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선 칼럼니스트
·스토글 대표이사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 아동문학가

【투데이신문 윤미선 칼럼니스트】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를 생각해 보자. 영어 단어 하나도 수십 번 반복하며 외워야 비로소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발음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에 외우면 잊어버리고 또 외워도 생각이 나지 않는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였다. 그러나 외국을 나가지 않고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그맨 김영철씨는 연예계에서 소문난 영어박사다. 모 예술대에서 2003년부터 ‘기초 영어 초급’ 강의를 하고, ‘뻔뻔한 영철 영어’라는 영어 교재까지 펴낸 바 있다. 당시 그가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불과 5년이 채 안 된 시기에 이뤄 낸 성과였기에 더욱 놀라웠다. 지금까지도 김영철 영어 배우기 강의의 열기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에 원어민과 능통하게 대화할 정도로 영어 실력을 키운 비결은 무엇일까?

평소 영어를 접하는 행동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대기실에서 머리를 매만지는 중에도 영어 방송이 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큼직한 그의 가방 속에는 연예 잡지 등 각종 영어 원서 4∼5권 정도는 기본으로 들어 있다. 스스로 ‘활자 중독자’라 부를 정도로 장소만 허락하면 영어 원서를 본다고 한다.

그리고 왕초보에서 1년 반 만에 외국에서 장학금까지 받으며 학교에 다닐 정도로 단기간에 영어의 달인이 된 박경림은 어떻게 영어를 잘 할 수 있었을까?

박경림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서 외국인과 대화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문맥도 맞지 않는 어설픈 영어와 손짓 발짓을 동원하면서 의사소통을 했지만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면서 점점 외국인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됐다.

그들의 영어정복 성공담을 들어보면 틈만 나면 쉬지 않고 단어나 문장을 반복 반복해서 외웠다고 한다. 그리고 발음이 엉망이라도 뻔뻔하게 외국인과 부딪혀 말해보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어느 곳에서나 영어 단어와 일치하는 사물이나 상황을 보면 다양하게 영어로 말해보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영어를 잘 해 보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갖고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지면서 영어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언어는 하고자하는 마음과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 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소극적이다. 일상생활에서 또는 사회생활에서 말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혼자서 고민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면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피치를 배운다는 것은 말을 못하는 사람이나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또한 말은 정치인이나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과 같은 특수한 직업을 갖는 사람들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소설 <보바리 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프로베르는 ‘일물일어설’을 주장했다.

‘하나의 사물을 지적하는 데에는 단 하나의 적절한 명사가 있고, 한 가지 동작을 표현하는 데에는 단 하나의 적절한 동사가 있고, 하나의 상태를 묘사하는 데에는 하나의 적절한 형용사가 있다’

이는 문장을 쓰는 데 정확한 표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에 있어서도 자신이 전달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어휘와 표현기법을 써야 한다. 그리고 이는 많은 연습을 통해서만 가능해 진다.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직무상 보고를 할 때는 물론 설득이 필요한 다양한 상황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말을 잘 하려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정신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 밑빠진 독에는 아무리 물을 쏟아 부어도 물이 새어나간다. 그래서 물이 빠지는 속도보다 더 빨리 그리고 빠지는 물의 양보다 더 많이 계속해서 붓는 수밖에 없다. 말을 잘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정신으로 도전해 보자.

말더듬이 데모스테네스가 피나는 연습 끝에 그리스 최고의 명연설가가 되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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