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두리반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과거 한 일본 무사의 저택 앞에 작은 모래더미가 있었다고 한다. 위급한 일이 생겨 출진할 때 칼을 빼어 이 모래더미를 쑤시면 녹이 벗겨지고 날이 서기 때문에 항상 태세를 갖추기 위해 모래더미를 쌓아둔 것이다. 반면에 한국 선비들의 곁에는 항산 문방사우가 함께했다. 생각을 갈고닦는데 필요한 붓과 먹이 그들에게는 일본 무사의 모래더미와 같은 것이다.

오래도록 쓰지 않은 칼이 녹이 슬듯 글도 오래 쓰지 않으면 녹이 슨다. 그래서 시대를 사는 글쟁이들은 칼을 갈듯이 늘 펜을 간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펜을 가는 것과 같다.

책 <마르지 않는 붓>은 그동안 ‘자유칼럼그룹’의 저자들이 그동안 갈아온 펜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자본과 권력 인연 등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필자의 양식과 이성에만 기대어 자유롭게 글을 쓰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자유칼럼그룹’은 언론인이나 문필가처럼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외교관, 의사, 화가, 변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책에 녹여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대한민국 안에서 숱한 일을 경험했다. 그 많은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깨달았을까. 1부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통찰을 풀어냈다. 2부에서는 각각의 저자가 나와 내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려냈으며, 3부에서는 세계라는 큰 그림 안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초상화와 우리의 위치에 대해 고민해봤다. 4부에서는 각각의 저자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사람에 대해 소개했으며,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우리가 지나온 과거와 살아가고 있는 현재,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들이 살아온 환경과 생각, 경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글마다 띠는 색깔 또한 제각각이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글이 모여 우리가 살아온 지난 세월을 기억하게 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마르지 않는 붓>을 읽으며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