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삶이 퍽퍽한 시대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수저 계급론’이 뜨겁다.

금, 은, 동, 흙 총 4단계로 나뉘는 수저 계급론은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녀의 계급이 구분 지어 지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계급론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우리 사회에 얼마나 극심한 빈부격차가 계급처럼 고착화돼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빈부격차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 유치원 가는 날이라 천연 샴푸로 씻고 유기농 간식 챙겨서 보냈어요”

언뜻 보면 자식을 애지중지하는 엄마의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아이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반려동물이다.

요즘은 반려동물 사이에서도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어떠한 집에 입양되느냐에 따라 금수저의 삶을 사는 동물이 될 수도, 혹은 흙수저 보다 못한 삶을 사는 동물이 될 수도 있다.

<투데이신문>에서는 국내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반려동물계의 1인자 자리를 지켜온 반려견을 중심으로 빈부격차에 따라 전혀 다르게 살아가는 반려동물의 삶을 총 2회에 걸쳐 다뤄보려 한다.

   
 

반려동물, 나의 친구·가족·동반자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핵가족화, 소득수준 향상 등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은 무엇일까. 고양이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이 줄어들면서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가 많이 증가하고 있고, 개나 고양이가 아닌 페릿·고슴도치·도끼·햄스터·이구아나·뱀·거북 등 특별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개를 키우는 가구가 우세한 분위기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5년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만 사육하는 가구는 76%, 고양이만 사육하는 가구는 12.4%, 개와 고양이 및 기타 반려동물을 모두 사육하는 가구는 2.5%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애완동물’로 통용되던 때에는 동물을 그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동물권(動物權)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을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에게 강아지, 고양이는 단순히 애완(愛玩)의 의미가 아니다.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동반자, 반려(伴侶)의 존재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허전함을 채워주는 가족인 것이다. 이처럼 동물을 자식, 동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펫팸족(pet+family의 합성어)’이라고 한다.

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펫팸족은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돈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좋은 음식을 먹이고 비싼 옷도 입힌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넘어선 호강을 누리는 반려동물들이 적지 않다.

기자의 집에도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막내둥이가 있다. 이름은 구름이, 견종은 몰티즈다. 매달 꼬박꼬박 사료와 간식을 구매해야 함은 물론 배변 시트, 옷, 장난감, 샴푸 등을 구매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시기마다 예방접종과 미용을 해줘야 하고 조금만 낑낑대도 사람과 달리 어디가 아픈지를 모르니 바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망가뜨려놓아 다시 구매를 해야 하는 일은 옵션, “애 키우는 것만큼 돈이 들어간다”고 말하시는 엄마의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우리 집 막내둥이 구름이가 주는 행복감, 기쁨은 어떤 것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맛있는 간식을 보고는 빨리 달라며 꼬리를 흔들고 껑충껑충 뛰는 모습,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신이 나서 노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이라면 모두 똑같을 것이다. 또한 내 자식에게 남들보다 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처럼 내 반려동물에게는 그 무엇을 해줘도 아깝지 않다. 이러한 펫팸족의 증가에 힘입어 관련 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기농 사료·수제 간식·디저트

시골에 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할머니가 물에 밥을 말아 개에게 주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개는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들을 먹이는 그냥 동물일 뿐이었다. 또한 실내에 개를 키우는 것 또한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뜨겁고 맵거나 짠 음식이 개의 건강에 해롭다’는 등 애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실내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반려견에게 사료를 먹이는 일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친환경·유기농 사료, 반려견의 기호에 맞는 최고급 사료까지 등장했다. 또한 연어, 홍삼, 닭, 소고기, 돼지고기로 만든 수제 간식은 흔한 일이 돼 버린 지 오래고 상어, 양, 캥거루, 송아지 등 사람도 먹기 힘든 재료로 만든 간식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람처럼 음료를 즐기는 반려견도 등장했다. 미국의 일부 스타벅스 지점에서는 서비스 차원에서 ‘퍼푸치노(Pupuchino)’와 ‘퍼푸라떼(Puppulatte)’라는 강아지 전용 음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여운 강아지가 퍼푸치노를 먹고 입에 휘핑크림을 묻히며 웃고 있는 사진은 해외에서 SNS를 통해 퍼지며 큰 이슈가 됐다.

또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쉑쉑버거에서는 ‘푸치니’라는 강아지용 디저트를 주문할 수 있다. 이는 바삭한 비스킷, 고소한 땅콩버터, 부드러운 바닐라 커스터드로 만들었다.

미국의 또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 인앤아웃에서는 강아지를 위해 소금 등의 별도의 양념이 첨가되지 않은 펍 패티를 팔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의 유명 디저트 컵케이크 전문점 스프링클스에 가면 설탕을 넣지 않고 요거트 파우더로 만든 강아지용 컵케이크를 살 수 있다. 컵케이크 위에는 강아지들이 먹는 뼈다귀 모양의 귀여운 장식도 붙어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메뉴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국내에서도 ‘반려견용 메뉴’를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고급 소재 옷·럭셔리 명품 하우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이는 반려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잘 나가는 ‘금수저 반려견’들은 최고급 옷을 입고 고가의 집까지 가지고 있다.

