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CEO] 쿨 이너프 스튜디오 허세희 대표

   
▲ 쿨 이너프 스튜디오 허세희 대표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이태원 경리단길에 오프라인 매장 오픈
생활용품, 독특하게 디자인해 출시
한 제품만 1년만에 3만개 이상 판매
‘글로벌 리빙브랜드’를 향한 도약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군살 하나 없는 가녀린 몸매에 딱 봐도 어려보이는 외모, 눈에 띄는 패션센스를 가진 여자가 있다. 또한 성장세를 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디자인 회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여자, 그리고 회사에서 선보이는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는 여자가 있다.

이들은 각각 다른 사람이 아닌 한 명이다. 즉 한 사람이 회사 대표이자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숨가쁜 삶을 살 것 같은 그녀, 바로 디자인 회사 쿨 이너프 스튜디오(COOL ENOUGH STUDIO)의 허세희(32) 대표다.

그녀는 지난 2014년부터 쿨 이너프 스튜디오를 통해 일상 속에서 사용되는 비누, 욕실 슬리퍼, 수건, 달력, 거울 등의 용품을 새롭게 디자인 및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쿨 이너프 스튜디오 제품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뭐지?’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생활용품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만의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기 때문. 정육면체 거울인 ‘더 미러(THE MIRROR)’와 치약, 칫솔과 같은 세안도구를 담을 수 있는 ‘더 타월 (THE TOWEL)’ 등이 그 예다.

그녀가 내놓은 독특한 디자인은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더 미러의 경우 출시 이후 3만개 이상이 판매됐으며 예능, 드라마 등을 통해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제품이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SNS 등에서 쿨 이너프 스튜디오 제품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기자는 궁금했다. 모두에게 주어진 똑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맡은 여러 일을 다 해내는 것은 물론, 독특한 디자인으로 자신의 브랜드 및 제품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이 ‘능력있는 여자’는 자신의 일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난 15일 이태원 경리단길에 문을 연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첫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다.

   
▲ 쿨 이너프 스튜디오 이태원점 외부 모습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브랜드론칭 3년만에 오프라인 매장 열어
“인기 체감…알아봐 주니 신기할 따름”

Q. 먼저 첫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매장 오픈 준비를 하며 힘들었던 순간이 많아서인지 더없이 기쁘다. 오프라인 매장이 생긴다는 것은 단순히 가게가 생긴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덧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매장 위치를 선정하는 것부터 어떤 콘셉트로 매장을 구성해야 하는지까지 모든 순간이 어려웠고 오픈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잠을 줄이고, 또 줄여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사무실을 지원해주는 기한이 올해 만료되는 시점이어서 사무실을 마련해야 했다. 더군다나 점차 중국분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져 쿨 이너프 스튜디오 제품을 보여줄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올해 초부터 8개월간 준비한 끝에 사무실과 오프라인 매장이 함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되니 뿌듯하다.

Q. 그렇다면 최근 쿨 이너프 스튜디오 제품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데 인기 체감하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지는 1년 반 정도 됐다. 그 이전에는 포트폴리오를 제작해서 나홀로 타 업체에 디자인을 선보이는 식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디자인한 제품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지인들로부터 “내 친구가 쿨 이너프 스튜디오 안다고 하더라”, “이 제품에 대해서 궁금해 하더라” 등의 말을 들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앞서 말했듯 중국인 고객들이 사무실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 중국인 고객이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쿨 이너프 스튜디오를 중국인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브랜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수 고객들이 예쁘게 봐주니 점차 많은 분들에게 쿨 이너프 스튜디오 제품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굉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Q. 특히 ‘더 미러’는 출시 이후 3만개 이상 판매됐다고 알려졌는데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더 미러’는 제조 비용이 조금 더 들고, 제품을 제조하는 공장과 더 많은 의사소통을 하더라도 지금껏 아무도 보여준 적 없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나의 욕망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특히 ‘더 미러’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가 작년에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준비했던 제품이어서 준비하는 기간 내내 ‘거울을 어떻게 디자인할까’, ‘거울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등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한 결과, 거울은 화장품에 부착돼 있는 경우가 많고 시중에 나오는 제품은 문방구에서 파는 3000원짜리 캐릭터 거울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됐는데 상식적으로 샤넬 립스틱을 쓰는 여성이 그런 거울을 가지고 다닐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급스럽고 누구나 가지고 다닐 만한 거울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결심한 끝에 ‘더 미러’를 만들게 됐다. 이처럼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하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한 쿨 이너프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했기 때문에 결과가 좋게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쿨 이너프 스튜디오 ‘더 미러'(왼쪽)와 ‘더 타월’(오른쪽)

평범한 ‘생활용품’, 재해석해 새롭게 탄생시켜
“유용한 제품으로 삶이 더욱 즐겁기를”

Q. 쿨 이너프 스튜디오에서 선보이는 제품은 모두 직접 대표님이 디자인한 작품들인가.

지금까지는 직접 모든 제품을 디자인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제품군이 조금 더 폭넓게 늘릴 계획이어서 다른 디자이너를 영입해 함께 작업하고자 한다.

