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주행능력·스타일에 환경까지 다 갖추다

   
▲ 출발하기 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푸조 2008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프랑스산 작은 사자가 새로운 심장을 이식받고 돌아왔습니다. 연비와 주행능력, 스타일에 환경까지 4마리 토끼를 노리는 욕심쟁이가 돼서 말이죠.

지난 2014년 10월 국내에 첫선을 보인 ‘푸조 2008’은 지난해 푸조가 한국에 판 7000대 중 58%인 4048대를 기록하며 2015년 푸조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올 1월, 유로 6를 만족하는 심장을 달고 돌아온 2016년 푸조 2008을 만나봤습니다. 이번에 기자와 함께한 2008은 최상위 트림인 펠린(Feline) 모델입니다.

   
▲ 푸조 2008의 공인연비와 실주행 연비

거짓말쟁이 2008…이번에도 또 거짓말

새롭게 적용된 유로6를 만족하는 BlueHDi 엔진은 마력(92마력→99마력)과 토크(23.5kg·m→25.9kg·m)가 이전 유로5 모델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푸조의 상징인 6단 MCP 변속기를 통해 공인연비(17.4km/ℓ→18.0km/ℓ)도 보다 늘었습니다. 푸조의 공인연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푸조는 또다시 ‘뻥 연비’를 들고 나왔습니다.

고속-시내 주행 비율 5:5로 150km가량을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21.7km/ℓ로 기록됐습니다. 코스는 여의도 63빌딩 부근 한강 주차장에서부터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거쳐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지나 가평까지의 여정이었습니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는 평일 낮에도 차들로 가득했고 서울-춘천 고속도로에서는 틈만 나면 밟았습니다. 그런데도 21.7km/ℓ가 찍혔습니다. 2008 오너 분들 중에는 30km/ℓ 이상 나오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뻥 연비.

또 유로 6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PSA그룹은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에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입자 필터) 기술을 조합,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90%까지 현저히 줄이고 미세한 입자 제거율을 99.9%까지 높였습니다. 이로 인해 약 300만원 가량의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했지만, 2690만원부터 시작하는 합리적 가격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푸조 2008의 1560cc BlueHDi 엔진과 MCP 변속기

울컥 변속기 ‘MCP’…진입장벽? 운전의 재미?

푸조가 특유의 뻥 연비로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페이크 하이브리드 등으로 불리게 된 원인은 e-HDi 디젤 엔진과 이제부터 말씀드릴 MCP의 탓입니다.

수동기반 싱글 클러치 반자동 변속기인 MCP는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자동변속기와 다르게 수동변속기에서 변속과정만 자동화시킨 변속기입니다. 구조상 수동변속기에 가깝다 보니 변속타이밍에서 변속충격이 일어납니다. 자동변속기나 듀얼클러치의 부드러운 변속감과 비교하면 이질적인 느낌이어서 국내에서는 ‘울컥 변속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런 이질감 때문에 MCP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푸조에 대한 일종의 ‘진입장벽’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래서 푸조는 스테디셀러 모델인 308도 지난해부터 아이신 EAT 6단 자동변속기로 바꾸는 등 점차 MCP 대신 자동변속기를 단 차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형모델인 208과 2008에는 아직 MCP가 적용됩니다. 기자도 이 MCP에 대한 궁금증이 컸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울컥거리는지.

MCP의 울컥거림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진 않았습니다. 수동변속기의 변속충격보다는 안정적이었고, 그 울컥거림도 변속되는 타이밍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면 사라집니다.

다만 MCP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신호에 멈춰 서있다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너무 떼서 가속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뒤 차의 경적 소리가 날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적응 기간을 거치면 변속타이밍마다 딱딱 맞아 들어가며 앞으로 쭉 나가는 쾌감이 찾아옵니다.

   
 

주차할 때도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차와는 다른 조작이 필요합니다. 자동변속기에서는 D(Drive)모드에 변속기를 두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붙였다 하며 주차하지만, MCP를 품은 2008은 자동변속인 A모드에 두더라도 가속 페달을 살짝살짝 밟아줘야 합니다. MCP는 자동변속기처럼 클리핑 현상(자동변속기에서 D모드에 변속기를 뒀을 때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슬슬 나가는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아 A모드에서 브레이크를 떼봐야 꿈틀꿈틀거리는 것 같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MCP는 e-HDi엔진과의 조합에서 극강의 효율을 뽑아주는 변속기이지만 자동변속기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다소 불편하고 이질적인 부분도 함께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적응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진입장벽만 넘으면 자동변속기와는 다른 운전의 재미가 찾아옵니다.

   
▲ 넓은 개방감을 주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소형 SUV의 한계?…글래스 루프가 주는 개방감으로 극복

2008은 푸조가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가장 작은 모델인 208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208을 앞뒤로 살짝 잡아당겨 전장을 다소 늘린 모습이 바로 2008입니다. 차량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전방 헤드라이트는 날카롭게 표현해 ‘둥글둥글하지만 순하진 않아’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전장은 다소 늘어났지만,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 길수록 실내공간이 넓어진다)는 2540mm 그대로입니다. 이 때문에 실내공간은 다소 작았습니다. 요즘은 작은 차라도 운전석과 조수석의 공간은 충분히 뽑아냅니다. 문제는 뒷좌석이죠. 175cm/65kg의 기자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레그룸(탑승자가 시트에 앉았을 때 다리가 놓이는 공간)은 넉넉하진 않아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확보됐지만, 시트에 몸을 기대니 머리가 천장 끝 부분에 살짝 닿았습니다.

