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후마니타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우리 사회 곳곳에서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리 공방과 작업장이 들어선 거리에는 대기업을 등에 엎은 프랜차이즈 점의 크고 화려한 건물들이 새롭게 지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우장창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예외 없는 몸싸움이 벌어진다. 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도심에 가까운 낙후 지역이 고급 상업 및 주거 지역이 들어서면서 활성화됨에 따라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기존의 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홍대와 합정, 삼청동, 서촌, 북촌, 연남동 등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과 창원, 광주, 제주 등지에서도 유사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과 동네는 떠오르는 반면 그곳에 뿌리내린 오래된 상인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으로 일대의 땅값과 건물값, 임대료 등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기존의 제조업과 도매업 중심의 상가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고 그 빈자리에는 광고업, 금융업 등 고부가치서비스들이 들어섰다.

이는 상권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헌 집 주면 새 집을 받을 수 있는 ‘뉴타운 개발 사업’은 강남의 성공 신화를 부러워만 하던 강북 사람들에게 지역 개발과 재산 가치의 증식이라는 희망을 던져주었지만, 뉴타운 재개발 지역(길음 뉴타운)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고작 13.2%에 불과했다. 즉, 기존에 살던 주민의 대다수가 그 지역을 떠났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도시의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시장 질서에 개입하려는 것은 윤리적 당위나 이념적 감상에 따른 것으로 이는 과도한 국가 개입을 낳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책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맞고 고군분투했던 성동구 사례를 바탕으로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이 윤리적 당위나 이념적 감상에 따른 정책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이야말로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지키고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1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이론과 역사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도시 경쟁력, 시장경제,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성찰해 보았다. 3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성동구가 실제로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했는지를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어떤 법과 제도가 재정비되고 개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우리 사회에 토지와 건물을 이익 창출의 ‘매개물’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안식처’로 인식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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