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큐멘터리 ‘탐욕의 별’ 감독 공귀현

   
▲ 공귀현 감독 ⓒ투데이신문

외환위기 이후 론스타 등 투기자본 수백조 들어와
투기자본 피해,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떠안아

‘눈먼 돈’에 일자리 잃은 노동자들 삶 조명
사회안전망 부족한 사회…제도 마련 시급

【투데이신문 정지훈 기자】촬영이 완료된 지 2년 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영화 <탐욕의 별>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투기자본’에 대해 다루며, 우리가 주목하지 못한 현실과 연계된 경제의 그림자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영화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 자동차, 진로를 인수한 골드만삭스 등 국내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한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외국기업의 대표적인 ‘먹튀’ 사례를 들며 투기자본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경제 흐름을 통찰하는 ‘탐욕의 별’은 IMF 이후 외국에서 가져간 투기자본 300조, ‘그 돈을 들이고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지속해서 던지며 당시의 상황들과 그 상황들이 현재 미치는 여파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또한 투기자본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그들이 느꼈던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 더 이상 투기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돼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2016년 현재, 기업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을 통해 이윤을 남겨 수익을 취하는 사모펀드가 한국에 올해만 200여개가 생겨나면서 투기심리를 부추기고, 투기에 의한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영화 <탐욕의 별>은 이러한 눈먼 돈의 투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관객들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게끔 한다.

이처럼 현대인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눈먼 돈’, 바로 그 투기자본에 의해 고통받아야 했던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다룬 경제 다큐멘터리 ‘탐욕의 별’이 27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투데이신문>은 4년 만에 경제 다큐멘터리 ‘탐욕의 별’로 돌아와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피해를 우리의 세금으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었다”고 말하는 공귀현(40) 감독을 만나보았다.

   
 

Q. ‘탐욕의 별’의 제작 계기는.

일단 나 스스로가 경제에 대해 굉장히 무식한 편이었다. 보통의 일반인들처럼 신문을 읽을 때 경제 섹션은 아예 뛰어넘기고 볼 정도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돈과 경제에 대해 모르는 자체에 대해 ‘무식’이라기보다 단지 ‘쿨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술자리에서 경제에 대한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선배 한 명의 “파생상품이 나쁜 것은 아니지”라는 말에 내 머리가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는 것이 없으니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파생상품을 비롯한 그 자리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을 찾아보게 됐는데 생소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재미있고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들도 많이 있었다. 이후 경제 분야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렇게 영화까지 제작하게 됐다.

Q. 준비부터 촬영 그리고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됐나.

다큐멘터리다보니 인터뷰해주시는 분들의 스케줄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어서 생각보다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촬영기간은 4월에 시작해서 12월까지 진행했고 그 다음 1년 정도 후반 작업을 한 후 마무리했다.

Q. 총 제작비는 얼마 정도 들었나. 예산적인 부분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가.

제작비는 총 6000만원 정도 들었다. 다행히 서울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부터 받은 제작지원이 예산적인 측면에 큰 도움이 됐다. 뿐만 아니라 지인들을 통해 카메라 등의 기술적인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크게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예산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다.

Q. 영화가 촬영을 완료하고 2년 후에야 개봉을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독립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개봉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후반작업이 길어지는 게 개인적인 작품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기보다는 개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들이 따라주지 않아 본의 아니게 개봉기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 공귀현 감독 ⓒ투데이신문

Q. 당시 투기자본에 의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현재 장년층인 분들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는 그런 분들의 연령대를 겨냥해 제작됐나.

특별한 타겟층을 고려해 영화를 제작한 것은 일단 영화제작을 시작한 계기가 나 자신의 궁금증에 의한 것이었다. 투기자본이라는 집단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망쳐놨는데 ‘왜 사람들은 관심이 없지?’라는 생각에 그 이유를 알아보고 싶을 뿐이었다. 관련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자함 역시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고 싶어서 한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꼭 어떤 연령대가 봤으면 좋겠다고 정해놓은 부분은 없었다.

Q. 제목 ‘탐욕의 별’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려면 얼마를 가져야하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모두 본인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혹자는 10억, 20억이라는 대답을 하겠지만 막상 그 돈을 그들에게 줬을 때 그들은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탐욕’이라는 단어로 정의하곤 한다. 이렇듯 ‘끝없이 돈을 추구하는 욕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 제목을 탐욕의 별로 정하게 됐다.

