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석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신학 전공
· 중앙대학교 문화이론 박사과정 중
· 저서 <거대한 사기극>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공부란 무엇인가>

【투데이신문 이원석 칼럼니스트】바둑천재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0Google DeepMind)의 알파고의 대결과 그 결과가 항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제 온국민이 알 듯이 이세돌이 1승4패했다. 하나 대다수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바둑 수준을 따라잡기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있으리라고 전망하였기에 결과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복잡한 맥락과 함의를 풀어 제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부닥친 상황이 워낙 충격적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알파고의 야심

알파고는 그리스어 알파(α)와 한자어 기(棋)의 합성어이다. 알파는 그리스어의 첫 번째 알파벳으로서, 영어의 에이(a)에 해당한다. 고는 바둑을 뜻하는 기(棋)의 일어식 발음이다. 그래서 일본의 바둑 만화 <고스트 바둑왕>의 원제도 ‘히카루노고(ヒカルの碁)’이다(이제는 <히카루의 바둑>이라는 정확한 번역 제목으로 다시 소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어권에서도 고(go)로 발음하는 것이다. 바둑을 영어로 고게임(go game)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그렇게 보면 알파고라는 명칭의 의미는 바둑의 알파, 즉 넘버원이 되겠다는 야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야심은 사실상 그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딥마인드의 연구가 바둑계에 머무를 리가 없다. 다음 대상은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구글이 영국의 인공지능 개발회사를 2004년에 무려 4억불로 인수한 목적은 한가한 도락이 아니다. 인공지능 연구의 방향은 갈수록 우리의 현실 세계에 파고들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의 진화

인공지능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특정 영역에서 작동하는 약(narrow)인공지능을 넘어서 인간 수준에 도달한 강(general)인공지능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것은 혹자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인공지능의 진화는 무엇보다 일자리의 격감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의료, 법조, 증권,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날 지도 모를 상황이다.

그러나 연구자들과 미래학자들이 정말 우려하는 것은 인류보다 총명한 초(super)인공지능의 도래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통제할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을 매드사이언티스트라고 매도하면 곤란하다. 설마 구글이 세계지배전략의 일환으로 딥마인드를 매수했겠는가. 인류의 미래를 좀 더 나아지게 하려는 선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모든 결과를 온전히 통제하지는 못 한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생각하면, 아이작 아시모프가 내세운 로봇 3원칙은 실로 시대를 앞서 통찰이다. 제1원칙은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2원칙은,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원칙은,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인간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숙고한 결실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처럼 초인공지능의 도래에서 인류의 과학적 영생을 추론한 낙관적 예언자도 있지만, 인공지능의 전횡으로 인한 암울한 미래(인류의 절멸)를 전망하는 비관적 예언자들도 만만치 않다. 어느 쪽이 됐건 인공지능을 포함한 미래의 모습은 우리의 예측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첫 단추부터 바로 꿰어야 한다. 일단 초인공지능이 도래하면, 우리가 더 이상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팀 어반(Tim Urban)이 온라인 미디어 <waitbutwhy>에 올린 글, “AI 혁명: 우리의 불멸 혹은 절멸”(The AI Revolution: Our Immortality or Extinction)에서 지적하듯이(“왜 최근에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등 많은 유명인들이 인공지능을 경계하라고 호소하는가?”라는 제목으로 coolspeed의 번역이 공개되어 있다), 애초부터 인공지능의 핵심 코딩에 있어서 인간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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