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양의 후예> ‘서대영’役 배우 진구

   
▲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김지원, 최고의 여자 상대 배우”
“불운 혹은 행운의 운동선수 역 해보고파”
“사람 미워하게 될까봐 댓글 안봐”
“무뚝뚝한 서대영과 달리 표현 많이해”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갖가지의 이유로 가까이하던 사람과도 멀리한 채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원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누군가를 경계하기는커녕 주변 사람들을 챙기려는 진한 사람냄새가 난다.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하는 배우 진구(35). 그는 인터뷰 내내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함께 촬영에 임했던 배우들을 아끼는 모습을 내비췄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댓글도 확인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통해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자 하는 여린 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진구는 현재 방영 중인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묵직한 상남자 ‘서대영’ 역을 맡아 여심 스틸러로 자리잡았다. 재난 지역 ‘우르크’라는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남녀의 로맨스를 담은 이 드라마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서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를 통해 서대영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며 그를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매회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매력이 더 많은 배우 진구의 이야기를 아래에 담았다.

   
▲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Q. 인기 체감하려 SNS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 실제로 인기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SNS에서 관심있게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분들의 댓글과 기사 수가 늘어나는 걸 통해 전보다는 확실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전에 받지 못했던 관심을 갑작스레 받고 있기 때문에 얼떨떨하지만 기분이 좋다. 특히 많은 분들이 ‘구원(진구·김지원)커플’을 사랑해줘서 감사하다.

Q. 김지원과 띠동갑 나이차가 난다. 촬영당시, 윤명주 역할을 맡은 김지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부터 훌륭한 호흡을 자랑했던 것 같다. 여배우와 함께 연기를 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배우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는데 지원이는 오히려 어른스럽게 나를 편하게 이끌어 줬다. 또한 사석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연기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에 더욱 호흡이 좋아진 것 같다. 지원이가 학교생활을 얘기하면 내가 공감을 못하고 내가 아이 키우는 얘기하면 지원이가 공감 못하니 아무래도 연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껏 함께했던 배우들을 통틀어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여배우가 지원이다.

Q. ‘구원커플’은 대사를 통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드러낼 뿐 스킨십이 전무하다. 이는 애틋함을 나타내기 위해서인가.

예상하건대 애틋함을 표현하기 위함이 맞는 것 같다. ‘유리창 키스’ 장면에서도 직접 키스를 하지 않고 뽀뽀를 하는 것 같은 착시 현상만 줬다. 당시 대본에는 ‘힘들고 슬프게 서로를 생각하고 있을 때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라고 쓰여있었고 이를 위해 아름다운 추억에서 역시 애틋함이 기반이 된 사랑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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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대영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윤중장(윤명주의 아버지)의 방해에도 윤명주와의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일이 실제 벌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정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둘의 사랑을 끝내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가 된다면 헤어져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둘의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사랑하는 여자와 계속 함께 할 것이다.

Q. ‘구원커플’의 로맨스 못지 않게 ‘송구(송중기·진구)커플’의 브로맨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본 리딩할 때까지만 해도 중기와의 케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중기가 워낙 남자답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다 아우르는 성격이라 함께 촬영할 때마다 교감이 잘 이뤄졌고 이에 따라 예상하지 않았던 케미가 생겼다. 중기와의 브로맨스가 드러난 장면 중 카페에서 각각 인형을 옆자리에 둔 채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촬영 거의 막바지에 찍어 최고의 케미를 보였던 것 같다. 예상하건대 진한 브로맨스를 담아내기 위해 감독님이 이 장면을 가장 뒤로 미룬 것 같다.

아무래도 여배우들보다는 같은 남자끼리 연기를 하는 게 편하다. 그러다보니 남자배우와의 ‘브로맨스’가 카메라에 잘 담기는 것 같고 나 역시 여자와의 로맨스 못지않게 브로맨스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됐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더욱 중기와의 케미를 보여주고 싶다.

