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노브랜드 상품

디자인 유사… 노란색 바탕·검은색 글씨
합리적 소비 돕는다는 콘셉트 동일

이마트, 전세계적으로 시행중인 상품기획
전문가 의견 분분… 표절 아냐vs.분쟁여지 있어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이마트의 ‘노브랜드’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캐나다 최대 유통업체인 로블로의 ‘노네임’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8월 20일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다는 뜻을 담아 노브랜드 상품 150여 종을 출시했다.

신세계는 노브랜드란 이름 그대로 상품의 브랜드, 이름을 없애고 포장을 간소화하는 등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기까지의 소비비용 거품을 뺐다. 이에 따라 제품 표면에는 예를 들어 물티슈의 경우 ‘물티슈’, 버터쿠키의 경우 ‘버터쿠키’라고 고유의 제품 이름만이 적혀있다.

신세계는 이 같은 개념이 이마트의 비밀연구소 ‘52주 발명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낸 연구결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캐나다 1위 유통업체인 로블로가 이 같은 콘셉트를 이마트보다 먼저 적용한 사실이 확인되자 이마트가 로블로(Loblaw)의 ‘노네임’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노브랜드’와 ‘노네임’ 상품의 디자인은 상당히 유사해 거센 표절 논란의 배경이 됐다. 두 상품 모두 디자인이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가 기입된 점이 특징이다.

로블로는 1978년 ‘노네임’을 출시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기존가보다 10~40% 저렴하게 상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가성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16개였던 제품군을 최근에는 2900개까지 확대했다.

현재 이마트 ‘노브랜드’는 국내 특허청에 상표권 등록이 돼 있다. 또한 로블로의 ‘노네임’은 국내가 아닌 캐나다 특허청에만 상표등록이 돼 있는 상태다.

이번 표절 의혹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절대 표절이 아니다”며 “로블로의 ‘노네임’뿐 아니라 초저가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유사한 콘셉트는 독일 유통업체 메트로의 ‘MON’ 등 세계적으로 많이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콘셉트는 대형마트의 발전 단계에서 충분히 기획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이마트가 처음으로 초저가 상품 출시를 위해 적용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디자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이마트가 포장에 노란색을 사용한 것은 이마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며 “심지어 ‘노네임’과 ‘노브랜드’가 사용한 노란색은 각각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유사성만으로 표절 아냐”vs “부정경쟁행위”

   
▲ 이마트에 배치된 노브랜드 상품

이번 이마트의 표절 의혹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해움국제특허법률사무소 김웅 변리사는 법적인 권리 침해가 성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김 변리사는 “상표법 관점에서 ‘노네임’은 국내에 상표등록이 돼 있지 않으므로 캐나다에서 상표권을 취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서는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오히려 ‘노브랜드’가 상표등록이 돼 있으므로 이마트의 상표 사용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리사는 이어 “디자인보호법 관점에서도 노란색의 포장지에 검은색 글자가 쓰여진 콘셉트만으로 디자인권을 인정받기는 힘들다”며 “단순히 사업 콘셉트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표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낙삼 상품기획전문가 역시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월마트 등 외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례를 이마트가 가져온 것이다”라며 “유통업체라면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상품기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가 로블로와 동일한 색을 디자인에 사용했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특히 노란색과 검정색은 교통표지판에 사용되는 색으로 눈에 가장 띄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색으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법무법인 KCL 소속 지적재산권전문 김범희 변호사는 분쟁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상품의 포장이나 용기 혹은 외관이라도 국내 특정 소비자층에 널리 알려져있다면 부정경쟁행위로 보호될 수 있다”며 “일부 디자인 콘셉트를 참고했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상품 출처의 혼동을 가져 온다면 문제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로블로 측에 벤치마킹 사실을 알려 표절 논란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간 표절 분쟁으로까지 확대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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