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

   
▲ 조성주 소장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청춘들의 경제적 어려움보다 내면의 변화가 중요해
현재 청춘,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시기로 바뀌어

한국사회, 아무리 노력해도 더 대접받을 수 없어
헬조선, 개인의 노력 문제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

수저계급론, 한국의 불평등은 세습문제에서 기인…정치가 나서야
정치에 냉소하는 청년들…정치가 그들 삶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줘야

지금의 노동개혁으로는 청년들 문제 해결할 수 없어
2016년, 청년들 스스로 미래 선택하는 해 됐으면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청춘은 청춘에게 주기에 너무 아깝다”-조지 버나드 쇼(극작가)
“내가 만약 신이라면 인생의 끝에 청춘을 자리하게 할 것이다”-이노톨 프랜스(소설가) 

하지만 이들의 말처럼 빛나는 청춘은 우리 사회에서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던 청년들은 계속해서 포기해야 할 것이 늘어만 갔다. 금, 은, 흙으로 만든 숟가락을 기준으로 나눠진 새로운 계급론과 함께 헬조선이 열렸고 탈조선 하려는 청년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찾아왔다.

지난해 이런 청춘들의 이야기를 모은 <청춘일기>로 우리 시대 청년들의 ‘정직한 절망’과 ‘적당한 희망’에 대해 말한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 <투데이신문>은 조 소장을 만나 헬조선에서 살고 있는 청춘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 그 해결방안에 대해 들었다.

   
▲ 조성주 소장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지금을 사는 청춘들의 이야기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

Q.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까지 다양한 청춘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청춘일기>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낸 게 인상적이었다.

사실 언론 등을 통해 청춘들의 고된 삶을 바라볼 때는 단순히 ‘참 안타깝다’ 이런 생각이었다. 그러나 청년유니온에서 일하며 실제로 그들과 마주하면서 ‘그들의 삶이 안타깝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뭔가 잘못됐구나’로 시선이 옮겨진 것 같다. 이렇게 개개인을 동정하던 시선에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옮겨가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들이 경제적으로 힘들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내면에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다. 제가 만난 청춘들은 그들 내면에서 사회에 대한 적개심도 드러냈다. 그런 게 일베(극우인터넷커뮤니티) 같은 것이 생긴 원인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 등 표피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그들이 정치나 사회,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가, 공동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이 바뀌는가, 이런 것들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

Q. 청년들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 아팠던 사연은 무엇이었나.

너무 많이 지나가 딱 하나만 짚기 어렵다. 한번은 텔레마케터를 하다가 인격적 모독 등으로 그만둔 청년이 있었다. 그래서 함께 새로운 일을 찾아보려 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텔레마케터밖에 없어 다시 돌아갔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던가 이런 부분은 함께 싸워줄 수 있는데 새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다시 그곳으로 본인 스스로 돌아가야 했을 때 속상했다.

