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팟캐스트 <삼국지 인물전> 진행자 3인

   
▲ <삼국지 인물전> 진행자 3인. 왼쪽부터 이동준씨, 김남수씨, 김재욱 작가 ⓒ투데이신문

삼국지를 거울삼아 바라본 현대 정치인 분석
20~40대까지 세대별 진행자 3인의 시선

그들의 언어로 풀어낸 삼국지와 현대 한국 정치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황건적의 난부터 서진이 대륙을 통일하기까지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기지만 수많은 영웅담과 인생 군상들이 펼쳐진 삼국지. 그 삼국지의 영웅들이 환생시켜 현실 정치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과 당대의 정치인들을 비교·분석하는 팟캐스트 방송 <삼국지 인물전>의 진행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달 6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삼국지 인물전>은 책 ‘삼국지 인물전’의 저자 김재욱(46) 작가와 시민단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남수(35)씨, 정치에 관심 있는 대학생 이동준(22)씨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로, 지난 3일 기준으로 총 6회가 방송됐다.

이들은 △‘패배를 막을 수 있는 전략가’라는 타이틀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전 의원을 오나라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해낸 육손으로 △‘진보진영의 차세대 주자’라 이름 붙인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은 대세를 보는 안목과 국가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했던 인재인 노숙에 △‘야권의 오호대장’이라 평가한 더민주 김광진 전 의원은 당대 영웅인 조조가 스스로 수염까지 뽑으며 도망칠 정도로 두려워한 마초로 비유하는 등 특유의 시선으로 현대 정치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시작된 지는 한 달 남짓 됐지만 20, 30, 40대로 각각 구성된 진행자 3인의 케미로 애청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삼국지 인물전>의 진행자들을 안암동에 위치한 그들의 소소한 아지트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삼국지 인물전> 진행자 김재욱 작가 ⓒ투데이신문

Q. 먼저 <삼국지 인물전> 방송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김재욱 삼국지 등장인물과 우리나라 정치인 또는 유명인들의 행적 또는 성격을 서로 매칭해서 그 개인에 대한 전망이라든가 주변을 둘러싼 정치 상황들을 예상해보는 거예요. 특히 내년 대선국면에서 우리가 다루는 인물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할지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건데요. 저희가 강조하는 건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는 방송이라는 거죠. 그게 오히려 청취자들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언어로 풀어내는 방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주 재미있어요(웃음).

Q. 각자 <삼국지 인물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김재욱 방송은 1, 2부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현대 인물과 매칭된 삼국지 인물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그동안 <투데이신문>과 <칼라밍>에 써놓은 글들이 있어요. 그 내용들을 토대로 제가 진행하죠. 또 중간중간에 대사들이 나오는데 남수씨와 동준씨가 맡아서 하고 있고요.

김남수 2부는 재욱 형이 서술해놓은 삼국지 인물과 매칭이 되는 정치인에 대해 얘기하는데요. 제가 매칭이 되는 부분들을 자료를 보고 요약·정리해서 얘기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어요.

이동준 저는 삼국지 인물이 실제 게임에서 어떤 능력치를 갖고 있는지를 조사해요. 또 2부 시작할 때 간략하게 그 인물에 대해서 출생이나 기본정보들을 알려드리고요. 보통은 이제 재욱형이랑 남수형이 말씀하시면 첨언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김재욱 방송의 중심은 현대 인물을 보는 2부에 있어요. 삼국지라는 건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인 거고요. 그래서 저는 남수씨가 어찌 보면 이 <삼국지 인물전>에 중심축을 잡고 진행하는 진행자라고 생각해요. 동준씨는 인물들에 대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센스 있게 잘 찾아와요. 또 인물에 대한 평을 할 적에도 날카로우면서도 차분한 한두 마디가 있고요.

   
▲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진행자들 ⓒ<삼국지 인물전> 방송 캡처

Q. <삼국지 인물전> 방송을 시작하게 된, 또 함께하게 된 계기는.

김재욱 지난 총선 표창원 캠프에서 친해진 이철 PD라고 있어요. 나중에 술 먹으면서 <삼국지 인물전>으로 방송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이철 PD가 ‘형님이 정치나 사회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느냐’, ‘글도 좋지만, 방송으로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 굉장히 열악하잖아요. 보수정당이 모든 기득권을 다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서 한번 얘기해보자 하더라고요. 그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니겠다 싶어서 하게 된 거예요.

