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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 오는 2017년 12월 31일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1963년부터 54년간 존치해온 사법시험은 오는 2017년 12월 31일 예정대로 폐지된다. 하지만 국회가 법을 개정할 가능성도 있어 사시 존폐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사법시험 폐지 반대 전국 대학생 연합’ 회원들이 청구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2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5명은 사시가 폐지되도 사시 준비생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해당 조항의 목적은 법학 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더욱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고 이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사시를 폐지한다는 해당 조항이 제정된 뒤 사법시험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사시가 존치할 것이라는 신뢰이익은 변경됐거나 사라졌다”고 봤다.

그러면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입법자는 2009년 5월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면서 2017년까지 8년간 유예기간을 뒀다”며 “청구인들이 로스쿨에 입학해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취득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으로 청구인들이 받는 불이익보다 사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을 전제로 교육을 통한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공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머지 4명의 재판관은 사시 폐지가 경제력이 없는 계층의 법조인 진출을 막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조용호 재판관은 “로스쿨 제도를 통해 양성된 법조인이 사시를 통해 선발된 법조인보다 경쟁력 있고 우수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출신 계층이나 가치관의 다양성 등과 관련해서는 로스쿨 제도가 사시 제도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시 존치는 로스쿨의 법조인 양성에 관한 독점적 지위에 따른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선의의 경쟁을 일으키게 돼 국민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도 “사시와 로스쿨 제도는 양립할 수 없는 제도가 아니고 법조인 양성제도로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어느 하나의 제도가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두 제도의 장점을 살려 서로 경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게 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반대의견을 펼쳤다.

이들 재판관은 “사시 폐지로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입는 불이익은 사시 폐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못지않게 중대하다”며 “해당 조항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조항에 의해 사시가 폐지되고 그 결과 로스쿨만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며 “법조인 자격의 취득에 있어 경제력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고 이는 사시 폐지라는 규범적 상태의 변경으로 발생한 차별로 단순히 사실상의 차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는 만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날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8월 같은 부칙 조항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3건 역시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 폐지가 예정된 사법시험을 둘러싸고 ‘존치’를 주장하는 입장과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시 법무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보완을 비롯해 사시 1·2차와 유사한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 변경으로 불가피하게 사시 존치가 논의되면 사법연수원과 달리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별도 대학원 형식의 기관을 설립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로스쿨협의회, 로스쿨 학생, 법학 교수 등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입장 발표 다음 날 “최종 입장이 아니다”라며 입장을 내놨다. 결국 이 같은 법무부의 태도는 사시 존폐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더욱 촉발시켰다.

한편, 사시 준비생들의 모임인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사시존치모임)’은 헌재의 판결 직후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국민적 지지를 얻는 사시 제도를 없애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일원화를 선택한 헌재의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불공정·불투명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 개선과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사시의 존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헌재의 판결 결과와는 상관없이 입법부에 기대를 걸고 더욱 강력하게 사시 존치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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