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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9일(현지시간) 2차 TV토론이 종료됐다.

두 후보는 2차 TV토론에서 음담패설과 성추문, 이메일 스캔들, 납세 의혹 등을 둘러싼 각종 논쟁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힐러리와 트럼프 후보는 토론 시작 전에 악수도 하지 않고 짧은 인사만 나누는 등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음담패설 발언 논란에 대해 "뒤에서 우리끼리 한 얘기였다.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며 "가족과 미국인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여성들을 매우 존중한다. 나만큼 여성들을 존중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ISIS(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다른 명칭)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사회를 맡은 앤더슨 쿠퍼 CNN방송 앵커는 "(음담패설에서 거론된) 일을 한 적 있는가"라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아니다. 그런 적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나는 이 나라를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며 말을 돌렸다.

힐러리는 "여성에 대해 생각하고 대하는 방식은 그가 바로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보여준다"며 "우리는 대선 내내 그가 여성을 모욕하는 걸 봐 왔다. 이게 바로 도널드 트럼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구에게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그들이 저급하게 굴어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간다'고 조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는 '빌 클린턴' 성추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힐러리 후보의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이 나라의 정치 역사상 그만큼 여성들을 함부로 대한 자는 없다"고 비난했다. 빌 클린턴은 이날 딸 첼시와 함께 토론회장에 나와 있었다.

그러면서 "힐러리는 (클린턴의 성추문을 제기한) 여성들을 잔인하게 공격했다. 피해 여성들이 이 자리에 와 있다"며 "그가 진실을 알고 있다면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객석에는 과거 빌 클린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폴라 존슨과 캐슬린 윌리, 후아니타 브로드릭이 자리했다. 트럼프는 토론 한 시간 전 이들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사람은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스캔들로 논쟁을 이어갔다. 힐러리가 트럼프는 법집행기구의 통제권을 가질 자질이 없다고 비판을 가하자 트럼프는 "그렇다면 당신은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의 세금 회피 의혹에 대한 논쟁도 불거졌다. 힐러리는 트럼프가 20년 가까이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트럼프 같은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우리 군인들과 보건, 교육을 위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힐러리가 연방 상원의원 시절 세법 개혁을 이끌었어야 했다"며 "당신이 상원의원 때 왜 바꾸지 않았는가. 당신 동료들 역시 나와 같은 이익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트럼프는 힐러리의 증세 공약에 대해 "그는 세금을 막대하게 올릴 것이다. 이는 미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난 이제껏 대통령에 출마한 누구보다도 세법을 잘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힐러리는 트럼프에 대해 "'대체 현실' 속에 살고 있다"며 "그의 세금 공약은 미국의 부유층에게 선물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해킹 논란도 도마위에 올랐다. 힐러리는 러시아가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미국 기관들을 해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는 "나는 러시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러시아에 빚이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힐러리에게 시리아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그가 내린 거의 모든 외교 정책은 실수였고 재앙이 됐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간 첨예한 공방전이 90분 내내 계속됐다. 이에 토론 말미 청중석에서 "서로에 대해 존중하는 점을 무엇이든 말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힐러리는 "트럼프의 자녀들은 헌신적이고 능력있어 트럼프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힐러리를 '포기를 모르는 투사'"라고 표현했다. 

이번 토론에 대한 CNN/ORC 조사에서 57%는 힐러리가, 34%는 트럼프가 이겼다고 답했다. 1차 TV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힐러리가 우세했다고 유권자들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응답자의 63%는 트럼프가 예상보다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60%는 힐러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반면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현재까지 3만6899명이 조사에 참여한 가운데 응답자의 57.25%가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답변했다. 힐러리가 더 잘했다는 응답은 42.75%로 나타났다.

한편, 마지막 3차 토론은 오는 19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주립대학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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