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안전업무 비정규직 고용문제 증언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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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공식적인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증언대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위험의 외주화, 안전업무 비정규직 고용문제 사례 증언대회’가 지난 27일 국회의원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증언대회의 사회를 맡은 전국공공운수노조 김진혁 조직쟁의부실장을 중심으로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 유성권 지부장,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 오순옥 지회장,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변성빈 조직국장,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윤화자 중앙대 분회장이 현장 증언자로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기획국장은 발제자로서 ‘위험의 외주화 이제는 끊어야 한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공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정미 의원은 “계속해서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위험 작업을 끝없이 외주화해온 고용 정책의 문제이고 안전인력까지 아웃소싱한 것을 경영합리화라고 간주해왔던 정부 정책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증언대회의 포문을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된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정미 의원과 20대 국회에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는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 실태조사와 간접고용 노동자 산업재해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 유성권 지부장 ⓒ투데이신문

현장증언의 첫 번째 증언자로 나선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 유성권 지부장은 생계 위협으로 인해 업체가 요구하는 ‘산재 포기 각서’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유 지부장은 “산재 은폐 자체가 공공연하게 너무나 많은 곳에서 당연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가장 답답하다”며 “기지 안에서 은폐시킨다는 것은 외부 업체뿐만 아니라 원청에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현장 사례들을 토대로 국회에서 좋은 법을 마련해 실제 활용될 수 있는 대책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 오순옥 지회장 ⓒ투데이신문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 오순옥 지회장은 “인천공항사는 만약에 있을 불황을 대비해 ‘고용 유연성’을 언급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복지, 고용에 쓰이는 위탁 용역비를 최대한 줄여서 빚을 줄이는 방식으로 애당초 인력 감축 결과를 정해놓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더불어 오 지회장은 “하청업체 평가 제도인 SLA평가를 통해 산재가 발생할 경우 감점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협력사들이 산재를 은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하청업체는 인건비 하락을 명분으로 산재처리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변성민 조직국장 ⓒ투데이신문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변성민 조직국장은 “청소할 때 사용하는 약품이 가습기 독극물과 거의 같은 성분이다”라며 “최근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변 조직국장은 “하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노동자들 스스로가 산재신청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업무를 쉴 경우 그만큼 급여가 줄어들고 산재 승인이 나면 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가 평균임금의 70% 밖에 되지 않아 저임금인 하청노동자들은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윤화자 중앙대분회장 ⓒ투데이신문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윤화자 중앙대 분회장은 “조합에 가입하기 전에는 산재 신청을 엄두도 못 냈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직 노동자 추락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로 은폐한 사건, 프레스센터 소속 청소노동자가 근무 중 부상으로 입원치료를 하던 당시 고용보험을 받게 해주겠다며 권고사직을 요구하며 뒷돈까지 요구한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생활필수노동의 외주화로 노동자가 어떤 위험에 직면하는지를 증언했다.

   
▲ 전국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기획국장 ⓒ투데이신문

전국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기획국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중대재해 사망자의 수는 점점 감소하는 반면 하청노동자의 비율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368명에서 154명으로 감소했지만 그중 하청노동자의 비율은 37.70%에서 꾸준히 증가해 40.20%에 이르렀다.

조 정책기획국장은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는 교통사고의 1.3배, 경제적 손실액은 2013년 기준 자연재해의 110배, 노동쟁의로 인한 근로손실일수의 80배가 더 많다”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산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구조는 간접고용의 확대를 만들어 내고 결국 노동자가 해고와 산재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하청노동자의 산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접고용 노동자 산재 근절을 위해서 ‘원청책임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간접고용 정규직화 저해하는 정부제도 개선’ 등 간접고용 노동자 산재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를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상시 지속 업무, 생명과 안전에 관한 업무 정규직화 고용 원칙’,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캠페인’, ‘공공 다중시설의 경우 이윤보다 안전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지표 개발’, ‘무분별한 규제 개혁 중단 및 규제의 재사회화’, ‘재해 발생 시 책임자 처벌 위주에서 원인 규명으로 전환’ 등의 사회적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한편 이 의원은 “안전관리업무는 외주화를 할 수 없도록 구의역 사고 방지법을 발의하고 산업재해보상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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