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학자 이희진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지난 20일, 코엑스 몰에서 티맥스 OS 발표회가 있었다. 현재 베타 버전을 발표한 뒤, 유저들의 시험 사용을 거쳐 10월 경 정식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 한다. 그러나 이날 공개행사 중 다운이 일어나기도 하는 바람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혹평 중에서도 타당한 비판이 있다면, 수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 이번 발표의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퍼레이팅 시스템(OS)을 개발한다는 뜻이 무엇인지부터 짚어 보아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도 자신이 사용하는 시스템의 구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 경우가 별로 없다.그래서 오퍼레이팅 시스템(OS)을 개발한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깨닫기가 어렵다.

그러니 이게 얼마나 의미 있는 도전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역할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중요성에 대해 쉽게 얘기하자면, ‘윈도우’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싫어도 보아야 하는 이 ‘윈도우’가 바로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대표적 제품이다. 컴퓨터를 켜기만 해도 이것이 뜨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시스템이 깔려야, 이를 바탕으로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프로그램이던 ‘윈도우’ 같은 오퍼레이팅 시스템 없이는 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어떤 컴퓨터이건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깔아 놓은 상태에서 판매를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되면 컴퓨터 한 대마다 반드시 깔아야 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 값으로 벌어들이는 자금이 얼마나 어마어마할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세계 시장 중 95.3%를 장악하고 있는 회사가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다. 이 회사 경영자인 빌 게이츠가 왜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단순히 오퍼레이팅 시스템이 엄청난 규모의 돈벌이가 된다는 점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이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지위를 악용해서 가격 같은 요소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실제로 소규모 복제품 사용자들에게까지 소송을 남발하는 힘자랑을 해왔다. 이는 앞으로도 자신들의 비위를 건드린 사용자들은, 언제든 애를 먹일 수 있다는 시사가 된다.

그래서 이번 티맥스의 도전이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일단 국내 컴퓨터 시장의 규모부터 만만치 않으니, 국내에서 생산되는 컴퓨터 일부의 오퍼레이팅 시스템만 대체해도 그 경제적 가치는 만만치 않다. 더욱이 성능을 인정받게 된다면, 국내 분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티맥스 OS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OS 시장 일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경쟁자가 생긴 마이크로소프트가, 적어도 대한민국을 상대로 해서는 함부로 횡포를 부릴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이 정도만 해도 대한민국이 얻을 이익이 적지 않다. 그래서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해도 티맥스의 도전에 비난만 퍼붓는 태도가 바람직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서 이번 제품이 무료로 제공되던 ‘유닉스 계열의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UI만 바꿔놓고 국산 OS를 개발했다 발표했다’는 식의 비난이 좀 지나쳐 보이는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필자도, 무료로 공개된 유닉스나 리눅스가 윈도우와 거의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티맥스에서 해결하고자 했다고 강조한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사실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OS 환경이지, 이게 어떤 시스템에 기원을 두고 있느냐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윈도우를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OS 환경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그리 의미 없을 일도 아니고, 더욱이 비난까지 받아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이러한 도전이 말처럼 쉽지 않다. 대기업에서는 조직 내부의 상호견제 때문에, 추진력이 필요한 이런 개발이 곤란하다고 한다.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한 영세 기업은 막대한 개발비를 감당해 낼 수 없어 엄두도 못 낸단다. 그렇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도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티맥스 OS 같은 회사가 아니면 개발을 시도하는 것조차 곤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개발을 두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추진한 시도 정도는 평가를 받아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이러한 과감함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던 원동력 중 하나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시도를 짓밟기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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