Q. 더 미러 뿐만 아니라 수건, 헤어밴드 등의 평범한 생활용품을 더욱 실용성있게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생활용품을 디자인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영국에서 디자인 제품을 전공해 대학시절부터 제품에 관심이 많기는 했으나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핀란드에 살았던 때 습득한 문화 때문에 더욱 생활용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핀란드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생활용품 살 때의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 핀란드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컵을 살 때를 예로 들면 한국 사람들은 물을 먹을 수 있는 기능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핀란드 사람들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가구, 생활용품 등에 의미를 두고 제품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려고 한다. 즉 핀란드 사람들은 제품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품의 디자인 등이 흥미롭다면 구매를 하는 경우가 한국 사람들에 비해 많다.

이런 핀란드의 문화를 알게 되니 ‘평범한 물건에는 사용자의 감성과 삶의 깊이가 담겨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이로써 제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독보적인 제품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그 제품으로 인해 사람들이 삶에서 유용함과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생활용품에 집중하게 됐다.

   
▲ 쿨 이너프 스튜디오 허세희 대표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대학원 진학하려다 ‘이 일’ 생겨
“내꿈은 CEO가 아니었다”

Q. 디자인을 공부하며 CEO가 되기를 희망했나.

전혀 아니다. 원래는 좀 더 공부를 해서 교단에 서고 싶었다. 디자인 자체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나만의 예술을 즐기면서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게 내 경험담을 들려주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핀란드에 머무는 동안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는데 해당 포트폴리오에 실린 제품이 해외 매거진에 소개돼 대학원 진학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조금씩 혼자서 제작해 판매했었던 일이 지금처럼 상업화가 된 것이다. 결국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고 CEO의 길을 자처하게 됐다.

사실 당시에 대학원 진학을 포기할 때만 해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회사를 운영한다고 해서 디자인 실력이 뒤떨어지는 게 절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회사 사정은 신경쓰지 않고 디자인에만 심취해 있는 디자이너였다면 ‘이게 내 작품이야’라는 감상에만 젖어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을 하는 동시에 운영적인 측면도 함께 신경쓰다 보니 오히려 내가 만든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단가를 낮추면서 퀄리티 있는 제품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절충할 줄 아는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것 같아 CEO의 길을 자처한 내 선택에 후회가 없다.

Q. 그렇다면 대학교 졸업 후 쿨 이너프 스튜디오를 바로 론칭하게 된 것인가.

특이하게도 대학교 졸업 후 디자인 회사가 아닌 잡지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은 패션을 비롯해 전체적인 문화 트렌드를 살펴보는 에디터. 그래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는 일이 잦았는데 당시 경험은 지금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그 때 만났던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런 트렌드가 있으니 이후에는 어떠한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이에 ‘대기업 입사’가 정석이라고 생각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충격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지금의 나에게 당시 그들의 말과 열정적인 모습이 큰 영감이 된다. 또한 트렌드가 제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그래서 고객을 마주하는 일이 많은 요즘 그 때 잡지 회사를 간 건 우연이 아니었다고 자신하게 된다.

Q. 제품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집, 자동차, 회사 등 곳곳에 특별하게 디자인된 제품이 놓여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실제로는 어떤가.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지는 않다. 그보다는 흰색 제품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어서 집, 자동차, 회사 내 거의 모든 제품이 흰색인 점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은 때가 묻을 것 같아 흰색 제품을 꺼려한다. 쿨 이너프 스튜디오 제품 역시 흰색을 기본으로 출시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빨리 다른 색깔이 출시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색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흰색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다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 쿨 이너프 스튜디오 허세희 대표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날로 더해지는 책임감
“즐겁지만 힘든 일 투성이”

