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진까지 발생했는데···
[칼럼] 지진까지 발생했는데···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9.21 2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진 때문에 온 나라가 공포에 휩싸였다. 지진이 시작된 경북 경주에서 멀리 사는 사람들도 불안감을 호소하는데, 경주 지역 주민들의 공포심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다. 언론에서도 우리나라가 지진 위험 지역이 됐다는 것과 우리나라의 지진 대비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것을 앞다퉈 보도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지진의 횟수도 많이 보도한다는 사실이다. 『삼국사기』 기록에 경주 지역에서 있었던 지진으로 1000여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을 인용해서 보도하고,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참고해서 조선왕조 500여년 사이에 1500건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보도한다. 이러한 기록은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지진 기록의 횟수가 아니라 지진을 언급한 맥락과 지진이 일어났을 때 조정의 대처 자세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지진이 일어났다는 단순한 기록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종실록』 2권, 태종 1년(1401) 7월 23일 경술 1번째 기사는 태종이 간원(諫院, 사간원 소속으로 왕에게 직언을 하는 관직) 두 명을 옥에 가두었다가 석방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록에서 간원들은 태종이 벌인 토목공사를 중단할 것을 건의하고, 태종이 이것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간원들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옛날 제왕이 만일 하늘의 꾸지람이 있으면, 몸을 삼가고 허물을 자책하여 정전(正殿)을 피하고, 상선(常膳)을 감하고, 부역을 정지하고, 세금 거두는 것을 적게 하여, 인심을 위로하고 재변(災變)을 없앴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성찰할 줄 모르면 상처입고 패하게 되니, 하늘과 사람이 서로 간섭할 때에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한나라 문제(文帝)·경제(景帝) 때에 일식(日蝕)이 있고, 지진(地震)이 있고, 산이 무너지고, 물이 넘치고, 혜성이 여러 번 나타나고, 비와 눈이 시기를 바꾸고, 복사와 오얏이 겨울에 꽃피고, 궁궐이 여러 번 불타 변괴의 나타남이 이루 다 셀 수가 없었는데, 문제가 천심을 잘 받아서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닦고 성찰하여, 황제의 자리에 있은 지 20여 년 동안에 궁실·정원·가마와 마차·옷가지를 더 늘린 것이 없고, 몸에는 검은 빛의 거친 비단을 입고, 궁인(宮人)은 옷을 땅에 끌지 않고, 휘장과 장막에는 무늬와 수놓은 것이 없이 오로지 덕으로써 백성을 교화시킴에 힘을 썼고, 경제가 황제 자리를 이으매, 절약하고 검소하며 백성을 사랑해서, 능히 전왕(前王)의 업(業)을 지키었습니다. 그러므로 비록 변이(變異)가 있었으나 마침내는 그 응험(應驗)이 없었고, 70년 동안 나라가 편안하고 집마다 넉넉하며 사람마다 족(足)하여 부강한 정치를 이룩하였으니, 이것을 이룬 것은 진실로 높고 멀어서 행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고, 다만 용도(用度)를 절약하고 백성을 아끼는 한 가지 일에 있는 것입니다.

이 기록에서 간관들은 중국 한나라 때 문제와 경제라는 두 황제가 지진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부덕함 때문에 일어난 천재지변으로 알고 몸과 마음을 닦고, 백성들을 위하는 정치를 실시해서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건의한다. 이 외에도 『세종실록』 38권, 세종 9년(1427) 10월 16일 경오 4번째 기사에서는 지진이 발생하자 세종이 농사의 흉작과 지진이 발생하자 이것을 염려하면서 ‘각기 자기의 임무에 나아가 백성의 일을 생각하여 의식을 풍족하게 하라’고 지시한다. 또한 『정조실록』의 정조의 행장(行狀, 어떤 사람의 사후 그의 행적에 대한 기록)에도 지진이 일어나자 정조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진 소리가 들리니 이야말로 군신 상하가 모두 정신을 가다듬고 분발 노력하여 수성(修省)의 도를 다할 때가 아니겠는가. 아, 백천 가지 병폐는 다 언로(言路)가 막혀 있기 때문인데 구언(求言)의 기회를 간혹 마련해 봐도 입바른 말은 들을 수가 없고 다만 남의 비밀을 들춰내는 풍조만 일고 있으니 이는 구언이 오히려 말을 않은 것보다 더 심한 피해가 있는 것이다.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바로 나 자신의 허물이나 시정(時政)의 폐단에 관한 것이니 (후략)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필자는 과학기술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만도 못한 위정자들의 자세를 비판했다. 이번 지진에서도 반성은커녕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지진에 철저하게 대비해서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지 말아야 될 것이다.


인기기사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