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CEO]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

   
▲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

세상 물정 몰랐던 22살, 공부와 사업 병행
폐점·사기·자금난 등 힘든 시절 겪어

도레도레 인기 덕분에 주변 상권도 살아나
똑같은 것 싫어… 매장마다 메뉴 차별화

전 매장 직영…각 지점 매일같이 돌아다녀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브랜드 되고 싶어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차분한 목소리만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당찬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선 채로 정중히 인사를 나누고 나니 한 쪽 어깨에 검은색의 캐쥬얼 백팩을 멘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유, 씨스타 등의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비교적 수수한 모습이었다.

그는 바로 ‘무지개 케이크’ 등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디저트로 연 매출 200억을 이룬 수제 케이크 전문점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32).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그가 케이크를 만들며 브랜드를 이끈 시간은 벌써 10년을 넘어섰고 현재는 총 29개의 매장 및 수백 명의 직원들을 책임지고 있는 어엿한 CEO다.

‘무지개 케이크’를 비롯해 ‘사랑해 케이크’, ‘판타스틱 베이글’, ‘오로라 꽃케이크’ 등 이름만 들어도 모양새가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약 300여 가지의 디저트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그의 꿈이 처음부터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전공과 부합한 도시개발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였다. 하지만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디저트 세계에 들어서게 됐고 이후 디저트 시장을 선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의 도레도레를 만들었다.

과연 그가 도레도레를 운영하게 된 사연은 무엇이었으며 또 어린 나이에 디저트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떤 것이었을까?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김경하 대표. 본지는 디쉬룸 바이 도레도레(DISHROOM BY DOREDORE) 신사점에서 그가 담담히 풀어내는 도레도레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디쉬룸 바이 도레도레(DISHROOM BY DOREDORE) 신사점 외관

전국 29개 매장… 연 매출 200억원
“인기비결, 젊은 감성 담은 케이크”

Q. 독특한 케이크 이름, 디자인 등으로 인기를 끌며 도레도레가 디저트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아주 많이 실감나는 것은 아니지만 케이크를 먹기 위해 찾는 소비자들이 매년 늘어나는 걸 보면 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케이크를 포함한 여러 디저트의 시각적인 화려함 등이 주 고객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의 감성과 잘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많은 분들이 도레도레를 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Q. 지난 2013년 선보인 ‘무지개 케이크’가 도레도레를 알리는 데 한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

음식이 반드시 건강해야 하고 반듯해야 한다는 것이 싫어서 생각해 낸 메뉴가 바로 ‘무지개 케이크’다. ‘무지개 케이크’를 만들기 직전, 드러나지 않았던 약간의 반항아 기질을 발휘해 색의 자유가 가장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되는 무지개 색을 케이크에 입히게 됐다. 결국 나의 반항의 기질이 색소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케이크를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몸에 색소를 넣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발색이 잘되는 방법을 찾아 색소를 최소한으로 넣는 방법을 고민한 후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무지개 케이크를 완성했다.

   
▲ 도레도레 ‘무지게 케이크’

Q. 그런데 전공이 도시공학이다. 디저트 매장을 운영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대학 시절부터 하나의 작은 공간을 통해 도시 전체가 개발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 신도시를 개발하는 걸 ‘도시 개발’이라고 일컫지만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지역에서 각각의 공간을 창출하고 사람들을 모이게끔 만들 수 있으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도시 개발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하나의 작은 공간을 꾸미는 것을 원했고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음식이 됐던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지금 하는 일이 대학시절의 전공과 가장 부합한 일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도레도레는 도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도레도레의 부산 청사포지점은 도레도레 매장을 열기 전 상권이 죽어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디저트를 찾는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레도레뿐만 아니라 그 주변 상권까지 살아나고 있다.

Q. 그렇다면 매장 인테리어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일단 지역에 오는 손님, 지역의 역사, 지역의 의미 등을 공부한다. 이후에 가장 부합하는 콘셉트를 도레도레 직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앞서 말한 청사포점의 경우 인테리어를 보면 전체적으로 바다 느낌이 물씬 난다.