Q. 회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제품 디자인을 직접 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다. 그래서 평소에 틈틈이 디자인 공부를 하는 편이다. 특히 잠들기 전 항상 테드, 핀터레스트, 텀블러 등을 통해 디자인과 관련된 콘텐츠를 본다. 그러다보면 아이디어가 축적돼 디자인을 해야 하는 때에 비로소 관련 내용을 서치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깊게 공부를 할 수 있다. ‘이것 해야지’라고 작정하고 공부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시간만 보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읽으려고 신문을 자주 본다. 트렌드를 알면 제품을 언제 어떻게 출시해야 하는지를 인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한국 화장품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이에 따라 사이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의 더 미러, 더 타월 등의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Q. 그렇다면 지금의 쿨 이너프 스튜디오가 있기까지 가장 쉽지 않았던 것은 무엇인가.

힘든 일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람들과의 갈등이 가장 힘들었다. 회사 외부 사람이라면 갈등이 생겨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데 함께 결단을 내리고 진행 방향을 함께 정해야 하는 사람들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Q. 힘들 때 극복하는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나.

롤모델인 예술의 전당 부장님과 아버지에게 의지를 한다. 예술의 전당 부장님의 경우 굉장히 섬세하고 따뜻한 분이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 예술의 전당에서 보조 큐레이터 일을 하면서 시작된 인연인데 가감없이 이런 저런 고민을 부장님께 털어놓으면 30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조언해 주신다. 또한 사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에게도 큰 힘을 얻는다. 아버지가 어떤 사업을 하시는지 자세히 모름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부터 새벽 5시에 출근하고 굉장히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시간을 쪼개 열심히 일하는 부지런함을 배웠다. 사실 아버지에게는 힘든 일이 있어도 다 털어놓지 못한다. 아버지이기 때문에 나보다 더 걱정하니 어떤 고민이 있는지 자세히 말하지는 않지만 아버지를 내가 참 많이 닮은 것 같아서 좋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갈수록 더 많이 배우고 있다.

Q. 창업이 아닌 취업의 길을 걷고 싶었던 적은 없나.

다른 회사에 취업해 일을 했다면 매번 퇴근을 바라며 ‘오늘 저녁은 뭘 먹지?’, ‘휴가는 언제 갈까?’ 등을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디자인 실력도 많이 늘지 않고 내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성숙하지 못한 채로 살았을 것 같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동료가 생기고 운영을 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힘들지만 전보다 책임감도 많아지고 내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성숙해진 것 같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는 쿨 이너프 스튜디오를 더욱 잘 이끌어나가고 싶은 원동력이 된다.

   
▲ 쿨 이너프 스튜디오 허세희 대표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목표는 ‘글로벌 리빙브랜드’
“우리만의 ‘디자인’에 더욱 집중할 것”

Q.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는 것이다. 믿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으며 최대한 서로를 존중하면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을 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협력해 일한다면 이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새벽에도 제조 공장 등으로부터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집에 들어간 순간부터는 간단한 확인 사항 외에는 업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대한 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 복잡하지 않은 일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임에도 쉬는 공간인 집에 일을 하게 되면 이는 결국 회사 업무의 능률을 낮추는 원인이 될 것이다.

Q. 쿨 이너프 스튜디오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는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리빙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또한 대기업이 아니다보니 대중적인 가격대가 형성에 어려움이 있는데 디자인, 퀄리티 등을 놓치지 않으면서 앞으로 더욱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타 브랜드를 신경쓰거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더욱 집중하며 묵묵히 일하고 싶다.

Q. 끝으로 디자인 회사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내가 보는 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데 ‘실패하더라도 일단 해보자’ 주의여서 일단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시도했다. 부딪혀 봐야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현실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제품 역시 유명한 제품이 있는 반면 정말 유명하지 않은 제품들도 많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느냐를 보여준다. 그러니 창업을 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해라.

인터뷰 중 허 대표는 책 한 권을 소개해줬다. 도널드 노먼 교수의 ‘이모셔널 디자인(Emotional Design)’이었다. 이 책의 표지에는 디자이너 필립스탁이 디자인한 레몬즙 짜는 기구, ‘주시 살리프(Juicy Salif)’ 사진이 실려 있었다. 허 대표는 주시 살리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들려 줬다. 장모와 친해지고 싶었던 필립스탁은 부엌에 독특한 제품이 놓여 있으면 장모가 “이게 뭐지”라고 말을 걸어 자연스레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주시 살리프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제품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문득 깨달았다.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삶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그리고 허 대표는 지금 누군가의 삶에 이야기를 더하는 중요한 일을 당차게 해나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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