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⑨] 안종배 한세대학교 교수·국제미래학회 학술위원장

▲ ⓒ투데이신문

과거 문명사, 발전 방향과 핵심동인 알려줘
초지능시대, 2035년경부터 열릴 것으로 예측돼

한국, 창조경제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실천력 부족
스마트사회로의 욕구에도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 못해

과학기술 변화 걸맞는 윤리·도덕 원칙 법제적화 필요
한국, 초지능시대 대비 국가적 마스터플랜 구축해야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의 빛에 비춰서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동시에 현재의 빛에 비춰서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 간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양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북돋아 주는 데 있다.”

인류 역사는 다양한 동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수렵사회에서 사냥과 낚시 등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해온 인류는 벼와 밀을 경작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로 인해 농업혁명이 일어났고 인류는 문명으로써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산업혁명, 정보화혁명을 거친 인류는 이제 제4의 물결, 초연결·초지능사회로 향하고 있다. 발전 속도도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 기원전 7000년경부터 시작된 농업혁명, 18세기 말에 시작된 산업혁명에 이어 20세기 말에 시작된 정보화혁명은 불과 1세기도 안 돼 그다음 혁명에게 자리를 내주려 하고 있다.

점차 빨라지고 있는 인류 문명의 발전 속도로 인해 발전하는 문명 속에 살고 있는 당사자들이 그 발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시기, 앞서 말한 카의 말처럼 과거 인류 역사 발전의 다양한 동인들을 통해 지금과 앞으로의 발전을 가늠해 볼 수 있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투데이신문>이 기획한 국제미래학회 전문가들과 릴레이 인터뷰, 그 아홉 번째로 국제미래학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세대학교 안종배 교수를 만나 문명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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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가발전에서 지난 문명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인류 문명이 어떤 과정을 밟으며 변화해왔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가고 있으며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되면 국가 발전을 위해 현재 무엇을 해야 하며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큰 프레임을 짤 수 있게 된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무의미하다’는 간디의 말처럼 문명사에 대한 정확한 시각은 국가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과 핵심 동인을 알 수 있게 해준다.

Q.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을 문명사적 관점에서 설명해주신다면.

인류 문명사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생산도구의 재료 관점으로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하기도 하고 공동체 사회 관점에 따라 원시 공동체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사회로 구분하기도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물결이론에서 인류의 문명사를 패러다임의 변화로 본 관점에 따라 한국의 성장을 비춰보면 산업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에 늦게 대응해 망국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전 국민이 일심단결해 단기간에 산업화 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성취했고, 특히 정보화사회의 패러다임에서 선도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이 역사상 가장 강한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다음 단계인 스마트 창의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세웠으나 전 국민적인 이해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의 부재와 구체적인 실천력 부족으로 성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Q. 미래예측에 있어 지난 문명사는 왜 중요한가.

인류 문명사를 통해 인류 문명의 변화 패러다임과 이를 일으키는 동인을 읽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거시적인 미래 인류 문명의 방향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미시적인 미래예측도 이러한 인류 문명의 발전 방향을 기본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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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한민국 미래보고서>에서 인류의 욕구 위계에 따라 인류 문명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왔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를 토인비, 헤겔, 마르크스의 역사 발전 동인과 비교해 주신다면.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이러한 변화의 동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에 의해 문명이 생성, 성장, 쇠퇴, 해체된다고 봤다. 또한 헤겔은 역사의 원동력을 절대정신으로 보고 인류의 역사는 절대정신이 변증법적으로 자기실현해 가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이에 반해 칼 마르크스는 정신이 아니라 물질적 생산 활동이 이뤄지는 방식인 생산양식이 인류의 역사를 움직이는 동인이라 여겼다.

저는 인류 역사 발전의 동인을 인류의 욕구 구현으로 보고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주장한 인류의 욕구 위계에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류 문명이 변화해 왔다고 생각한다.

수렵사회에 인류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사냥과 낚시 등을 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벼와 밀 등 곡식을 경작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이로 인해 농업혁명이 새로운 문명을 만들었다. 농업사회가 성숙되면서 인류의 의식주와 안전에 대한 욕구는 충족돼 갔고 이에 따라 인류는 다음 욕구로서 조금 더 편리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돌출되게 된다.

이로 인해 편리의 욕구를 구현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됐고 특히 영국에서 증기 기관을 필두로 개발된 다양한 기계들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이후 사람의 노동을 대신해줄 편리한 기계가 전 영역으로 확장돼 공장 기계뿐만 아니라 세탁기 등 생활 기계 및 TV 등의 미디어 분야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산업사회가 성숙되면서 인류는 편리의 욕구가 충족됐고 다음 단계의 욕구인 소속과 참여의 욕구가 강하게 분출되게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 끝에 1990년대 일반인들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ww, world wide web)과 웹브라우저 등이 실용화되면서 인터넷은 전 세계에 붐을 일으키게 된다. 산업혁명처럼 인터넷혁명이 전 인류에게 수용되고 빠르게 전 세계로 파급된 것은 전 인류의 공통적인 욕구인 소속과 참여의 욕구를 인터넷이 구현시켜줬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인류는 다음 단계 욕구인 창의와 성취의 욕구를 구현하려 노력하게 됐다. 이런 산물로서 스마트폰인 아이폰 출시 이후 누구나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 쉽게 창작하고 다양한 영역을 서로 융합하고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영역을 창조해 나가는 스마트시대가 열리게 됐다. 스마트시대는 현재 성장단계에 있고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홈,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팜 등 점차 전 산업과 생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Q.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스마트시대에 정부는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세웠지만, 아직 미흡하다. 창조경제 정책 중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창의와 성취 욕구의 구현이 중요한 스마트시대에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구현은 인류 문명사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시대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새 정부의 주요 화두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된 창조경제는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구체적 실천 방안의 미비로 추진 동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전 국민의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고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미 스마트 사회로의 진입과 성취의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데 이를 국가 산업과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안종배 교수