   
▲ 푸조 2008의 트렁크

하지만 푸조가 자랑하는 널찍한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뒷좌석에서 특히 탁월한 개방감을 선사했습니다. 앞좌석에서는 뒷좌석만큼 개방감은 느낄 수 없었지만, 머리 위에서 따뜻한 햇살과 햇빛이 쏟아지는 느낌은 운전에 즐거움을 더해줬습니다. 2008을 운전하는 재미도 재미지만 뒷좌석에서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마냥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밤이 되면 이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주변에 은은한 하늘색 LED 조명이 작동하면서 실내 분위기를 끌어올립니다.

트렁크 용량은 차급에 비해 넉넉한 360L입니다. 여기에 6:4로 폴딩되는 뒷좌석을 180도로 눕히면 최대 1194L까지 늘어납니다. 폴딩은 뒷좌석 상단에 레버를 살짝 눌러주면 쉽게 가능합니다.

   
▲ 푸조 2008의 센터페시아와 실내 모습

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간결한 센터페시아

2008의 실내는 깔끔하게 구성됐습니다. 센터페시아는 필요한 요소만 간결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버튼들도 필요한 것만 딱 배치해 사용하기 편리했고 누르는 질감도 좋았습니다.

이 간결한 센터페시아 구성에는 바로 7인치 터치스크린이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음악과 라디오 등 멀티미디어, 블루투스 전화 기능, 차량 설정까지 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조절 가능합니다.

PSA그룹이 자랑하는 아이콕핏 헤드업 클러스터는 제 경우 핸들에 가려서 잘 보이질 않았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시트포지션이나 핸들의 높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푸조 2008의 실내 수납 공간

곳곳에 배치된 수납공간들도 적절한 크기들로 나눠져 있습니다. 클러스터와 핸들 사이에도 핸드폰을 끼워둘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다만 실내가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풍기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검정 유광 하이그로시가 함께 쓰였지만 유광 하이그로시 자체가 호불호가 강한 물건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야간에 전방과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에서 들어오는 빛들은 검정 유광 하이그로시와 좋은 궁합을 보여주며 실내 분위기를 끌어올리지만, 특히 클러스터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는 유광 하이그로시로 인해 때로는 눈이 어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광 하이그로시의 최대 단점인 지문 문제도 빠질 수 없겠네요.

시선을 좌우로 옮기면 아담한 크기의 사이드미러가 있습니다. 조금 작긴 하지만 보여줄 걸 보여주는 데에 부족함은 없습니다. 보통 사각지대가 되는 A필러에는 자그마한 유리를 배치해 시야 확보와 개방성을 높였습니다.

   
▲ 푸조 2008의 운전석

탄탄한 기본기와 주행감각

2008의 운전석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고 빵빵한 핸들입니다. 핸들만 작아졌을 뿐인데 훨씬 운전이 쉬워졌습니다. 2008의 핸들 지름은 일반 경차 핸들보다 5cm가량 작은 32cm입니다. 이렇게 작지만 두 손에 딱 들어오는 두툼한 핸들은 보다 쉽게 차량을 컨트롤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2008의 1560cc BlueHDi 엔진은 99마력에 불과하지만, 디젤 특유의 토크감으로 130km/h까지는 가속 스트레스가 없이 쭉 밀어줬습니다. 물론 가솔린과 같은 춤추는 rpm은 볼 수 없었지만, 저속부터 시작해 꾸준히 속도계기판을 오른쪽으로 넘겨줬습니다. 그러나 역시 140km/h에 가까워지면서 cc와 마력의 한계가 찾아왔습니다. MCP는 6단 항속기어에서 약 1750rpm 부근에서 100km/h, 약 2000rpm에서 120km/h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고속주행 시에도 불안감 없이 안정적이었습니다. 다만 전고가 약간 있는 차다보니 측풍에는 약간 흔들리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풍절음과 노면소음도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오디오 볼륨은 120km/h대에서도 처음 출발할 때와 동일한 크기에서도 큰 무리 없이 들렸습니다.

스톱앤스타트 시스템의 즉각성도 뛰어났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차가 거의 멈췄을 무렵부터 바로 엔진이 꺼졌고 가속하기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은 움직일 준비를 끝마치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경기도 가평군에 도착한 푸조 2008

MCP는 자동변속기에서 급가속을 위해 사용하는 킥다운(자동변속기 차량이 주행 중 급가속 출력을 얻기 위해 기어가 한단 밑으로 자동 변속되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08에는 패들 시프트가 있습니다. 핸들 옆에 달린 이 패들 시프트로 기어를 내리면 가속을 위한 출력을 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발로 하느냐 손으로 하느냐, 이 부분에서도 적응이 필요합니다만 적응만 한다면 또 다른 운전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동력은 수준급이었습니다. 저속 주행에서 자차를 탈 때 밟는 느낌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누르면 바로 서버릴 정도였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적응이 필요합니다.

푸조 2008은 뛰어난 기본기를 갖춘 경제성 있는 차입니다. 다만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국내 운전자들에게는 다소 적응이 필요한 차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적응만 끝나고 감각에 익숙해진다면 새로운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2008은 국내에 1.6 BlueHDi 액세스(Access), 악티브(Active), 펠린(Feline) 3개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각각 2690만원, 2880만원, 3120만원(부가세 포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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