압구정 대형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고급 애견숍에서는 적게는 2~3만원부터 많게는 몇 십만원에 이르는 옷을 판매한다. 티셔츠, 드레스, 팬츠, 스웨터, 점퍼, 코트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소재 또한 오가닉, 캐시미어, 구스다운 등 매우 고급스럽다. 또한 반려견을 넣어 이동할 수 있는 가방도 10만원 후반 ~ 20만원 후반이 기본이며 반려견 가슴 줄도 기본 10만원 가까이 된다.

또 다른 백화점 내 애견숍에서는 고가의 반려동물 하우스가 존재한다.

이는 모두 핸드메이드로 제작된 반려동물 하우스로 가격은 제브라 우드를 사용한 80만~90만원의 원목 하우스, 모든 부자재로 스와로브스키를 사용한 120만~150만원의 이태리 애견 하우스, 북유럽풍 디자인의 600만~800만원에 달하는 하우스도 있다.

또한 오직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주문 제작 반려견 하우스도 있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명품 하우스’로 통하는데 금으로 된 부자재를 써 가격이 무려 3000만원에 달한다.

   
 

애견 유치원, 교육받고 음악도 듣는다

있는 집 자제들이 어린 나이부터 교육에 열성을 쏟듯 금수저 반려견들도 어릴 때부터 유치원에 다닌다. 입소비는 월 35만~50만원에 달하지만 인기가 매우 높다.

아침에 유치원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을 시작으로 배변훈련, 예절교육, 사회성교육까지 받는다. 또한 숨겨둔 간식을 찾으며 지능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는 각각의 체질에 맞는 건강식을 먹고 이후에는 낮잠을 잔다. 또한 정서계발을 위해 옹기종기 모여 음악도 듣는다. 일부 애견 유치원에서는 견주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반려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해 놨다.

반려견이 유치원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면 주인들은 유치원에서 담임선생님이 작성해 준 알림장을 보고 하루 동안 반려견의 활동, 주의사항, 공지 등을 확인한다.

   
 

반려견도 ‘문화생활’…스파·미용·애견 채널

금수저 반려견들은 문화생활도 즐긴다.

사람처럼 스파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강아지 피부를 안정시키고 각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탄산 스파, 민감해진 강아지 피부를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하는 천연 아로마 등 순수 자연원료를 이용한 스파 등 반려견들은 사람처럼 욕조에 들어가 거품 목욕을 즐긴다.

반려견을 위한 미용실도 존재한다. 시기마다 미용실에 가서 털을 정리하고 손발톱을 깎는 정도는 기본이고 때로는 염색을 하기도 한다.

견주가 사정으로 인해 돌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애견 호텔에 가서 묵는다. 견주는 예약을 하고 금액을 결제하고 호텔계약서를 작성한다. 한 마리당 하나의 작은 방을 이용하고 견주는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반려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홀로 집을 지키는 반려견들을 위한 애견 채널도 있다. 반려견들을 24시간 케이블 채널을 통해 다른 강아지나 동물들이 나오는 화면을 통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이는 개의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한 음악, 화면색으로 꾸며졌다.

죽을 때도 럭셔리…장례식 후 납골당으로

극진한 대접은 반려동물의 죽음에도 이어진다.

요즘은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죽었을 때와 같이 반려동물도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간다. 이후 반려동물 장례식이 대개 2일장으로 치러진다.

조문객도 받는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한 친구나 직장동료들이 찾아와 조의금을 전달하고 함께 슬퍼해주기도 한다.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화장을 치르고 작은 병에 담겨 돌아온 반려동물은 납골당에 안치된다. 일부 주인들은 추모비까지 만들기도 한다.

반려동물 장례비용은 적게는 15만~20만원, 최고급 수의와 오동나무 관 등 고급 서비스를 이용할 시 많게는 100만원까지 들기도 한다.

   
 

반려동물도 ‘계급’ 따라 나뉜다

이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사이에서도 수저계급론이 존재한다.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반려동물계의 상위층에 해당하는 이들은 고급진 사료와 간식을 먹고 유치원에 다니고 스파, 미용실 등 문화생활까지 즐기며 럭셔리한 삶을 살다가 죽을 때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장례식까지 치른다.

물론 돈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다고 해서 다 행복하다는 법은 없지만,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이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해주는 주인이라면 분명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기본으로 깔릴 것이니 그런 주인 밑에서 살아가는 반려동물은 행복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처럼 금수저 반려동물이 있다면 흙수저 반려동물도 있는 법, 2탄에서는 이들과 반대로 힘들게 살다 일명 ‘개죽음’을 당하는 ‘흙수저 반려동물’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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