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부당전보 논란’ KB손해보험 수행기사 임씨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임씨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KB손해보험 충청본부 대전에서 임원 전담 수행기사로 10년 넘게 근무하던 임모(55) 씨는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서울로 발령받았다. 그가 모시던 임원은 임씨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예절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측에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임씨는 객관적인 근무 태도나 성과가 아닌 임원의 입김으로 일순간에 대전에서 서울로 발령낸 것은 부당하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노위도 정당한 인사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KB손해보험 측은 이행강제금을 내면서까지 현재 행정 소송을 진행해 임씨는 언제 다시 원래 근무지로 돌아갈 수 있는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임씨는 “KB손해보험이 내세운 전보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지노위의 복귀 요구도 거부하는 갑질을 부리고 있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본지는 임씨의 주장과 관련해 KB손해보험 측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할 말이 없다”라는 짧은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수행기사 임씨와 임직원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와 관련 임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내막을 살펴봤다. 다음은 임씨와의 일문일답.

Q. KB손해보험에서 언제부터 근무했으며 무슨 일을 했나.

KB금융지주 계열 KB손해보험에서 2005년을 시작으로 대략 10년 정도 근무했으며 2011년 12월경 정직원으로 채용돼 대전 충청 본부에서 임원전담 수행기사로 근무했다. 그러다 2015년 4월 17일 날짜로 발령을 통보받아 현재는 서울 본부에 몸담고 있다.

Q. 대전에서 서울로 발령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규직으로 채용된 후 임원 전담 기사로 4명의 본부장을 모시며 수행기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고 그들과의 관계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전모 씨가 새로운 본부장으로 취임했고 그의 수행기사로 일한 지 3개월 쯤 됐을 때 일이 터졌다. 개인적인 일로 휴가를 꼭 내야 할 일이 있어 휴가를 내기 일주일 전쯤 미리 전 본부장에게 휴가를 요청했다. 그런데 전 본부장은 그날은 일정이 있어 안 된다고 이를 거부를 했다. 결국 “나도 회사에 일정이 있는데, 됐어요 됐어요 ... 하면 되지 뭐”라고 화를 내며 휴가를 승낙했다. 그런데 다음날 갑작스럽게 서울로 인사 발령이 났다. 전 본부장의 요구에 한 평생 살아온 고향인 대전을 떠나 하루아침에 서울에서 근무하게 됐다.

Q. 갑작스러운 발령인데, 전 본부장과의 평소 관계는 어떠했나.

전 본부장은 평소 저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예절이 보이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저는 제 일이기 때문에 전 본부장이 원하는 대로 더욱 예우를 차렸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한번은 전 본부장이 식사를 하라고 했지만 당시 장염에 걸려 식사를 거르겠다고 하자 “임원이 먹으라는데 왜 안 먹냐”라며 밥 먹기를 강요했다. 또 전 본부장이 새조개 축제에 직원들을 데리고 가서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다들 방에서 새조개를 먹었다. 그런데 전 본부장이 저한테만 홀에 따로 앉아 비빔밥을 먹으라고 했다. 같은 직원인데 그 당시 느꼈던 치욕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Q. 현재 서울 본부에서의 업무는.

서울에 올라와 2015년 4월 23일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3~4개월 동안의 운전업무 수행 횟수는 굳이 꼽자면 4번 밖에 되지 않았다. 거의 일을 시키지 않고 있다. 결국 저를 이곳에 보냈다는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발령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전담 업무가 주어졌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번 일과 관련해 계속해서 회자되자 회사에서 현재 아무런 일도 주지 않고 있다. 매일 출근과 퇴근만 반복하고 있는 신세다.

▲ 임씨가 거주 중인 고시원<사진제공=임씨>

Q. 오랫동안 살던 대전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힘든 점은 없는가.

일단 집을 떠나 작은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잠자리도 변변치 않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몸무게가 6kg이나 빠질 만큼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다.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발령이 결정된 지난해 4월 17일 이후로 고시원 월세만 다달이 53만원씩 나가고 있다. 원거리로 발령되는 직원의 경우 복리후생 차원에서 월세 50만원과 월 3회 왕복 귀향 여비 지원 제도가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지원금은 40만원이며 이마저도 6개월만 지원해준다고 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해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모든 생활비를 사비로 부담하며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다.

Q. 이와 관련해 노동위원회는 사측의 부당한 전보라며 대전으로 복귀하도록 판결을 내렸다던데.

그렇다. 2015년 9월 9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자에게 행한 전보는 부당전보 임을 인정한다며 이를 취소하고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다. 회사에서는 담당 팀장과 본부장이 저에 대해 임원 운전기사로서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다며 지난 3개월간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아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보 발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충남지노위는 근로자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을뿐더러 서울에서의 근무 환경이 본사에서 근무해야 할 업무상의 필요성도 없는 것으로 판단돼 인사권의 재량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명령이라고 판정했다. 회사 측은 이에 불복하고 재심을 요청했지만 올 1월 28일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전보처분은 업무상의 필요성이 없으며 설령 업무상의 필요성이 일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근로자가 입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해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KB손해보험 측이 행정 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 중앙노동위원회 판결문 ⓒ투데이신문

Q. 행정 소송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오는 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KB손해보험은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대형 로펌을 통해 변호사 3명을 내세웠다. 하지만 저는 전담 변호사 없이 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최종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사직은 물론이고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3~4억 정도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재판에서 승소한다면 10년 가까이 근무해온 대전 본부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서로 불편함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임원 한 사람 때문에 제가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원래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기업들이 노동자와의 소송에서 흔히 쓰는 수법이 있다. 승소 가능성이 없어도 소송을 오래 끌어 노동자의 생계를 압박해 맞서 싸울 수 없도록 한다. 실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가망 없어 보이는 회사의 길고 외로운 싸움에 지치고, 가족들의 고통 때문에 포기한다. 이는 가증스럽고 비열한 갑질이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저보다 더한 일을 겪고도 그냥 묻혀 지나가거나 가족들에게 숨긴 채 뒤돌아 눈물 흘리는 기사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하루 빨리 뿌리 뽑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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