김남수 재욱형하고는 복학생 시절에 처음 알게 됐어요. 그러다 회사 다니고 하면서 연락이 끊어졌다가 어느 날 페이스북을 보니 형이 쓴 책이 광고로 떴어요. 거기서 <삼국지 인물전> 글을 보고는 만나서 같이 술 먹어보고 싶다 해서 다시 만났죠. 그게 한 4년 정도 됐어요. 그러다가 올해 노동절 때 형한테 전화가 와서 같이 방송하자고 하더라고요. 결국 하기로 하고 재욱형, 이철 PD형과 단합대회를 했어요. 그때 제가 두 명은 조금 아귀가 안 맞는다고 했어요. 그러다 재욱형이 40대고 제가 30대니까 20대, 30대, 40대로 가도 되겠다 하다가 그날 동준씨를 만났죠.

이동준 저희 맹자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있는데 그분이랑 페친(페이스북 친구)이에요. 선생님 타임라인에 재욱형 글이 자꾸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한번 들어가 봤더니 우리 과 수업도 하시고 정치적인 것에 대한 읽을거리도 많이 올려주시고 하셔서 페친을 맺었죠. 그러다 나중에 학교 앞 거리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재욱형이 지나가시는 거예요. 인사를 했더니 갑자기 “너 방송할래?” 이러시는 거예요. 앞으로 계속 볼 분이기도 하고 수업도 들을 수 있고 해서 한다고 했죠(웃음). 그랬더니 “그럼 들어와” 해서 술집으로 따라갔고 거기에 남수형이랑 PD님이 계시더라고요.

김재욱 동준씨 타임라인을 보다가 꽂힌 글이 하나 있었어요. 이번 4.13총선을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는 짧은 글이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 안 갖잖아요. 그런데 그걸 얘길 한다는 게 일단 그 자체로 신기했죠. 저는 이 친구가 짧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고 또 일리가 없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염두는 두고 있었던 거죠. 그랬는데 남수씨가 ‘3명이서 합시다’ 하니까 딱 떠올랐어요. 그러고 담배 피우러 나갔는데 있던 거에요(웃음). 우리가 이 팟캐스트를 선보이기 위한 운명적인, 필연적인 뭔가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Q. 타 팟캐스트와의 차별성이 있다면.

김남수 사실 <삼국지 인물전> 책을 보기 전에 이미 이런 시도들이 많이 있는 줄 알았어요. 삼국지란 작품 자체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그 등장인물과 정치인들을 많이 매칭시켜놨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실제로 하나의 단행본이 나올 정도의 시도는 없었던 거에요. 콘텐츠 자체로도 사실은 최초인 거죠. 그런 면에서 차별성이 아니라 희소성이 있는 거죠.

   
▲ <삼국지 인물전> 진행자 김남수씨 ⓒ투데이신문

Q. 그동안 작가님의 <삼국지 인물전> 글 중에서 각자 가장 싱크로율이 높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김남수 저는 ‘진성준-육손’의 매칭이 제일 높다고 생각해요. 전략가로서의 진성준 전 의원을 재욱형이 보셨는데 실제로 진성준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전략통으로 계속 있었어요. 육손도 실제로 전략가였고요. 그렇지만 육손이 마냥 전략가가 아니에요. 전투에도 잔뼈가 굵은 사람이에요. 진성준 전 의원 같은 경우는 군대에서마저도 운동하다가 징역살이를 한 투사 기질이 있는 분이거든요. 저희 방송 보면서 ‘뭐가 진성준이 육손이야’ 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방송을 듣다 보시면 ‘이게 되게 맞아떨어지네요’라는 추임새들이 나와요. 그게 대충 맞아떨어지게 지어낸 말이 아니라는 걸 아시게 될 겁니다.

