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관련 기자회견

   
▲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롯데마트가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룸에서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 약속’ 관련 기자회견에서 머리 숙여 사과했다.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관련 검찰수사를 앞두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피해자 보상안을 발표했다.

롯데마트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룸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보상 약속’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늦었지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보상 협의 실행
“피해보상 전담조직 설치”

김 대표는 “현재 검찰의 엄중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라며 “검찰 수사가 종결되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진상 규명을 위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검찰조사에 임할 것을 약속하며 피해보상 전담조직 설치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자 선정 및 보상 기준을 검토하는 피해보상 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등 피해 보상 재원을 마련할 것이다”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그 가족 분들을 위해 검찰 수사 종결 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언제까지 보상을 하겠다고 명시하는 것은 어렵다”라며 “일단 검찰 수사가 종결되면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롯데마트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자들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품 판매 전 그로 인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공신력 있는 검찰의 결론을 기본적으로 존중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보상과 관련한 이번 결정이 신동빈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신동빈 회장이 이 사태에 대해 알고 있으나 해결 처리에 대해서는 롯데마트가 결정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갑작스런 롯데마트의 사과와 보상 추진 결정에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뒤따르고 있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화확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이 사용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했으며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146명 가운데 롯데마트의 제품 사용 후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22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도 롯데마트는 그동안 어떠한 보상책도 내놓지 않은 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기에 롯데마트를 향한 국민의 의구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마트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의문을 제기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과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롯데마트, 검찰에 사과 한 것”

이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 역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하는 사과를 어느 누가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진정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검찰에 잘 봐달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수사는 사과문 발표 여부를 떠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 가족들은 “오늘의 사과는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과가 아닌 검찰에 사과를 한 것이다”라며 “사과를 하려면 하루라도 먼저 했어야 하고 우리가 올 수 있는 시간에 기자회견을 했어야 하는데 정작 피해자들은 오늘 사과하는 것 자체도 몰랐다”고 비판했다.

   
▲ 1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과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조 및 판매업체를 규탄했다

한편 이날 오후 12시 피해자 가족들과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조 및 판매업체를 규탄했다.

이들은 먼저 검찰의 제조사 소환조사가 정부의 1, 2차 피해조사에서 확인된 옥시, 애경, 롯데(PB), 홈플러스(PB), 세퓨, 이마트(PB), 앤위드, 코스트코(PB), GS리테일(PB), 다이소(PB),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맑은나라, 아토오가닉, 이토세이프 등 14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제조판매사 24개를 대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시민단체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정부가 1, 2차 피해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해 530명(사망자 14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피해자 가족들과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첫 고발 시점부터 3년 9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뤄지는 제조사 소환조사인 만큼 피해자를 발생시킨 제조판매사는 한 곳도 빼놓기 말고 소환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특히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아토오가닉, 이토세이프 등 2개 제품을 제외한 12개 제품의 21개 제조·판매사는 빠짐이 없어야 한다” 말했다.

   
 

또한 이들은 검찰청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사건 초기부터 뒷짐지고 이 문제를 나 몰라라 하더니 현재는 피해신고 조차 받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건의 실체가 묻히고 민형사상의 소멸시효가 거의 다 지나게 돼 사실상 제조사들의 책임이 덮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고된 피해자는 잠재적 피해자의 1%도 안 되는 빙산의 일각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피해자들이 있지만 신고되지 않고 있다”며 “검찰청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해 피해자가 드러나고 이로 인해 사건의 실체도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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