Q. 투기자본에 의해 아픔을 느꼈던 사람들을 인터뷰 대상으로 섭외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당시 피해자 분들이나 투기자본에 의해 해고되신 노동자분들이 이야기의 주된 요소가 되는데 다행히 그분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뷰를 도와주려고 했다.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목소리를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공중파 방송에는 이미 다뤄졌거나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은 어떤 매체라도 본인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면 목소리를 내 줬다. 그래서 생각보다 수월했다.

하지만 한쪽의 목소리만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반대 측 이야기를 담고자 했는데 반대 측의 이야기를 해줄 사람들을 섭외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연락이 닿았다가 갑자기 두절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소속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명확한 소속이 없었기 때문에 단지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이라고 말씀을 드리니 이해를 못하고 꺼려하는 느낌을 받았다.

Q. 영화 중간 중간에 실제 쌍용자동차 시위 진압과정 장면들이 삽입돼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 장면에 대한 특별한 연출의도가 있는가.

그 장면이 모든 것을 대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보는 분들로 하여금 조금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쌍용자동차 역시 투기자본에 의한 피해를 입은 기업이기 때문에 ‘투기자본에 의해 이런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또 있을 수 있다’라는 점을 강력하게 자각시킬 수 있는 영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그 장면을 넣게 됐다.

Q. 일각에서는 IMF사태 및 투기자본을 현대적 개방의 시초라며 옳은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처음부터 론스타로 대표되는 투기자본을 절대악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에서 영화 기획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찍으며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 물론 론스타 등의 투기자본이 우리나라의 기업을 파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들을 저지른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물론 나도 여전히 비판하고 있고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사람들은 예를 들어 당시 외환은행같이 상당히 어려웠던 기업들은 도저히 자기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없었고 외국자본에 의해 우리 기업이 살아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영화를 준비하며 이 부분에 있어 일견 맞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당시 허용된 범위 안에서 그들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내가 ‘악이다, 선이다’를 규정할 수는 없다.

단지 투자라는 것은 좀 높은 곳에서 넓게 봐야할 부분이 있다. 투자는 되도록 이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하며,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영화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외국 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챙긴 이들을 지적하며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관계가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감독의 분노가 느껴지기도 했다.

일단 그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있었던 고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이제 와서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지적했던 이유는 단지 ‘우리는 순한 양들이고 밖에서 온 늑대들에게 물어뜯긴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를 다시 열어보니 단지 외국자본에 의해 우리나라가 뜯겼다기보다는 론스타를 비롯한 투기자본을 부르는 과정에서 소위 ‘검은머리의 외국인’이라고 말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개입돼 있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우리나라가 썩었다 혹은 더럽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들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순전히 피해자라기보다 우리 안에서도 공모자들이 있었다는 사실 즉, 누군가는 웃는 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

Q. 후반부 ‘가난할수록 고통이 배가 되는 세상’이라는 내레이션이 가슴 아팠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어려웠을 1997년 당시에 여유가 있었던 사람들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IMF 당시 기름값이 올라가 길거리에 차가 없으니 다니는 것이 너무 편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봤다. 반대로 사회가 안전망을 쳤을 때 안전망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지만 한 가지 길만 보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은 그 길이 막혔을 때 당장 생계의 걱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IMF 때 너무나 확연하게 봤다. 다시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사람들을 구제할 수는 방법을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 공귀현 감독 ⓒ투데이신문

Q. 엔딩크레딧에 ‘사랑하는 고은이와 태율이에게’라는 자막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먼저 고은씨는 와이프이고, 태율이는 15개월 된 아들이다. 일단 와이프는 내게 있어서 정신적으로 가장 큰 지지자다. 영화 작업을 하며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사람은 역시 부인이었기 때문에 크레딧을 통해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또한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아들이 사는 세상은 내가 살았던 세상보다는 손톱만큼이라도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들의 이름도 함께 담게 됐다.

Q.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으면 하는가.

영화 속에는 경제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상당히 많은 숫자들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단지 늑대 같은 투기자본에 당한 것에 대한 억울한 마음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고, 영화를 준비하며 몰랐던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던 나처럼 보는 분들도 영화를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내가 영화를 찍으며 걸었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모든 감독들은 항상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더 열심히 구상하고 준비해야 다음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줘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들이 맞아 떨어지는 시기에 차기작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시다면.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피해를 우리의 세금으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다. 또한 돈에 관련해 속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말에 “너무 쉽게 속지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를테면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며 현혹해오는 사람들이다. 지난 역사를 잊지 않고, 경제와 금융은 항상 우리의 삶과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자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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