이동준 저는 ‘표창원-조자룡’. 아무래도 재욱형이 직접 본 표창원 의원이 제일 싱크로율은 높은 거 같아요. 표창원 의원이 경찰대 출신이시고 교수님이셨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전투력 있는 스타일은 아닌 줄 알았어요. 근데 하시는 거 보니까 전투력이 장난 아니시더라고요. 최근에 국회 대정부질의 영상을 봤는데 일단 말을 굉장히 논리 정연하게 잘하세요. 수사관 출신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이분이 상대방 입장에서는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게 몰아붙이더라고요. 물론 김광진 전 의원이나 다른 의원들도 그렇게 하긴 했지만, 표 의원만의 전투력이 또 있더라고요.

김재욱 제가 친분과 상관없이 정말 애정을 갖고 쓴 사람이 있어요. ‘홍세화-유비’에요. 페북에 연재할 때도 욕을 제일 많이 먹은 게 유비 편이었어요. 안 맞다는 거죠. 유비는 나라 세웠는데 홍세화 선생님(현 노동당 고문)은 현실정치에서 진보신당 하다가 끝났잖아요. 행적으로 따지면 이분은 유비랑 안 맞아요. 근데 제가 주목한 건 우리나라 상황에서 홍세화라는 사람의 행적이에요. 홍세화 선생님은 그야말로 엄혹한 시절에 고생 많이 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자기가 다 감내하고 누구 원망도 안 하잖아요. 저는 그걸 염두에 둔 거죠. 홍 선생님은 혈기도 있었지만, 고초를 겪으면서 꺾이고 자기가 겪으면서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자기화시켰고 동지를 규합하지만, 동지들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 원망하지도 않고 자기 길을 갔어요. 그런 정황들, 그 성격이 저는 유비하고 매칭이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 마음속에서 싱크로율이 제일 높은 사람은 홍세화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 <삼국지 인물전> 김광진-마초 편 촬영 중. 왼쪽부터 이철 PD, 김재욱 작가, 김광진 전 의원, 이동준씨, 김남수 씨 ⓒ투데이신문

Q.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자 어떤 잠룡에 주목하고 있는지.

김재욱 저는 안희정 지사죠. 이분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닫혀있지 않아요. 팬덤도 아주 강하진 않은 것 같고. 제가 봤을 때는 지금은 팬덤이 너무 강하면 지지층 확장을 못 합니다. 안 지사를 눈여겨보는 것이 친노적인 사람이었지만 친노라는 탈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기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 충남지사가 되고 공약 이행률이 정말 높습니다. 일 정말 잘해요. 그리고 그거에 대해서 그렇게 티 내고 내세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덕목이에요. 또 스탠스가 정말 좋았던 것이 안 지사 같은 경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을 인정한다고 했어요. 다른 쪽 표도 가져와야 하니까요. 안 지사는 처음부터 말 아끼고 있다가 ‘아, 내 힘만으로는 안 되구나’ 하면서 바꿔버린 거라고 봐요. 제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그게 바로 정치력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 이분은 균형 잡힌 스탠스를 취합니다. 그래서 지지율은 떨어지지만 적이 많이 없습니다. 안 지사는 그간에 자기가 쌓아온 게 있고 확장성이 있어요. 그걸 통해서 바람을 타면 야권의 유력주자로 떠오를 거로 생각해요.

김남수 저는 정치에 크게 기대가 없습니다. 어쨌든 정치라는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나라고 대통령은 그 최고의 권력자죠. 하지만 그 역시 국민의 총의를 갖고 가는 사람이에요. 그렇다면 그 ‘총의에 충실해야 한다’가 기본 전제고요. 그들이 대변해야 할 대상은 대다수 국민, 그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그런 정책들, 경제활동인구 중에 실제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1000만 국민들이 제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제대로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죠. 근데 지금은 노동자들이 힘이 하나도 없어요. 그들이 더 많은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지도자라면 새누리당이라도 지지하겠어요. 저는 안희정 지사가 됐든 문재인 전 대표가 됐든 누가 됐든 상관없어요. 그걸 정말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동준 야권은 아무래도 안희정 지사지 않겠어요. 제가 또 충청도민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충청도 출신이라 지지한다는 게 아니고 충청도의 분위기를 보면 안 지사가 당선되기 전만 해도 보수에 가까운 지역이었어요. 안 지사가 와서 바뀌었어요. 전파력이 있는 거죠. 또 작년 광복절 때 하셨던 연설에서 대북정책에 관련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때의 햇볕정책을 좀 더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보였고 그 논리도 맞다고 생각했어요. 또 최근에 저희 학교 와서 강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한테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현 상황에서는 어떤 대안도 내놓을 수 없다, 어떤 대답을 내놔봤자 어떤 정책을 내놔봤자 다 효과가 없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먼저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혼자 대답을 내놔봤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같이 해보려 한다’고 말하셨는데 이 말씀이 마음에 들었어요.

