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사나이>, 표절 논란에 휩싸여…전전긍긍
웹툰작가 고동동, 캐릭터·대립구도 등 비슷 주장
만화가 단체, 작가 표절 인정 및 사과·재발 방치촉구
드라마작가 류재용 “일방적 주장, 법정서 진실 밝혀질 것”

【투데이신문 정지훈 기자】CJ E&M 계열 채널 tvN의 월화 드라마 <피리 부는 사나이>가 총 16회를 끝으로 지난달 26일 종영됐지만 작품을 둘러싼 표절 논란은 진행 중이다.

웹툰 작가 고동동은 2년 전 ‘2014년 창작스토리 기획개발 공모’에 자신의 작품 <피리 부는 남자>를 출품했는데 이를 심사한 류재용 작가가 1년 반 뒤 전반적인 스토리라인과 캐릭터 설정 등 상당 부분을 자신의 작품에서 따와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만화가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작가와 제작사, 방송사의 표절 사실 인정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서 만화업계와 드라마 업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피리 부는 사나이> 류재용 작가와 방송사 제작사 측은 “고 작가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표절한 사실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고동동 “심사위원이 내 작품 훔쳤다”
 
‘일촉즉발 협상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한 드라마 <피리 부는 사나이>는 위기의 상황에도 끝까지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협상팀과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 부는 사나이’의 대립을 그린 드라마다.
 
기존에 없던 참신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며 등장한 <피리 부는 사나이>는 첫 화부터 3.3%(닐슨코리아 기준)라는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줄곧 1~2%대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고 작가가 제기한 표절 의혹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은 <피리 부는 사나이>는 지난달 26일 1.9%(닐슨코리아 기준)라는 다소 아쉬운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고 작가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종영을 한 주 앞둔 지난달 2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표절의혹을 제기했다.
 
고 작가는 부패한 권력자들에 의해 벌어진 국가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권력자들을 처단하고 참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자신의 시나리오, 이러한 테러리스트들의 이미지를 동화 ‘피리 부는 남자’의 상징과 연계해 해석한다는 점과 테러의 방법으로 가스 등 독특한 소재가 사용됐다는 점이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고 작가는 이러한 특징들이 tvN <피리 부는 사나이>의 스토리와 매우 유사하며, 이외에도 많은 장면들과 캐릭터들의 설정, 대립구도 등이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 두 작품간 캐릭터 분포, 역할 등에 대한 유사성<자료제공=고동동 작가>
 
고 작가가 주장하는 두 작품 간의 캐릭터 분포, 역할 등에 대한 유사점을 살펴보면 테러리스트의 경우 <피리 부는 사나이>의 윤희상과 <피리 부는 남자>의 홍보담당관 모두 테러집단의 두뇌를 담당하며 방송을 통해 진실을 말하려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정수경과 <피리 부는 남자>의 이희도 역시 극 초반에 실제적인 테러를 감행하는 역할을 하며 마지막에는 계획에 없는 살인을 하려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또한 부패한 권력자로 나타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서건일 회장과 <피리 부는 남자>의 박영춘 의원, <피리 부는 사나이>의 검찰청장과 <피리 부는 남자>의 검찰총장 역시 캐릭터와 담당한 역할 등에서 비슷한 부분이 상당하다고 고 작가는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고 작가는 여자 경찰로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여명하와 <피리 부는 남자>의 오유경, 테러범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공지만, 한지만 팀장과 <피리 부는 남자>의 황반장 등 두 작품의 많은 인물의 캐릭터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리 부는 사나이>의 시나리오를 쓴 류용재 작가는 과거 고 작가의 <피리 부는 남자>의 시나리오를 심사한 적이 있어 표절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고 작가는 “‘2014년 창작스토리 기획개발 공모’에 시나리오 <피리 부는 남자>를 출품했을 때 류 작가가 심사위원이었고 1차 면접 때는 직접 얼굴을 대하고 칭찬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공모전을 주관했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류 작가의 1차, 3차 심사여부를 재차 확인한 바 있으며 3차 심사에서는 ‘피리 부는 남자’의 심사 표를 작성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고 작가는 10년 전부터 공모전 출품을 포함해 20여 차례 이상에 걸쳐 <피리 부는 남자>를 준비해왔다. 2014년 작품을 완성했지만 지난 3월 드라마 <피리 부는 사나이>가 방영이 되면서 웹툰은 연재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그는 “<피리 부는 남자>의 연재를 위해 류 작가 측의 표절 시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거대한 힘과의 싸움인 것 같아 심리적 압박이 강했지만 용기를 냈고 많은 단체들의 응원에 감사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에 있으며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만화가 단체들 “창작의지 죽이는 행위”
 
만화가 단체들도 이번 표절 의혹과 관련해 “창작 의지를 죽이는 파멸적 행위”라며 류 작가를 강력 비난했다.
㈔우리만화연대,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한국여성만화가협회, ㈔대전만화연합, 전국시사만화협회 등은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류 작가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심사위원과 응모자와의 관계, 제목, 설정, 테마, 전개, 전체 스토리 등 모든 영역에서 도용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작자의 권리를 해치는 표절과 도용은 문화예술 산업 전체를 좀먹는 행위로 곧 창작자의 창작의지를 꺾게 되고 작품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작가 개인의 권리침해는 물론이고 가장 큰 피해는 독자에게 갈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드라마를 집필한 류 작가와 제작사 콘텐츠케이, 방송사 tvN은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하고 공모전을 시행하는 기관에서는 응모자들이 안심하고 공모전에 출품할 수 있도록 엄격한 관리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용재 “고 작가의 주장 가당치 않아”
 
하지만 <피리 부는 사나이>의 극본을 맡은 류 작가는 표절 사실이 없으며 고 작가의 주장은 가당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작가는 지난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오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건 두 작품 모두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만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작가님께서 주장하시는 것들이 고 작가님만의 고유한 소유물이 맞는지를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 창작스토리 기획개발 공모>에서 고 작가의 작품 심사 여부에 관해서는 “이 작품을 포함해 약 500페이지 분량의 제본 책을 받았었다. 공모작은 심사가 끝난 후 파기를 하게 돼있기 때문에 심사 내용에 대한 결과물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만약 아이디어를 도용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왜 굳이 비슷한 제목으로 갔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만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이번 사건이 만화계와 드라마의 분쟁으로 비쳐지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표절사실이 밝혀진다면 모든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지만 밝혀진 것 없이 이미 표절 작가로 낙인찍는 상황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CJ E&M과 제작사 콘텐츠케이 역시 이번 표절 논란은 고 작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CJ E&M 관계자는 “계속되는 표절논란과 관련해서 책임을 통감 중이며 이번 사건의 사실 관계는 법정공방 등을 통해서 밝혀질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제작사 콘텐츠케이의 관계자는 “현재 고 작가의 소송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방대한 두 작품을 모두 분석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법정 밖에 없을 것이다. 뚜렷한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팽팽한 입장 대립으로 법정공방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연 우연한 일치인지, 표절인지에 대한 앞으로의 법원 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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