Q. 해외촬영에서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그리스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며 촬영을 했다. 짧지 않은 기간이어서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가장 힘들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특전사 알파팀 동생들이 있어서 위로가 됐다. 그리스 촬영 분량이 많은 ‘송송(송중기·송혜교)커플’에 비해 ‘구원커플’은 촬영하는 날이 많지 않아 특전사 알파팀 동생들과 함께 ‘나바지오 해변’, ‘아라호바’ 등을 다니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보고싶은 가족들 생각을 잠시마다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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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함께 한 남자 배우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배우 정우다. 영화 <쎄시봉>을 함께 촬영하면서 친분을 쌓게 됐는데 이제는 둘도 없는 동갑내기 친구가 됐다. 남자다우면서도 주변사람들을 잘챙기는 모습에 반하게 됐는데 그 덕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촬영하는 동안에는 눈빛만 봐도 서로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돈독해졌다. 평생 함께 하고 싶은 동료이자 친구다.

Q. 김은숙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작품을 써 주는 사람인 것 같다. 김은숙 작가님은 연출하는 사람과 연기하는 사람, 그리고 시청자에게 필요한 작품을 쓴다. 작가님 글에서 지진 현장이나 특전사가 나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역시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운이 좋은 사람이다. 연기가 고픈 연기자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고 연출자가 하고자 하는 연출을 가능하게 해주며 작품에서 등장하는 갈등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등 모든 대중과 스태프, 배우들을 만족시키는 일을 한 사람이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김은숙 작가님은 이를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Q. 작품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가 대본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멜로 작품일 경우 사랑하는 두 사람이 헤어지는 이유, 다시 만나는 이유 등 내가 맡은 역할이 하는 행동에 의문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이 캐릭터라면 충분히 이 행동을 했겠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이해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관객들에게도 캐릭터와 작품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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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동안 연기했던 작품 속 인물 중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가 있나.

자진 사퇴를 했을 정도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적이 있다. 바로 시트콤 ‘논스톱 5’를 찍을 때다. 흥행 여부에 상관없이 참여했던 작품 대부분 아쉬움이 없는데 ‘논스톱5’를 찍을 당시 코믹한 역할로 대중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코미디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모두가 공감하는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농구팀을 결성해 매주 농구를 할 정도로 평소에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운동선수 역할을 해보고 싶다.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많이 보는데 볼 때 마다 불운의 운동선수, 해피엔딩의 운동선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운동선수가 주인공인 작품의 경우 사고가 나 더이상 운동을 못하게 되거나 스포츠 스타가 되는 명확한 결말이 드러나니 기승전결이 확실해 좋은 것 같다.

Q. 인간 진구를 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운동과 연기가 나를 흔들기도 하지만 나를 가장 많이 흔드는 것은 사람이다. 즉 가족, 직장동료, 그리고 그 외의 주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듯 나 또한 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사실 농구팀 역시 사람을 좋아해 만들게 된 것이다. 농구팀을 결성한 지 벌써 10년이지만 농구 자체를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워낙 사람을 신경쓰다 보니 가능하면 댓글도 잘 안본다. 내가 상처받는 것은 괜찮은데 내가 나를 욕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게 싫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누군가를 미워하고 욕하면서 사는 건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 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Q.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위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직접 가사를 쓰기도 앨범도 발표한 적이 있다. 음악 활동에는 관심이 없나.

워낙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원맨밴드를 하고 있는 동생과 작업 후 앨범을 냈던 건 맞다. 아내에게 보여준 뮤직비디오에 삽입된 멜로디 역시 원맨밴드를 하는 동생이 만들어 준 거다. 그런데 음악 활동을 전개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냥 아직까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혼자 부르는 것에서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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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유부남이다. 가정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무뚝뚝한 서대영과는 달리 애교도 많고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스스로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이고 싶어 나름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기와 최대한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하고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려 하는데 아내는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

Q. 육아 예능 출연 의향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아이의 모습이 영상으로 남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아서 도전해보고 싶다. 자막과 나레이션이 담긴 새로운 영상이 매주 만들어진다는 건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라 생각된다. 또한 서대영처럼 단호한 매력 뿐 아닌 진구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 관찰 예능이 아닐까 싶다.

Q. 올해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올해 개봉하는 영화 <원라인>을 촬영중인데 서대영과는 전혀 다른 매력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임시완과의 브로맨스도 있다. 이와 함께 <태양의 후예>의 후반전도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전반부보다 스펙타클하니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만큼 충족시켜드릴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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