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교섭단체 시한은 다가오는데 돌파구 없어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세, 정체성 모호 때문?

이희호 여사 몰래녹음 사건, 호남 강타
원내교섭단체 꾸리려다 새정치 실종돼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빨간 불이 켜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을 위협할 정도의 기세를 보였던 국민의당이다. 그런데 이제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고 있다. 천정을 모르고 치솟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시한은 다가오는데 현역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당내 문제로 인해 더욱 복잡한 상황이 됐다. 국민의당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는 요즘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지지도 조사결과, 새누리당 42.6%, 더불어민주당 24.3%, 국민의당 13.2% 순으로 집계됐다.

1월 넷째 주 주중집계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지난주 대비 3.4%p 상승한 42.6%로 40%대 초중반으로 올라섰다. 더민주는 0.7%p 내린 24.3%로, 천정배·박주선 의원과 통합한 국민의당은 3.9%p 하락한 13.2%로 조사됐다.

정의당은 1.1%p 내린 3.5%, 기타 정당은 1.4%p 상승한 3.8%로 집계됐다. 무당층은 2.4%p 증가한 12.6%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4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50%와 유선전화 50%, 병행 임의걸기(RDD),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됐으며, 응답률은 5.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하락세 보이는 지지율

이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당 지지율이 상당히 많이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 현상이 리얼미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론조사기관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은 꾸준히 자신의 지지율을 지키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은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걱정이 상당히 많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처음으로 만들어질 때에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구도를 타파하고 제3정당의 출현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무당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그 이후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이 가장 큰 타격을 줬다. 이승만 국부 발언은 합리적 보수층과 진보층 모두의 이탈을 가져왔다. 보수층 사이에서도 이승만 국부 발언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모셔야 한다는 뜻은 보수층에서도 일부 보수층에서만 공감을 보이고 있지, 보수층 전체가 이 발언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합리적 보수층이 국민의당을 떠나기 시작했다.

또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몰래녹음 사건이 큰 타격을 줬다.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면서 몰래녹음한 것도 결례이자 불법에 해당되는데 녹취록을 언론에 흘렸다는 것 자체가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물론 안철수 의원은 실무진의 실수였다면서 개인적인 일탈로 귀결시키고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그 정치적 파장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야권 지지층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이희호 여사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여성 운동가였기 때문에 존경을 하고 있다. 그런데 몰래녹음을 한 것도, 그것은 언론에 흘린 것도 야권 지지층에게는 큰 파장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민의당 측은 이희호 여사가 국민의당을 지지했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야권 지지층을 돌아서게 만들어 버렸다.

아무리 실무진의 실수였다고 하지만 그것은 야권 지지층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특히 호남의 민심은 더욱 들끓고 있다. 여기에 이희호 여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는 괘씸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촉발시켰다. 이로 인해 호남에서의 정통성 경쟁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호남에서 빨간 불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정치’를 하겠다면서 ‘새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현역의원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문제는 받아들인 현역 의원들 중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교체대상으로 꼽던 의원들이었다. 새정치를 하기 위해서 이들의 물갈이가 필요했었다. 때문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의 공천 혁신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혁신의 대상(현역의원)을 받아들였다. 호남에서는 이들의 물갈이 여론이 상당히 높다. 물갈이 여론이 높은 현역의원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지지층으로부터 “도대체 새정치가 뭐냐”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지지층이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당이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을 때 그것도 의문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3명의 현역 의원들이 필요하다. 다급해진 국민의당은 무소속 박지원 의원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2심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만 돼도 공천에서 배제를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과는 상충된 입장이다. 신학용 의원의 경우에는 자신이 공천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받아들였다고 해명을 했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은 그 어느 의원들보다 지역구 출마의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받아들인다면 국민의당이 생각했던 새정치와는 완전히 위배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기 위해 박지원 의원을 받아들이는 순간 국민의당은 완전히 몰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민의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박지원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도 없다. 원내교섭단체를 꾸리지 못하면 국가보조금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자금이 모자라면 선거도 제대로 치룰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느냐 꾸리지 않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과 나란히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그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만큼 지지율 상승 가능성도 열리는 것이다. 때문에 원내교섭단체를 꾸려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매몰되면서 새정치는 실종하게 된다.

돌파구는 보이지 않아

국민의당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새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요원한 일이다. 창당을 마치게 되면 본격적인 공천 과정으로 접어들게 된다. 공천 과정에 접어들게 되면 현역 물갈이 여론이 맞물리게 된다. 벌써부터 계파 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합류한 천정배 의원은 ‘뉴DJ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면서 현역 물갈이 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주승용 원내대표는 다선 의원이라고 무조건 물갈이 대상에 포함돼서는 안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역 물갈이를 놓고 상당한 갈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역 컷오프 30%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역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현역 컷오프 20%에 반발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던 현역 의원들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에서 현역 컷오프 30%가 제기된다면 현역들로서는 상당히 큰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국민의당 지지율이 6~7%대로 고착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현재 그만큼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돌파구 마련도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국민의당이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현역의원 전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만큼 국민의당은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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