Q. 각자 방송에 가장 부르고 싶은 인물은 누구인지.

김남수 저는 노회찬 의원. 제가 현실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민주노동당에서 대대적으로 원내에 들어갔을 때가 있잖아요. 거기서 노 의원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게 운동권 출신들은 말을 어렵게 해요. 근데 노 의원은 운동권 출신임에도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는 거예요. 거기서 노 의원이 얘기하는 거 보고 이분이 굉장히 노력했구나라는 걸 느꼈죠. 대중적으로 다가서는 거예요. 게다가 노 의원이 위장취업을 하고 노동자들과 얘기하던 그 말투나 사용하는 수사 등은 분명히 스스로 공부했을 거예요. 본인이 자주 보던 사람들은 소위 식자층이었을 텐데 저는 그게 이분의 부단한 자기 학습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동준 제가 부르고 싶은 인물은 불가능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에요.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 7~80년대 본인이 운동하면서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있었을 텐데 왜 대통령이 돼서 실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휘둘리기만 했는가, 조선일보랑 싸우는 등 약간 쓸데없는 것들을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그런 걸 하면서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차라리 자기가 정말 원하던 거, 노동자가 정말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김재욱 저는 표창원 의원. 아직 정치인으로서는 검증받지 못했죠. 근데 국민들의 굉장한 기대를 안고 왔단 말이에요. 표 의원도 정치인이 된 후 하고자 하는 것이 많아요. 하지만 그 전반적인 청사진에 대해 말한 적은 없어요. ‘정의를 추구하겠다’, ‘지역에서 열심히 하겠다’, ‘사회 약자들을 위해서 노력하겠다’, 이게 아니라 과연 구체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냐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표 의원이 내년 정권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러면 정권교체를 위해서 표창원이라는 네임벨류가 있는 정치인이 해야 할 역할이 뭐냐는 거에 대해, 그런 청사진에 대해 듣고 싶어요.

   
▲ <삼국지 인물전> 진행자 이동준씨 ⓒ투데이신문

Q. 세대별로 정치관이나 정치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김남수 30대라는 세대는 정치에 관심 없기 시작한 세대예요. IMF 세대여서 자기 앞가림에 더 신경 썼죠. 문제는 그때 대체적으로 관심 없다 해서 관심 없었던 사람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다만, 그걸 냉혈한 같은 입장으로 바라봤던 것뿐이에요. 문제는 그 당시에는 그랬다고 해도 나이를 먹었잖아요. 30대가 되고 나서는 비정규직 문제, 노동 문제 등 그 정치적인 문제들이 자기의 삶으로 다가오고 있잖아요. 이게 대학교 때랑은 완전히 달라져요. 저는 조금 달랐던 건 그때도 관심 있었거든요. 저는 해방 직후에 친일파들이 계속 그 권력을 갖고 내려오던 역사가 굉장히 싫거든요. 그런 생각을 가졌던 30대도 분명히 있었을 거고요.

