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홍 한국게임학회 회장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교수
▸국제미래학회 스토리텔링위원장

얼마 전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적인 바둑 대결이 있었다. 우리들은 그 대결의 결과에 따라 갑론을박하며 열광했다.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은 과학문명에 대한 두려움으로까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결이 그동안 컴퓨터나 콘솔, 혹은 모바일에서 쉽게 접해 온 보드게임 대결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수많은 정보를 집약시켜 다양한 변수를 높이고 난이도를 높인 게임을 바둑의 천재 이세돌이 플레이한다는 그 자체로 품격 높은 과학이벤트로 인식됐다. 이를 계기로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보드게임에 덧칠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해 긍정적 문화적 가치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게임은 인문학과 예술과 컴퓨터공학이 총 망라돼 탄생되는 이 시대의 ‘최첨단 융합 학문’이자 ‘최첨단 종합 예술’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게임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들 가운데에서 매우 뛰어나며, 국가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는 부가가치 높은 산업이다.

지구상에서는 좋은 인성을 쌓을 수 있는 게임을 추구하며 고급문화로서의 역할을 드높이기 위한 기능성게임(Serious Game)의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다. 기능성게임은 어려운 학습내용이나 업무를 재미있게 이해시켜주는 교육 및 훈련뿐만 아니라, 의료, 치료, 예방, 체험 등을 소재로 착하고 좋은 내용으로 이용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의 콘스탄스 스텐퀄러 교수에 의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젊은이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기능성게임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기능성게임이 젊은이들의 인성교육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말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기능성게임으로는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모병용 FPS게임 <America's Army>, 소아암 환자치료용 슈팅게임 <Re-Mission>, 교육용 식량지원 시뮬레이션 게임 <Food Force> 등이 있다. 그리고 국내게임으로는 한자교육게임 <한자마루>, 영어교육게임 <오디션 잉글리시>, 분단역사 교육게임 <나누별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Wii나 DDR, 낯선 이와의 협동에 초점을 맞춘 인디게임 <저니>, 물리학 학습에 도움이 되는 <포탈2>와 같은 일반 게임도 순기능게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임 문화는 게임을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느끼는 이용자들의 정서에 따라 좌우된다. 게임을 시간 낭비 수단, 물질적 욕구 수단, 화풀이나 파괴 수단 등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게임문화는 부정적이고 저급한 문화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게임이 지닌 순기능을 극대화시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놀이의 일환으로 즐기고, 부족한 지식을 학습하고, 지혜를 쌓아올리는 간접체험의 일환으로 접근한다면 게임은 최상의 인성교육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는 게임시나리오작가로서, 게임그래픽전문가로서, 게임프로그래밍전문가로서의 길을 열어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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