Q. 청춘이란 가장 아름답고 희망찬 시절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청춘의 개념은 인내와 절망이 가득한 시절로 의미가 바뀐 것 같다.

청춘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 제일 넓은 시절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청춘들은 그 가능성의 공간이 오히려 가장 좁은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이 가능성의 공간이 더 넓은 것 같다. 청년층이 느끼는 불안은 일자리, 소득, 주거, 부채 등인데 이런 불안의 원인은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미래가 굉장히 불투명해지지 않나. 청춘, 젊은 시절이라는 건 다소 불안한 시절은 맞다. 하지만 현재 청춘들의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안 수준을 넘어 당장 오늘 내일의 생존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수준까지 온 것 같다. 60~70년대도 청춘은 확정된 게 없는 불안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절과 달리 오늘의 생존에 대한 위협까지 느끼는 시기로 바뀌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Q. 그럼에도 청년들에게 고통은 필연적이고 도전정신과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기성세대 분들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하자 이에 모 작가님은 ‘아프면 환자지 왜 청춘이냐’라고 반박했다. 그 말에 굉장히 공감한다. 그래서 청년유니온 활동을 할 때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질러라’라고 얘기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청춘이 아파도 지나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옛날에는 지나가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청춘 때 아프면 죽을 때까지 아프다. 그러니까 이러한 얘기에 반발을 갖는 거다. 20대의 한철, 30대의 잠깐으로 지나가지 않는다. 40~50대를 지나 60대에는 노인빈곤으로 이어진다. 저도 30대 후반인데 20대에게 더 노력하라고 차마 얘기 못 하겠다. 왜냐면 저보다 훨씬 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안다. 솔직히 얼마나, 어떻게 더 노력하라는 얘기냐는 생각이 든다. 단군이래 가장 열심히 살고 노력하며 그만큼 실력이 있는 세대다. 그런데 그만큼 대접을 못 받으니까 문제인 거다. 노력에 대한 대가를 사회가 줄 수 없는 데 더 노력하라는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 조성주 소장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Q. <청춘일기>를 보면 전태일 열사의 글이 곳곳에서 인용됐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문제에 있어서 전태일 열사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도 있지만 1960년대 노동의 상징인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통해 그때와 2010년대에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을 대비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또 하나는 청춘일기에서 썼던 그 수많은 청춘들이 하는 일들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과 노동자란 것이 대기업 제조업 현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하는 이들도 노동을 하고 이들도 노동자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Q. 만약 전태일 열사가 현재를 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1960년대와 똑같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전태일 열사가 안타깝게 바라보고 생각했던 봉제공장의 시다, 여공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 비정규직이고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다. 장소와 시기만 달라졌지 똑같다. 아마 지금 전태일 열사가 살아 계시다면 어딘가에서 고공농성 같은 걸 하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Q.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 캠퍼스에는 낭만 대신 불안이 자리한 지 오래다. 또 순수인문학과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대학이 취업 학원화되고 있다. 이들에게 다시 청춘의 낭만을 돌려줄 방법은 없을까.

낭만 이런 얘기하면 아마 청춘들이 ‘낭만 같은 소리하고 앉아 있네’라고 얘기하지 않을까. 생존이 있고 나서야 낭만이 있지 않겠나. 과거의 캠퍼스가 낭만의 공간이었던 시절은 생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그들이 삭막해진 게 아니라 사회가 삭막해진 거다. 결국 생존할 수 있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들어줘야 낭만이 찾아오는 거라 생각한다. 신경민 시인의 <그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시가 있다.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그걸 느끼지만 선택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거다. 낭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Q. 일본의 ‘달관세대’, 우리나라의 ‘n포세대’ 등 이 시대 청년들의 불안한 현실을 대변하는 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 등장하는 청년세대를 둘러싼 이런 단어들에 대해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달관세대는 절반 정도 긍정의 의미는 있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최저 시급, 일자리의 질, 비정규직 비율 등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보니 이전 세대와 같은 부와 성공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살아갈 수는 있다는 의미로 달관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그에 반해 한국의 n포세대는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는 거고 그로 인해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다. 88만원세대, n포세대에 이어 최근에는 ‘헬조선’이라고 아예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있질 않나. 이미 한국의 젊은 세대한테는 무엇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들이 나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강요하는 문제라고 인지하고 있는 거다. 최근 한국사회의 문제를 잘 표현하는 단어인 것 같다.

Q. 특히 2015년 한 해 ‘수저계급론’이 우리나라를 뒤덮었다. 그만큼 부의 대물림,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수저계급론은 헬조선을 만든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불평등이라고 보고 있다. 이 불평등이 개인의 노력에 기인한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 부의 세습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다. 미국도 현재 불평등이 사회적 이슈다. 하지만 미국은 이 문제를 금융의 과도한 자본이득 때문이라고 본다면 우리 청년들은 한국의 경우 그런 산업간 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세습의 문제로 본다는 거다. 수저란 그런 거다. 한국 경제,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건드렸다고 본다. 해결방법은 정치에 있다. 정치라는 것이 한정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지 않나. 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한정된 자원이 적절히 잘 분배되지 않고 있고, 그것이 한국사회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정치가 이걸 재조정해줘야 한다.

