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⑦]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유영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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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진료 보편화…언제 어디서나 의료혜택 OK
질병 치료기술 획기적 발전…관련 시장 규모 ‘천문학적’
바이오자원, 전 지구적 이산화탄소 문제 해결 ‘핵심’
농업의 첨단산업화…경제적·친환경적 재배 이뤄진다
바이오산업 수출, 많은 투자 이뤄진 분야 ‘우선적’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평균 수명 100세 시대’.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는 그다지 먼 얘기가 아니게 됐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어떤 노후를 살게 되던 늘어난 평균 수명만큼 오래 살 수 있다는 건 기뻐할 일이지만 이면에 존재하는 고령화 문제, 식량 문제 등이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빠른 산업화로 인해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의 발전은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낳았고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환경 기술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화석 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에 의한 지구 환경오염 문제가 커다란 이슈가 되며 대체 에너지 기술 개발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 문제, 식량 문제,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 등이 미래의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지금,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바이오산업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미래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09년 ‘바이오경제 2030(The Bioeconomy to 2030)’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에는 바이오 기술과 타 기술들을 융합해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바이오 경제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음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바이오산업을 미래의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20년 후 바이오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투데이신문>에서는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유영제 교수를 만나 미래의 바이오 사회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Q. 바이오산업이란 무엇인지 요약해 달라.

: 바이오산업이란 바이오재료 혹은 바이오기술을 사용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바이오재료란 식물, 동물 등을 포함하고 바이오기술이란 유전자조작기술, 세포조작기술, 관련 공학기술 등을 말한다. 또한 ICT, 화학기술 등과의 융합도 포함된다. 바이오산업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시회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 바이오정보를 활용한 건강의료분야, 생체모방을 이용한 각종 소재의 개발, 사물인터넷과 농업이 결합된 스마트온실 등이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Q. 현재 많은 선진국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선정했다. 바이오산업이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 바이오기술은 새로운 기술이고 이것은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바이오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새로운 소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기술의 진보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의 확대도 빠르게 일어난다. 그리고 바이오기술은 건강, 먹을거리, 소재,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다. 따라서 바이오산업은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산업 분야다. 우리는 과거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 필요한데 바이오산업은 이러한 취지에 잘 맞는 산업이다.

Q.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바이오산업 정책을 제시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바이오산업 발전에 정부와 민간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외국과의 경쟁에서 누가 먼저 원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이것을 산업화로 연결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선점하기 위해서는 투자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 돼야 하고 정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

Q. 바이오 산업의 발전은 미래의 의료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 개인의 유전자 전체를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또한 개인의 유전정보를 분석함으로써 개인의 유전병 등 질병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최근 특정한 유전자만을 자를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발달하고 있어 향후 특정 유전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남용될 경우 맞춤형 인간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Q. 또한 미래에는 바이오 산업과 ICT 산업이 결합하면서 유비쿼터스 진료가 보편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유비쿼터스 의료시대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유비쿼터스의 의미는 한 마디로 ‘언제, 어디서나’이다. 즉, 유비쿼터스 의료란 ‘언제, 어디서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유비쿼터스 진료가 보편화된 시대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기기가 개인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 해 그 결과를 병원으로 전송하고 의사는 그 자료를 근거로 필요하면 치료를 하게 될 것이다. 또 인터넷의 발달로 인터넷망을 통해 의사와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고 만약 오지에 있다면 드론을 이용해 약을 배송받는 그런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Q. 질병 치료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할 것이라 예측하는가.

: 미래의 사회에는 질병 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장기를 교체하거나 세포를 치료하는 방법이 일반화될 것이다. 인공장기 또는 세포치료가 필요한 분야인 인공간, 인공췌장, 인공폐, 인공심장 등에 대한 수요는 많다. 지금도 인공관절, 인공혈관 등은 부분적으로 시술되고 있다. 인공심장에 대한 수요는 많으나 실용화까지는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나라도 관련 환자가 상당히 많고 개별 인공장기의 가격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 그렇기에 의료보험에서 어느 정도 지원해주면 시장은 더욱 빨리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수한 기술을 갖게 돼 중국 등을 우리 시장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면 관련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것이다.

Q. 미래에는 바이오 자원이 어떤 화학 소재를 대체하게 되나.

: 앞으로 화학 소재의 10~30% 이상을 바이오 자원에서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이오기술을 이용해 환경에서 분해되는 친환경소재인 생분해성소재를 만들 수 있고, 석유로부터 얻어지는 화학제품의 상당한 부분을 바이오자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자원은 매년 재생 가능하므로 지속가능한 경제의 원동력이 된다. 또한 바이오자원은 이산화탄소로부터 얻어지므로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문제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다.

Q. 현재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20년 후에는 일부 기술이 실용화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는데, 미래에는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활용하게 될까.

: 현재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기술은 이산화탄소로부터 개미산 등의 화학소재를 합성하는 것이다. 먼저 중기적으로는 이산화탄소로부터 메탄을 합성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메탄이라는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햇빛을 이용해 인공으로 광합성을 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광합성이 되면 포도당과 같은 식량이 얻어지는데 이산화탄소 이용 기술은 미래 우리 사회를 많이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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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전통적인 농업에 첨단기술을 융합시켜 농업을 첨단산업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첨단산업화를 거친 미래 농업의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면.

: 미래에는 첨단기술이 사용되는 대형온실에서 작물을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는 현대식 고층건물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채소 등을 재배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전형적으로 논밭이 있는 농촌의 모습이 바뀔 것이다. 또 유전자가위 기술 등으로 우수한 품종의 종자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자만을 변형시키기에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의 걱정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Q.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바이오산업에 있어 주력 수출국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에 있어 어떤 부분의 강자로 떠오를까.

: 최근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우선적으로 수출 산업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는 의약품, 의료기술, 바이오화학 등이다. 최근 우리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신약도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해 향후 의약품의 수출이 기대되고 있다. 우리의 의료기술은 세계적 수준인데, 원격의료 그리고 ICT와 결합되면 우리의 의료서비스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세계 5위 수준의 석유화학산업의 경험은 바이오화학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하고 이것은 모두 수출산업으로 연결될 것이다.

Q. 가까운 미래인 2035년, 가장 각광받을 바이오산업이 무엇일지 예측해 달라.

: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상황을 기억해보면 향후 20년 후를 예측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의 노력으로 지금은 단백질치료제가 상당히 보편화돼 있고, 줄기세포 치료가 부분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있으며 바이오화학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유전체 기술을 바탕으로 줄기세포, 세포치료제 등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제가 크게 성장하고 인공장기 시장도 보편화 될 것이다. 또한 유비쿼터스 의료가 보편화 되면서 모바일뿐만 아니라 주거 등 일상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화학소재의 상당한 부분은 바이오자원으로부터 만들어질 것이고 또한 농업도 첨단화돼 크게 변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Q. 앞으로 바이오산업을 두고 선진국과 벌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 제일 중요한 것은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정부의 여러 부처로 나누어져 있는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과 수단을 한군데로 모으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BIO-2016 USA’와 같은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해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같이 노력하는데, 우리는 부처별로 따로 진행되고 있으니 국력의 집중도가 낮다. 이 때문에 바이오산업 육성과 정책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 간다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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