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지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고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62) 경남도지사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

이는 지난해 7월 홍 지사가 재판에 넘겨진 지 1년 2개월만이다. 대법원에서 실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홍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특히 홍 지사는 이번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현재 새누리당에 눈에 띄는 대선 주가가 없는 만큼 홍 지사가 이번 재판 이후 본격적으로 대선 주자로 나설 경우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비록 2, 3심이 남아있지만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만큼 대선 주자로 나서기 힘들 뿐만 아니라 아니라 도지사 임기 유지조차 어려울 위기에 부딪혔다.

한편 홍 지사는 “정치적 음모”라며 이번 판결에 대해 부당함을 내비쳤다.

재판부 “금품 전달자 진술 신빙성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임을 고려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돈을 줬다는 성 전 회장과 이를 전달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홍 지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부터 법정까지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1억원이 든 쇼핑백을 홍 지사에게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쇼핑백을 받는 과정에서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의원회관으로 이동해 돈을 전달하는 과정까지 윤 전 부사장과 그 처의 진술이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 전 회장이 지난해 경남기업 압수수색 후 내부 대책회의에서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고, 이후 윤 전 부사장과 만나 홍 지사에게 준 것을 확인했다”며 “사망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홍 지사에게 2011년 당대표 경선 전에 1억원을 줬다고 진술해 그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이 ‘배달사고’로 1억원을 횡령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성 전 회장이 생전에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언급한 태도나 홍 지사 측 인사들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는 대화 녹음 등에 비춰 횡령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홍 지사는 장기간 국회의원 직에 있으면서 주요 정당의 대표 및 원내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경남도지사로 재직해 그 행동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그럼에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민주주의와 법치, 국민 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이 허위 사실을 꾸며냈다거나 1억원을 임의로 썼다고 주장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장기간 공직에 헌신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금품 전달자로 함께 기소된 윤 전 부사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홍 지사는 불법자금을 받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저해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금품 전달자로 함께 기소된 윤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자백을 했지만 정치 야망으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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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성완종, 반기문 매니아…대선 언급해 벌어진 일”

홍 지사는 1심 판결 뒤 여의도에 있는 경남 서울본부 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건은 대권 때문에 생긴 것 같다”며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가 터질 그 무렵(2015년 4월), 내가 대통령 경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며 “그 이야기가 없었다면 아마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성완종씨가 반기문 매니아다. 반기문이 지지자였고 그래서 내가 대선 이야기를 안했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한번 봐라.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 전부 친박들 아닌가. 그런데 왜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내가 끼어들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홍 지사는 “성완종씨가 2012년도 대선을 하면서 충청포럼을 만들었는데 그게 왜 생겼겠냐”라며 “그런데 대선 때 돈은 자기들끼리 다 써놓고 왜 엉뚱한 나를 끌고 들어가나. 그래서 내가 판결 후 ‘저승가거든 성완종씨 만나면 내가 한번 물어봐야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홍 지사 자신이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반기문 지지자인 성완종 회장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포함시켰다는 것.

홍 지사는 “내가 지어낸 얘기가 아니고 법정에서 나온 경남기업 전무의 증언”이라며 “자기(성완종 회장) 사건, 자원비리사건에 대해 불구속 처리를 받기 위해 친박도 아니고 청와대에도 부담이 없는 홍준표 하나를 찍어 만들어서 (검찰에) 넘겨주고 자기는 불구속 되려고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법정에서 다 나온 이야기”라며 “그런데 그 모든 이야기는 다 제쳐놓고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것을 재판부가 1년 6월을 선고한 전례가 있는지 한번 찾아보라”며 재판부에 판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물론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이것을 순수 사법적 결정으로 받아들이기는 참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정계은퇴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권 일각 누가?”라며 “야당 쪽에서? 그럼 박지원 의원은 열번도 더 은퇴했겠다”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도정을 소홀히 한 적도 없고 모든 사업은 정상적으로 다 하고 있다”며 “이런 사건에 연루됐다고 결코 위축되거나 기죽거나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 사망 후 당시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서병수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후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꾸린 뒤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했고, 지난해 7월 이완구(66)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2일 이뤄진다.

1심은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남긴 메모와 인터뷰의 신빙성을 인정, 이 전 총리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총리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리스트에 오른 허태열(71)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69)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61) 의원, 서병수(64) 부산시장, 유정복(59) 인천시장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는 전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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