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정 한국시낭송예술협회 회장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인성교육이라는 말이 크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든 『인성-』이라는 말이 앞에 붙게 됐고 모든 교육이 인성교육 중심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만큼 지금 우리사회에 인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2015년에는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것이 제정됐고 음악, 미술, 독서, 체육, 기타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인성교육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낭송’은 시(詩)를 낭랑한 음성으로 암송하는 일이다. 좋은 시를 읽고 또 외워서 암송하는 것만큼 인성을 일깨우고 심금을 울려주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은 언어의 동물이고 시는 바로 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는 절제되고 함축된 언어로 되어 있다. 마음이 어지럽고 산만할 때 좋은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정리가 되는 것은 시에 쓰인 언어들이 절제돼 있고 정리가 돼 있있으며 여백에서 주는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공자가 엮은 책으로서 사서삼경중의 하나인 논어(論語) 위정편에 보면 <시삼백 사무사(詩三百 思無邪)>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좋은 시 삼 백편을 읽으면 마음속에 비뚤어진 생각이 없어진다”라는 뜻이다. 그만큼 좋은 시는 사람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순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2년 전에 10개의 학교에서 선정된 고등학교 3학년 비행청소년들을 선도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시낭송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첫 시간엔 시라는 것이 어느 먼 딴 나라의 얘기인 것처럼 강의는 듣지도 않고 제멋대로이던 아이들이 아름다운 배경음악과 함께 좋은 시를 감동적으로 낭송해서 들려주고 아이들의 상황에 빗대어 시의 의미를 풀어 설명해주니 차츰 눈빛을 반짝이며 집중하기 시작했고 한사람씩 앞에 나와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낭독하는 것까지 차분히 잘 따라줬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책 없어 보이던 아이들의 태도로 봐서는 정말 놀라운 변화였다. 마지막에는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짤막한 감동실화를 낭독해서 들려주니 감동으로 가슴이 찡해진 아이들의 입에서 '와~'하는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짧은 감동의 소리는 나 스스로에게도 마음의 치유가 되었고 큰 감동이었다.

이렇듯 좋은 시는 짧은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이 있다. 좋은 시를 선정해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교내 시낭송대회를 통해 시를 암송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다면 그보다 효과적인 인성교육은 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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