   
▲ 지난해 6월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진행된 정의당 전국동시당직선거 전북지역 순회유세에서 조성주 후보가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쫓겨나고 있는 청년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청년과 맞을 수밖에 없어”

Q. 현실에 실망하고 절망한 청춘들의 정치적 무관심도 문제다. 이들에게 정치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해준다면.

투표도 했고 정치에 참여해왔는데 지난 10년간 바뀐 게 없지 않나. 당연히 정치에 냉소적이게 되는 거다. 청년들에게 ‘투표를 해야 당신들의 삶이 좋아집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정치가 청년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줘야만 그들이 돌아올 수 있다. 정치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청년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거다. 무언가 바뀌어 사회가 바뀔지 몰라도 그게 나한테 실제로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변화를 해야 하는 건 정치다. 이대로 놔두면 청년들을 위해 영영 바뀌지 않는다.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문제가 해결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게 정치다. 어떤 가능성의 세계를 연다는 것, 청년하고 정치는 본질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지 않나. 한국 정치가 안 좋아지면서 가능성이 좁아졌지만, 정치가 조금만 바뀌면 청년들의 가능성이 훨씬 열리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정의당 당 대표 출마선언문에서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쫓겨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해 말해주셨다. 여기에 청춘들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을 다시 광장으로 데려올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가.

가장 첫 번째는 정당인 것 같다. 민주주의의 광장이라는 것은 정치가 작동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쫓겨나고 있는 시민들’로 표현한 거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람들로 청년들이 있다. 이들을 다시 광장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듯이 ‘이 사람들이 투표하게만 하게 된다’가 정치는 아니다. 정치는 정당이 하는 거다. 즉 좋은 정당을 통해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저는 그 답을 정당에서 찾고 싶었다. 어떤 정당이 이들과 함께하는 정당인가, 이들을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자기들의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런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나가 이 해법이 정당에 있지 않느냐고 얘기한 거다.

Q. 박근혜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문제는 평가할 만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청년정책이라는 건 청년을 이미지화해서 인질로 삼아놓고 나머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있었던 게 해외취업장려 같은 것들인데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번 노동개혁도 청년을 위해 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혀 관련 없는 문제를 가지고 이미지로써만 소비한다는 느낌이 든다.

Q. 청년들은 오래전부터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열정을 강요받고 있다. 더욱이 현재 비정규직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노동개혁법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년 고용문제가 노동개혁으로 해결될 수 있겠나.

지금 얘기되고 있는 노동개혁은 전혀 청년들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를 마치 상관있는 것처럼 다루고 있는 게 제일 큰 문제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하나가 아니라 제1노동시장과 제2노동시장, 이 두 개로 쪼개져 있다. 제1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 공공 부분 등 노동조합도 있고 근로기준법은 지켜지는데 임금인상 등이 문제가 된다. 제2노동시장은 주로 청년들이 있는 비정규직, 불안정노동, 특수고용직 등으로 이뤄지며 근로기준법도 적용 안 되고 노동자라고 인정도 못 받는다. 또 상시적인 해고 등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들 대부분은 이 제2노동시장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데 지금 정부의 노동개혁안에서 얘기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일반해고 등은 옳고 그름을 떠나 모두 제1노동시장에 관련된 얘기다. 제1노동시장의 얘기를 가지고 제2노동시장에 있는 청년들에게 뭔가 해결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의 노동개혁안으로는 제1노동시장의 노동의 질이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제2노동시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두 개는 완전히 분리된 서로 다른 세계다. 그래서 지금의 개혁안으로는 제2노동시장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본다.

Q. 그렇다면 이러한 노동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의 구조 자체를 다시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 제2노동시장의 핵심적인 문제는 이들을 다 정규직화 하는 등 제1노동시장의 개념을 갖고 오는 게 아니라 실업안전망을 만드는 게 제일 급할 것 같다. 실업자가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버티다가 또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실업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대부분 한국의 일자리 정책은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금 일자리 양이 부족한 게 아니다. 청년들이 대부분 제2노동시장에 취업을 하는데 이 시장의 일자리 질이 너무 낮기 때문에 아예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버리는 게 문제다. 노동의 질이 어느 정도 담보돼야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된다.

