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현재 국내 해운업계는 최대의 경영난을 겪으며 침몰 위기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경영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은 지난 3월 21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해 주식이 거래정지된 상태다.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19일 현대상선의 주가는 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3월 18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7대1 감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뒤이어 한진해운도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한진그룹은 2014년 한진해운을 그룹에 편입하며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쓰는 공을 들였지만 끝내 공든 탑은 무너졌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9.94%(780원) 떨어진 1825원에 장을 마감했다. 불과 4거래일 만에 시총 3800억원가량이 증발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자 파국의 늪에 빠진 상황을 두고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세계적인 해운 경기 불황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내부의 경영 실패 요인에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경영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과한 욕심이 화를 부른 결과였다. 경영 경험이 없는 총수 부인들이 경영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1월 논평을 통해 해운업체의 부실이 커진 것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한진해운 故 조수호 전 회장의 부인인 유수홀딩스 최은영 회장 등 지배주주의 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먼저 현정은 회장은 남편인 정몽헌 전 회장이 2003년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받는 도중 대북송금 문제로 자살을 선택하자 곧바로 회장으로 취임했다. 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경영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경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으나 현 회장은 자신이 중심에선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했다.

우려대로 현 회장의 경영은 순탄치 않았다. 현대중공업과 케이씨씨가 현대상선 주식을 매입한 뒤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자 현 회장은 간판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고 그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는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또한 현 회장은 경영난 속에서도 지난해 총 45억3200만원이라는 높은 보수를 받기도 했다. 이는 그 전해에 받았던 15억8600만원의 3배 정도의 수치다.

유수홀딩스 최은영 회장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는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폐암으로 사망하자 한진해운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 전까지 가정 주부였던 최 회장의 경영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 회장은 최근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에 자녀들과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판 사실이 드러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최 회장과 그 자녀들은 한진해운이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기겠다는 뜻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부 팔아넘김에 따라 발표 이후 폭락을 피하려는 조치였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지금의 상황을 보자면 총수 부인들의 독단적 경영이 불러온 결과는 참혹하다. 총수 일가의 되도 않는 경영권 집착이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 차 한 대를 몰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운전면허를 딴다고 해서 바로 능숙한 운전을 할 수는 없다. 초보 운전 딱지를 떼고 마치 차와 내 몸이 하나가 된 듯 한 운전 실력을 갖추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총수 부인들도 이러한 초보 딱지를 떼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경영 전선으로 뛰어든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지했기에 무모하다는 것도 모른 채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들의 도전은 완벽한 실패로 끝이 났다. 이제라도 초보 경영이 서툴렀음을 인정하고 잘못된 결과를 바로 잡기 위한 총력을 펼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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