이동준 30대가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지게 된 세대라면 20대는 정치를 혐오하는 세대인 거 같아요. 옛날에는 ‘정치로 바꿀 수 있는 건 없어’ 이렇게 생각했다면 요새는 다 나쁜 놈들이고 믿을 놈 하나 없고 이런 식으로. 하지만 아직 가난하고 힘들고 억울해서 싸우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근데 이 친구들은 그걸 다 개인의 욕심으로 치환하는 거죠. 쌍용차도 이 사람들 다 귀족노존데 싸울 시간에 차라리 딴 데서 취직을 하지 왜 그러냐, 철거민들 시위하면 보상받을라 그런다, 사실 20대가 약간 계산적인 건 있어요. 물론 시대적으로 지금 많이 어렵고 하지만 확실히 저희 선배들이 우리 나이 때 했던 행동들과 지금이 다르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지금 20대들이 그런 의식을 바꿔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건 정치로 할 일은 아닌 거 같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이죠. 근데 스스로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와야죠. 그 사람들의 어려움이 나한테 오기까지 말이에요. 모두의 문제가 돼야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요?

김재욱 이게 20대의 생각을 대변할 순 없는 거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건 정말 부끄러워야 해요. 거기에 대한 자각이 지금 일어나야 된다고 보는데 제가 보기에는 없습니다.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고, 지금 40대 후반에서 60대, 그 사이에 뭔가가 바뀌었어야 됐다고 봐요. 그걸 못하고 실패했죠. 근데 책임은 안 지면서 아직까지도 계속 정치 실험을 해요. 물론 그들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얻어왔지만 그걸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희생했어요? 이들은 거기에 대한 책임의식이 아무것도 없어요. 이게 정말 큰 문제에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50대를 폄하하거나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말한 87년, 그 이전, 그분들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렇게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대 흐름에 따라서 내가 분명히 변하는 게 싫더라도 따라가야 되는 거고 그게 진보라고 저는 생각해요.

   
▲ <삼국지 인물전> 진행자 3인. 왼쪽부터 김재욱 작가, 이동준씨, 김남수씨 ⓒ투데이신문

Q. <삼국지 인물전> 방송은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김남수 이 방송을 하게 되면서 나름 준비도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보이는 게 있어요. 예전에는 저 사람은 느낌상으로 저건 아니야 이렇게 얘기했다면 지금은 볼 필요도 있네, 이런 생각이 든 경험이 있었고요. 그래서 되게 좋은 경험이에요. 또 우리끼리 나중에 이게 추억이 되지 않을까라고 얘기해요. 재욱형하고도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또 동준씨하고도 만나서 격의 없이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이동준 다 같이 처음 해보는 방송이지만 저한테 <삼국지 인물전>은 방송을 준비하고 하는 게 결코 만만치가 않아요. 이런 걸 하면서 좀 더 사회생활을 배운 것 같아요. 섭외한 분들이 와서 하는 말씀을 들어보면 대충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구나 그런 걸 배우는 거 같아요. 그게 좋든 나쁘든 간에요.

김재욱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가 되는 거 같아요. 이 두 분을 만나고서 소중한 생각들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분들의 얘기를 통해서, 또 <삼국지 인물전>을 같이 진행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있고요. 내 개인적인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되는 사람, 스승이라는 것은 내 가까이에 있는, 바로 옆에서 나랑 술 한잔 먹는 그런 사람들이었구나 하는 것을 이들한테 얻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제가 말로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분들과 같이 방송에서 말했던 것들, 우리가 만나면서 술자리에서 얘기했던 것들, 인터뷰하면서 얘기했던 것들, 그런 것들을 잊지 않고 제 실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반영을 하고 이런 마음가짐으로 여기 있는 우리 후배들을 만나고 싶고 방송하고 싶습니다.

Q. <삼국지 인물전> 청취자들에게 한 말씀씩 해주신다면.

김남수 그냥 편히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송의 질이 아주 좋진 않지만 분명 들었을 때 얻어가시는 게 있을 거예요. 청취자분들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래도 이게 날로 먹는 방송은 아니다, 다들 일정도 있고 바쁜 와중에 열심히 하고 있다, 절대 실망스러운 방송을 준비하고 있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동준 남수씨 목소리를 잘 감상하시고 듣는 사람도 부끄러운 제 목소리 연기는 빨리 감기로 해서 들으세요(웃음).

김재욱 저희 방송을 통해 과연 내가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되느냐,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 이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느냐 등을 우리 방송을 통해 여러분들이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러려고 방송하고 남수씨나 동준씨도 아마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여러분 <삼국지 인물전> 앞으로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사랑해주시는 만큼 생각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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