Q. 지금까지 개발된 케이크 종류는 총 몇 개인가.

일정 기간에만 판매하는 시즌 제품을 포함하면 약 300가지의 케이크가 있다. 그런데 지점마다 진열되는 메뉴가 다르고 세상에 하나뿐인 본인만의 케이크를 바라는 분들이 있어서 여태껏 만들었던 케이크 종류를 포함하면 300가지를 넘어설 것이다. 지점마다 내놓는 메뉴가 다른 것은 각 지점의 주 고객층이 다 다르고 워낙 나를 포함한 파티쉐들이 획일화된 것을 지겨워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신사점에서는 여성 고객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꽃 모양으로 디자인 된 케이크를 내놓고 있다.

   
▲ 도레도레에서 봄을 맞아 내놓은 (왼쪽부터) ‘장미덩굴 케이크’, ‘촉촉해 케이크’, ‘파릇파릇 케이크’, ‘정원 케이크’

Q. 케이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케이크의 주인공인 고객에게 ‘솔직하자’이다. 몸에 좋은 재료가 들어갔든 몸에 좋지 않은 재료가 들어갔든 케이크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색소를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이며 분홍색을 낼 때는 딸기를 갈아 사용하고 초록색을 낼 때는 말차가루를 넣는 등재료 자체를 이용해 색을 내고 있어 더욱 솔직할 수 있다.

케이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는 ‘의미’다. 도레도레 케이크가 입소문을 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케이크마다 정해진 이름이 있었기 때문인데 미안한 사람에게 케이크를 선물할 때는 ‘미안해 케이크’를, 고마운 사람한테는 ‘고마워 케이크’를 전달하며 상대에게 케이크를 전달하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이름을 붙인다. 또 이러한 의미를 넣기 위해 예를 들어 ‘행복해 케이크’에는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바나나를 넣고 ‘축하해 케이크’에는 외국에서 축하의 의미를 갖고 있는 시나몬을 넣는다.

Q. 도레도레뿐 아니라 커피와 케이크를 판매하는 등 비슷한 콘셉트의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각 브랜드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현재 론칭된 브랜드로 고마워 케이크(THANK U CAKE), 디쉬룸(DISHROOM, 레베카스 베이커리(REBECCA'S BAKERY), 마호가니(MAHOGANY)가 있다. 고마워 케이크와 도레도레는 고마운 이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감동적 케이크가 진열돼 있는 브랜드이며 디쉬룸은 슈퍼푸드 키친으로 식사를 디저트처럼 먹을 수 있는 가볍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브랜드다. 거의 디저트와 맞물려 가고 있는 식사 문화를 생각하며 론칭하게 된 브랜드다. 레베카스 베이커리의 경우 베이커리류와 간단한 브런치, 마호가니 같은 경우에는 전문 커피 감별사, 로스터, 바리스타들이 최상의 원두를 엄선해 로스팅 후 커피를 제공하는 브랜드다.

Q. 전 매장이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매장 관리 어떻게 하나.

29개 매장이 직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각 지방을 매일같이 혼자서 돌아다니는데 워낙 단시간만에 직영 매장이 확장돼 매장 관리는 아직까지도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처럼 여겨진다. 특히 전 매장에서 더 빠르고 더 신선한 상태의 케이크가 고객들에게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가 생길 때도 있어 이러한 실수를 줄이기 위한 시행착오를 아직까지는 겪어나가는 단계에 있다.

매장관리가 어떻게 보면 곧 직원관리일 수 있다. 직원관리는 직원들과는 메뉴 출시 등의 회의를 할 때 원활히 소통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먹을 거리를 찾아 다니면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자주 마련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도레도레에서 준비하는 메뉴의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고 이후 함께 만들 때도 직원들과 좀 더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다.