Q. 스마트시대를 활성화 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하겠나.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지적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 국민은 배고픔 극복을 위한 ‘빵의 욕구 단계’에서 함께 참여하는 ‘케이크의 단계’를 지나 이미 창조적 상상력이 발휘해 존중과 성취 단계인 ‘특색 있는 창의적인 생일 케이크를 만드는 단계’를 즐기고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 국민의 내재된 성취 욕구를 우리 국민의 DNA이기도 한 창조적 상상력의 구현을 통해 성취될 수 있도록 모든 영역을 스마트와 접목시키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는 과거의 산업화와 이전 IT 강국이라는 성공 모델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마트화된 사회 인프라를 활용해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 산업 분야가 스마트로 융합돼 새로운 단계로 고도화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 벤처와 스마트 창업 활성화를 통해 스마트 비즈니스와 영역이 확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스마트화된 지속 가능한 일자리도 계속 창출되고 스마트 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여 나가는 구체적인 미래 마스터플랜이 구상되고 이를 국민들과 공감을 형성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는 강력한 스마트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Q. 지난 문명사에서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인터넷혁명, 스마트혁명 등을 거쳐왔다. 앞으로는 어떤 혁명을 맞이하게 될까.

인류의 창의와 성취 욕구가 구현되면 다음 단계의 자기 초월과 맞춤 욕구가 분출될 것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시점이 올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컴퓨터와 로봇 등이 등장하게 되는 등 인공지능은 모든 부문에 접목되고 사회는 초연결·초지능사회로 변모할 것이다.

결국 인류의 자기 능력을 넘어서고자 하는 자기초월 욕구와 개인적 취향에 따른 자동 맞춤을 요구하는 맞춤욕구를 구현해 주는 초지능시대가 2035년경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Q.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문명의 패러다임 변화를 살펴보면 과거에서 현대로 올수록 패러다임의 전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초지능시대 이후에도 패러다임의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시나. 이로 인한 문제점은 없겠나.

산업사회 이후 인간의 욕구를 구현해 주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1970년대 무어의 법칙에서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고 했는데 2000년대 들어 나온 황의 법칙에서는 플래시메모리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고 했다. 이렇듯 소비자인 인류의 욕구를 구현하는 과학기술 발전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패러다임의 변화 속도가 계속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글자를 못 읽는 문맹자가 아니라 새로운 과학기술을 사용할 줄 모르는 새로운 형태의 문맹자가 계속 생길 것이고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격차가 생기게 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한 사회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과학기술의 변화 속도에 걸맞은 윤리·도덕 원칙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변화가 진행될 경우, 과학기술의 변화는 인류의 욕구 구현과 역행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상태를 만들어 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래 과학기술과 바이오, 공학 등의 발전과 개발 및 인간에게 적용되는 윤리와 도덕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법제적화해 준수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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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다가올 초지능 시대는 어떤 모습인가.

‘인류의 존중과 성취 욕구’ 다음 단계인 ‘자기 초월과 맞춤 욕구’가 구현되는 시대다. NBIC이라고 불리는 나노(Nano), 바이오(Bio), 정보통신(IT), 인지과학(Cognitive)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서로 융합돼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컴퓨터와 로봇 등이 등장하게 되고 이러한 인공지능은 모든 부문에 접목돼 사회는 초연결·초지능사회로 변모할 것이다.

얼마 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이긴 것은 초지능시대의 전조 모습을 보인 것이다. 초지능시대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바이오기술, 로봇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인공지능로봇, 4D 프린터,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포함한 다양한 결과물이 구현되고 생활 곳곳에서 활용될 것이다.

Q. 초지능 시대를 대비해 국가와 사회, 개인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대한민국은 스마트시대를 넘어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초지능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마스터플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장기적인 R&D와 백년대계인 교육을 통한 새로운 미래 시대에 부합하는 창의 역량과 건강한 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과 교육내용의 변화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해 전반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과 마스터플랜이 미래 예측과 연결해 계획되고 단계별로 구현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인류 문명사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스마트시대와 초지능시대에서도 지속적인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구소련 붕괴와 9.11 테러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의 경구 ‘준비하지 않는 국가, 기업, 개인에게 미래란 없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고, 성공은 실천하는 자의 것이다’와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영학의 구루(guru)인 피터 드러커의 경구 ‘미래사회는 곳곳에 위험과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미래에 대한 예측과 대비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의 성공과 지속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계획이란 미래에 대한 현재의 결정이다’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래사회로 갈수록 과학기술의 발전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이때 우리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잘못된 욕망의 도구가 돼 인류의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하며, 과학기술이 언제나 인간다운 삶과 행복 증진과 인간다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발전 방향과 활용 기준이 설정돼야 할 것이다. 즉 나노, 로봇, 인공지능, 원격의료, 생명공학, 빅데이터 등의 과학기술과 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그것을 수행하는 과학자와 공학자 및 제조물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을 설정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초연결·초지능시대에는 건강한 사회 및 개인의 윤리와 인성 함양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한 가치를 담고 확산하는 클린콘텐츠 운동과 인성 교육의 확대와 동참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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