해 GS건설과 3100억원 상당의 건설계약(EPC)을 체결했다. 삼성, 현대, SK 등 국내 대기업들도 참가한 입찰에서 GS건설이 최저가를 써내 낙찰됐다.

그런데 2011년 11월 GS건설은 예상보다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하베스트에 계약 변경을 요청했고, 6개월 뒤인 2012년 5월 하베스트 이사회는 GS건설과의 계약 변경안을 의결, 건설대금은 3100억원에서 6500억원으로 3400억원 상당 늘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당시 계약 변경 과정에서 특혜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 변경 시 건설계약 금액만 늘어난 게 아니라 계약 방식 자체가 변경됐다는 것.

최초 계약은 일괄수주(Lump sum turn-key) 방식으로 공사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상관없이 3100억원을 지급하는 계약이었지만 변경된 계약은 월별 실비정산(Reimbursable) 방식으로 건설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든지 매월 소요금액을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결국 GS건설은 최저가를 써내 낙찰받았음에도 계약 방식 변경으로 늘어난 공사비를 충당해 전혀 손해를 보지 않고 공사를 마칠 수 있게 된 셈이다.

혹2> 석유공사 팀장은 GS건설 해결사인가

또 다른 의혹은 계약 변경 전 하베스트 블랙골드 책임자가 캐나다인에서 석유공사 파견직원으로 바뀐 점이다.

석유공사는 일괄수주에서 실비정산으로 계약방식이 변경된 이유가 캐나다 기업인 하베스트가 일괄수주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정 계약 과정은 이미 GS건설이 계약 변경을 요청하기 수개월 전에 파견된 석유공사 팀장에 의해 이뤄졌다고 홍영표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홍 의원에 따르면 “(해당 팀장은) GS건설 변경계약을 해결하기 위해 하베스트에 파견된 직원”이라는 석유 공사의 증언도 나와 특혜 의혹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의혹3> 사업비 폭등에도 사업성 평가 없어

뿐만 아니라 건설비용이 두 배 이상 폭증했지만 하베스트는 사업성 평가를 다시 하지 않아 이 또한 미심쩍은 점으로 꼽힌다.

홍 의원에 따르면 블랙골드와 같은 오일샌드 개발사업은 초기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건설비용의 폭증은 전반적인 사업악화로 이어져 사업비가 폭등할 경우 순현재가치(NPV)와 내부수익률(IRR) 등을 재계산해 사업의 중지 또는 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하베스트는 사업비 폭등에도 오히려 사업이 지연된다며 계약 변경을 서두르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의혹4> 석유공사 이사회 보고도 없이 이뤄진 투자

하베스트의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석유공사나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이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 등 중요한 결정은 석유공사 이사회 등 공식적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보고 및 통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석유공사 파견 직원에 의해 일이 처리되고, 석유공사 임원들이 참여한 하베스트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사안이 석유공사 본사 이사회나 공식 채널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혹5> 하베스트 유동성 위기 속 GS건설 직원은 억대 연봉

온갖 특혜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지난 2월 블랙골드 개발 사업은 완료돼 하루 1만배럴의 원유생산 시설이 완성됐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로 현재까지 시운전도 못한 상태로,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만 소요되고 있다.

더불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하베스트는 올해 초 100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현재 2차 구조조정 중에 있다.

반면 프로젝트 당시 현지에 파견됐던 GS건설 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GS건설 블랙골드 프로젝트 담당 직원의 월급은 사원이 1260만원, 과장이 1800만원, 차·부장은 2000만원 이상이다.

하베스트는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GS건설 직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출하면서까지 프로젝트를 완성시켰지만 막상 하베스트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홍 의원은 “하베스트가 GS건설에 수천억원의 특혜를 준 것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종 의혹을 명명백백히 검증하기 위해 국감에서 허창수 GS건설 회장을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재벌 오너는 증인으로 부를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방침에 막혀 채택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 “계약 변경 불가피…특혜 없었다”

GS건설 “현지 인건비 상승이 문제…해당 비용만 증액돼”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계약 변경이 불가피했던 상황이었다며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일괄수주 방식으로 계약된) 정산 금액으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돼GS건설 측에서 계약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며 “내부 특별검증위원회를 꾸려IRR 등의 경제성 재평가 결과를 가지고 계약 변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정 계약이 GS건설이 계약 변경을 요청하기 수개월 전에 파견된 석유공사 팀장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팀장이 담당 부서 직원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발생해서 매트릭스 조직처럼 이동한 것일 뿐, 계약 수정 전에 혜택을 주기 전에 간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베스트가 사업비 폭등에도 사업성 재평가를 하지 않고 계약 변경을 서둘렀다는 의혹에는 내부 특별검증위원회를 꾸려 IRR과 투자 회수액 분석(payout) 등의 경제성 재평가 결과, 이익이 나기 때문에 진행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더불어 계약 변경 협상만 3개월 동안 진행했고 하베스트 현지 이사회도 의결 통과한 사안이라며 계약 변경을 서둘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석유공사 본사 이사회나 공식 채널에 대한 보고 누락 의혹 역시 “CEO인 사장에게 공식결제라인을 통해 보고되고 특별검증위원회 등을 통해 사업성 재평가를 한 이후 하베스트 이사회에서 통과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회사가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 치명적인 결함을 주는 경우에는 당연히 공사 이사회에도 안건이 올라가지만, 이번 건은 손실이 난 게 아니라 기존 계약을 수정하는 수정 계약이었고 당시 하베스트의 손실 부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GS건설 역시 석유공사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다른 경쟁사들과의 경쟁입찰을 통해 공사를 수주했으며, 다만 일을 진행하다 보니 예상과 달리 현지 인건비가 지나치게 상승돼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계약 변경으로) 증액된 부분에서도 설계비, 자재비 등은 증액이 없었고 현지 노무 비용만 증가됐다”고 선을 그었다.

프로젝트 당시 현지에 파견된 GS건설 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지 파견수당, 현지 세금, 간접비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고 정확한 금액은 그 정도가 안 된다”며, “자사내규에 의한 연봉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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