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공진초 부지 특수학교 신설···주민 반대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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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정지훈 기자】 장애학생들이 원거리 통학을 하고, 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에 14년 만에 특수학교 신설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시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것은 2002년 종로구에 세워진 경운학교가 마지막으로 현재 서울에는 국립 3개, 공립 8개, 사립 18개 등 총 29개의 특수학교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가 1만3166명으로 확인되는데 반해 서울시내의 특수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은 4600명에 그쳐 특수학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만큼 장애학생들의 통학거리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특수학교 재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4646명 중 버스로 3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학생이 전체의 절반가까이 됐다.

통학시간은 30분~1시간 미만인 학생이 1943명으로 41.8%, 1~2시간인 학생도 138명으로 3%에 달했다.

근거리 배정을 원칙으로 보통 20분 이내의 통학시간이 걸리는 일반학생에 비해 장애학생들은 등교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동도 쉽지 않은 만큼 통학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2019년까지 서울시에 특수학교 3곳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한 곳이 강서구 내 (구)공진초등학교 부지로 결정됐고,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육청은 공립특수학교 신설 부지로 해당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이은자 부대표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강서구에 거주하는 특수아동들 중 일부는 10년 전부터 원거리 통학을 해왔다”며 “현재까지 적당한 부지가 없어 학교를 설립하지 못했지만 공진초 부지에 자리가 났으니 하루빨리 설립하는 것이 특수아동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청은 특수아동들을 위해 반드시 특수학교를 설립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주민들이 이를 적극 반대하고 나서며 서울시교육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투데이신문

강서구 주민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특수학교신설안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지고 반대서명 운동을 전개하는 등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거센 반대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 부지로 결정된 공진초 부지 인근에 허준생가, 대한한의사협회 등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국립한방의료원 설립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강서한강자이아파트 입주민 대표회의 한연철 감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강서구에는 하나의 특수학교가 있는 반면에 양천구 등 8개 구에는 하나도 없다”며 “이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명시된 ‘국가 및 지자체는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기관을 지역별로 균형 있게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교육청의 행정예고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어 “과연 법에 따라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는 강서구 주민들이 지역이기주의인지, 특수학교가 없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강서구 설립을 강행하려는 사람들이 지역이기주의인지 잘 판단해달라”고 토로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내 특수학교 설립을 계획된 일정에 따라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 8개 구에 특수학교가 갖춰져 있지 않은 반면 강서구에 특수학교 1개를 비롯한 장애복지시설이 비교적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그만큼 강서구에 시설을 필요로 하는 장애 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강서구 소재의 특수학교가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설립을 결정한 것”이라며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추후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행정예고에 따르면 특수학교의 설립 목표 시기는 2019년 3월로 발달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해 전체 16학급으로 106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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