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갑자사화(甲子士禍)
[칼럼] 갑자사화(甲子士禍)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8.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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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사화(士禍)의 사전적 정의는 “조선시대에 조정의 신하와 선비들이 반대파에게 몰려 화(禍)를 입은 사건”이다. 조선시대 신하 집권층은 흔히 훈구(勳舊)와 사림(士林)으로 구분되고, 보통 훈구가 사림세력을 제거한 것을 사화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는 조금 단순하다. 반대파에 단순히 훈구 세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훈구세력 전체가 사림 탄압에 참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화는 훈구세력이 왕에게 요구해 일어난 것이 보통이다. 무엇보다도 훈구세력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서 일어난 사화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훈구파가 사림파를 탄압하는 것이 사화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에 일어났던 네 차례의 큰 사화를 흔히 4대사화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본 칼럼에서는 갑자사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갑자사화는 그 유명한 연산군이 그의 어머니 윤비가 중전자리에서 쫓겨난 후 죽임을 당하는 과정에 대해 알게 된 후 일어난 사건이다. 이후 연산군은 윤비에게 다시 중전의 지위를 주고, 성종의 위패와 같은 곳에 위패를 모시려고 했고,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만 사형에 처하거나 귀양을 보냈다. 그런데 이후 연산군의 어머니 윤비의 폐위와 처형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귀양보내거나 처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사화가 일어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조금 어이없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김범은 갑자사화 촉발의 계기로 “국왕의 하사주를 이세좌(李世佐)가 엎지른 실수(1503년 9월 11일)와 손녀를 입궐시키라는 왕명을 홍귀달(洪貴達)이 즉시 따르지 않은 사건(1504년 3월 11일)”을 꼽았다. 이 사건들이 갑자사화 촉발의 계기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지금 생각하면 술을 좀 엎었다고, 혹은 손녀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신하들을 죽였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로서는 전제군주정이었기 때문에 지엄한 왕명을 어긴다는 것은 왕을 능멸하는 행위였다. 연산군 역시 이런 대신의 행동을 “추상을 능멸하는 행위의 표본”이라고 지목했다.

그런데 아무리 전제군주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저러한 행위가 사화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여전히 상식 밖의 일이다. 아마 저러한 사건은 연산군이 어머니를 잃은 것에 대한 분노의 폭발과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처참한 사화로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당시 화를 입었던 신하들의 직위를 파악하면 알 수 있다. 김범의 연구에 따르면, 대신(20명. 17.9%)보다 삼사(92명. 82.1%)에 속하는 관리가 훨씬 많았는데, 사화의 발단이 된 두 명의 신하가 모두 삼사(三司) 관리가 아니었고, 연산군이 갑자육간(甲子六奸), 즉 갑자년에 주살해야 되는 여섯 관리가 모두 대신이었으며, 부관참시 된 신하들도 모두 대신이었다.

사화의 결과 대신보다 삼사의 관리가 훨씬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연산군이 사화를 일으킨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왕권강화였다는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사실이다. 삼사는 본 칼럼에서 몇 차례 언급했기 때문에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단, 삼사가 왕명을 출납하고 왕에게 조언하고 간언을 하는 기관들을 통칭하는 것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신하들에 의한 견제를 받지 않기 위해서 사화를 일으켰다는 예상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또한 이전에 발생한 무오사화로 인해서 삼사의 기능이 많이 위축되었고,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전후해서 연산군의 폭정과 음란한 행위가 극에 달했다는 것도 근거가 될 것이다.

조선시대는 왕권과 신권 사이의 견제와 협력, 토론과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전제군주정 국가나 시대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물며 ‘민주공화정’을 표방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토론과 소통, 견제와 협력은 매우 당연한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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