   
▲ 지난 2011년 11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청춘 콘서트 2.0, 김여진의 Action 토크'에서 조성주 소장(가운데)이 패널들과 함께 비정규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김여진, 정동영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 조성주 당시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성공회대 우석훈 외래교수, 송화선 씨. <사진제공=뉴시스>

헬조선에서 살아갈 청년들, 어떻게 살아야 하나
“2016년 청년들, 미래 선택할 수 있는 한 해 됐으면”

Q. 청년유니온의 창립멤버이자 정책기획팀장으로 활동해 오셨다. 그간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시나.

‘청년들이 하는 것도 노동이고 그들도 노동자다’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게 제일 큰 것 같다. 그전까지 아르바이트는 사회경험으로 여겨졌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사문화돼 있는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해결해 냈으며 노동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노동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곳곳에서 숨겨져 있는 한국의 청년들과 관련된 잘못된 사각지대들을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역할을 잘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법과 제도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부분까지 같이 해나가고 있어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Q. 현재는 어떤 청년 이슈에 관심을 갖고 계신가.

노동시간에 관심이 많다. 청년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들은 임금이나 고용안정에만 문제를 느끼는 게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길 원해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불만이 크더라. 그래서 청년들이 조금 더 원활하게 자기 삶을 영위하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청년들은 기성세대처럼 자발적인 야근을 해서 끝까지 회사에 충성하겠다는 생각보단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일과 삶의 질에 관심이 많지 않나. 그러려면 노동시간이 짧아야 된다.

Q. 그럼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이 있을까.

다양한 방식의 노동시간 단축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주 40시간에서 연장근로를 줄이거나 또는 휴일이나 휴가를 많이 배정하거나 여름 휴가를 공식화하는 등의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Q. 지난해 8월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으로 임명되셨다. 청년들에 대한 어떤 정책들을 준비 중이신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업안전망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다. 지금 한국의 실업안전망, 고용보험은 사각지대가 굉장히 크다. 절반 이상이 실업급여를 못 받는 등 고용보험제도 밖에 있다. 또 거기에 청년들 다수가 있다. 그다음으로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건 청년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가치관, 미래와 연결되는 문제다. 이어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특히 제2노동시장에서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주거문제다. 청년들의 주거문제가 예상외로 심각하다. 서울 같은 경우는 청년 주거 빈곤율이 30%가 넘는 등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 중에 있다.

   
▲ 조성주 소장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Q. 청춘들을 위해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실 생각인가.

청년들의 미래와 청년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정치가로서 활동해나가는 게 가장 기본이겠다. 일단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 그리고 좋은 정치가가 돼서 청년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중요한 정치가로 성장하는 것 등을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미래정치센터 소장으로서 정치에 도전하고 싶은 청년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사업들을 많이 하려고 한다.

Q. 2016년 새해를 맞아 앞으로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제가 감히 청년들에게 어떻게 살자라고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2016년은 총선이라는 중요한 선거가 있는 해다. 또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등 연속으로 중요한 선거가 있다. 더불어 본격화된 저성장시대에 산업구조변화 등을 맞이할 경제도 큰 변화의 시점을 맞을 것으로 본다. 이렇듯 앞으로의 3~4년이 한국 사회가 향후 어느 방향을 향해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미래에 주역으로 살아갈 청년들의 목소리가 포함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청년들이 더 오래 살아갈 미래이지 않나. 그런데 우리 정치나 정당, 각 분야의 주요 리더들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잘 수용하지 않고 있다. 2016년은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그런 해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저 같은 사람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함께 그런 노력과 희망을 만들어가는 2016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이 부분에서 기성세대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제일 먼저 청년세대와 소통했으면 좋겠다. 미리 그들을 규정하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듣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등 세대 간의 소통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서로 간의 선입견이 너무 큰 것 같다. 소통과 더불어 미래를 설계할 때 그 미래는 청년들의 것임을 알고 그들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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