   
▲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시간, 7년
“힘든 길… 그러나 ‘포기’하기 싫었어”

Q. 2006년 2월 인천 구월동에 1호점을 열었을 당시 도레도레는 어떤 모습이었나.

당시에는 케이크보다는 브런치를 판매하는 매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인천에서 브런치를 판다는 것은 세상물정을 몰랐던 일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22살 학생의 신분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매장 운영에 관해서 아는 게 없었고 나 포함 총 3명이 매장을 이끌었는데 브런치를 판매한다고는 하지만 처음에는 딱 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대중 없이 이런저런 메뉴를 판매했다.

Q.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

매장 문을 몇 번 닫기도 했었고 사기도 당해봤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다른 알바를 하면서 버텼던 적도 있었다. 처음 일하면서 5년동안은 친구를 만난 적도 없었고 아무도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지 않아 마음이 힘들었다. 게다가 나의 감성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듯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도레도레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것인가,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해야하는 것인가’ 이 고민을 10년동안 했다. 나에게는 회사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총 책임자로서의 의무가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고집을 부리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10년은 절대 달콤한 시간이 아니었다.

Q. 그렇다면 어떻게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인가.

운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 없고 더군다나 내가 대중적이 감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외식업 열풍, 디저트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현 시기를 잘 타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현재의 도레도레가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고생을 했다. 7년 동안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도 매장에서 하루 13시간 이상 일하며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보자’라는 고집을 피우며 결과에 상관없이 이것 저것 끊임없이 시도했다. 시작한 일을 포기하면 이도저도 아닌 게 돼버리니 절대 포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Q. 하루의 반 이상을 매장에서 일하던 때와 요즘은 생활이 많이 달라졌나.

특별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래도 되나’하는 불안한 마음에 쉬지를 못한다. 그래서 그리 부지런한 성격도 아닌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전 매장을 돌아다닌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취미’, ‘약속’ 이 단어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보내고 있다. 당장 내일 누군가를 만나려고 해도 갑자기 일이 생기면 누군가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다보니 친구를 만나는 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매순간 쉽지 않다. 하하하. 일을 하다보면 갑작스레 직원, 고객 등과 관련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상치 못한 갖가지의 일들이 생긴다. 그런데 이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전보다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일에 점점 무뎌져가고 있다.

   
▲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하게, 편안하게, 재미있게”

Q. 도레도레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쿠킹클래스를 운영할 계획은 없나.

아직 없다. 언젠가는 여력이 되면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대중을 상대하는 게 겁이 난다. 쿠킹클래스 문의가 상당히 많이 들어오는데 비용을 받지 않고 쿠킹클래스를 운영한다면 할 수 있지만 비용을 받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아직 부끄럽고 무서운 일인 것 같다.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소비자가 필요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예상이 되고 그에 맞는 서비스만 제공하면 되는데 쿠킹클래스를 운영할 시 조금 더 소비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 때 과연 만족감을 드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Q. 작가분들을 초대해 전시회를 여는 등 도레도레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중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 그러나 억지로 짜맞추는 느낌이 싫어 정기적으로 전시를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자 하는 예술가분들의 제안이 들어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전시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워낙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갑자기 끌리는 작품을 전시할 때도 있다.

Q.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떠한 순간이든 나에 대한 자신감과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나 역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고 절대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으며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조차 없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열심히 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좋다’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매 순간 하나씩 배워가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나는 안 될거야’ 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다.

Q. 앞으로 도레도레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는가.

앞으로 도레도레가 내놓는 메뉴 등 모든 것들이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우리의 스타일을 대중들이 눈여겨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좋을 수 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달려왔듯 그냥 꾸준하게 편안하게 즐겁고 재미있게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현재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정말 필요한 브랜드가 되고 싶다. 즉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아버지의 말 중 마음에 남는 말이 있는데 “의미가 있어야 돈도 벌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데 돈을 벌 수는 없다”라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러했든 내가 지금 하고 있는게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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