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아무리 역사가 흐르고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요즈음 젊은 것들은 ○○○해서 문제야!’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작은 함정이 있다. 그것은 요즈음 젊은 것들이 기성세대의 눈에 부정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그 앞 세대에게 같은 말을 들으면서 기분 나빠 했던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선거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세대 간의 갈등이다. 공공연히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린 유권자에게 반말을 하면서 윽박지르거나, 나이 많은 사람들을 “좀비”라고 비하하는 모습도 보인다. 무엇보다도 선거 결과를 보고 20대가 정치의식이 없다면서 20대에게 욕설에 가까운 비판을 하는 기성세대도 있다. 젊은 세대는 건방지고, 기성세대는 나이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나잇값 못하는 꼴이다.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서 세대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보기 힘든 현상은 아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조선 초기 권문세족(權門勢族)과 사림(士林) 사이의 갈등이다. 권문세족은 조선의 개국공신으로서 성리학적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추었지만, 조선 건국의 개국공신이라는 이유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사림의 경우 고려 멸망 직후 고려 왕조에 충절을 지킨 성리학자들의 제자들이 대부분이며, 그 절개는 세조에게 대항했던 사육신과 생육신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성리학을 국가 운영의 사상적 배경으로 삼았던 조선이 안정적으로 변하면서 그들이 가진 성리학적 지식으로 인해 대거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다. 이후 사림들은 기존에 있던 권문세족과 갈등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사화(士禍)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생기지만, 결국 조선의 지배층이 되고야 만다. 그리고 그들 역시 지배층이 되었을 때 당쟁을 일삼으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이전에 그들이 비판했던 권문세족의 모습을 답습하거나 더 심하게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는 모습을 보인다.

필자가 이전의 칼럼에서 국가가 운영되는 것을 새가 두 날개로 나는 모습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가 새의 날개처럼 다른 방향을 지향하지만 새가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균형을 유지해야 된다고 결론지었었다. 이것은 세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비난이 아닌) 비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야 나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가진 연륜을 존중해야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듦에 따라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기성세대는 나이가 듦에 따라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조차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도 언젠가는 스스로가 마냥 비난하는 기성세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하는 정치적 비난이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비난하는 것에는 정치적 입장도 없을 때가 있다. 즉 진보적인 기성세대도 젊은 세대에 대해 의식이 없고, 진보적인 정치평론가 입에서 ‘20대 개○○론’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그런데 20대가 정치 상황에 관심이 없는 것은 대부분 엄청난 등록금, 쪼들리는 생활비, 취업난, 그리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젊은 세대가 아닌 기성세대가 만든 환경을 젊은 세대가 이어받은 것일 뿐이다.

젊은 세대, 특히 무작정 비난 받는 20대는 죄가 없다. 기성세대는 좋지 않은 환경을 물려준 것에 대한 반성과 미안함을 표현하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나잇값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20대를 비난하기보다는 지금을 바꾸는 것은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답을 주는 것이 기성세대다운 모습일 것이다. 이번 총선이 끝나면 결과에 따라 다시 20대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까 우려스럽다.

추가로 기성세대가 가져야 할 자세의 좋은 본보기가 있어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여수에서 있었던 모 팟캐스트의 토크콘서트에서 김해에서 온 팬의 말이다. ‘왜 김해에서부터 애까지 데리고 운전해서 이곳 여수까지 토크콘서트를 보러 왔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 사람은 울먹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봐야죠! 제가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결혼을 했고, 애가 25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보니까, 지금 우리 세대까지는 이런 정의가 없고 비정한, 부정만 난무하는 세상에 어쩔 수 없이 살아왔지만, 우리 애기들이 무슨 잘못입니까? 걔들이 자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가졌을 때, 자기가 바라보는 세상이 ‘이렇게 불공정해? 비정해?’라고 한다면, 그럼 그 애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벌써 오염이 돼 있는 상태입니다. 걔들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그것은 오롯이 우리 기성세대,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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