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대신증권이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과 관련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대신증권에 제출한 자료와 똑같은 내용이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시행과 관련된 대신증권의 내부자료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창조컨설팅이 저성과자 퇴출을 목적으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한 만큼 대신증권도 이와 같은 목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컬러 부분이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 임원회의용’ 자료, 흑백 부분이 창조컨설팅이 대신증권에 제출한 ‘고성과 조직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매뉴얼’ ⓒ송옥주 의원실

18일 <투데이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 임원회의용’ 자료에 따르면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단계별 프로세스’에서 ‘정기/상시 면담을 통해 본인 희망 시 희망퇴직 접수 및 퇴직 검토’라는 문구가, ‘3차 성과 관리프로그램 종료 후 관리 방안’에는 ‘불합격자는 명령휴직(1~4주), 반성의 기간을 부여하고 권고사직을 유도하고 자연퇴직 out’이라는 문구가 명기돼 있다.

더불어 해당 내용들은 지난 2011년 12월 20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대신증권에 제출한 ‘고성과 조직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매뉴얼’이란 제목의 보고서와 내용이 동일하다.

그간 대신증권 측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에 대해 창조컨설팅에 용역을 의뢰한 건 맞지만, 여러 업체에서 안을 받았으며 그대로 시행하지 않고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수정·보완을 거쳐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창조컨설팅이 제출한 자료와 똑같은 내용이 대신증권의 임원회의용 내부자료에서 포착된 것.

당시 창조컨설팅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설계는 육성이나 목표는 퇴출-교육, 인사, 급여를 통한 압박수단을 제시 △인사권 행사방법-명령휴직을 통해 자연퇴직이 가능하도록 설계 △최적 설계방향-외부적으로는 저성과자의 역량프로그램으로 설계하되 내부적으로는 어려운 과제를 부여해 잔류의지를 없앰 △인사조치/불이익-단계별 급여삭감과 신분변동을 통해 잔류욕구 상실 △3단계 프로그램 후 최종적으로는 자연퇴직이 가능하도록 설계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의 설계방향으로 △개별 면담을 통해 다수의 희망퇴직을 유도 △저성과자는 프로그램 활동 중 잔류욕구가 감소하는 시점에서 사직을 유도 △프로그램 시작부터 끝까지 대상자에게 개별적·비공식·수시 희망퇴직을 접수해 프로그램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이 당시 창조컨설팅이 대신증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가 저성과자 퇴출을 위해 설계됐다는 다수의 정황들이 포착된다. 그리고 이번에 입수된 대신증권 임원회의 자료에 이 같은 내용의 자료가 포함돼 있어 대신증권에서 운영하는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창조컨설팅이 설계한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전 저성과자 대상자 중 희망퇴직 신청?

이와 함께 송옥주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특별위로금 지급 및 퇴직자 지원방안 시행안’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제1차 인사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를 시행하고 사전 저성과자 대상자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퇴직위로금 지급 및 퇴직자 지원방안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명시돼 있다.

   
▲ 대신증권의 ‘특별위로금 지급 및 퇴직자 지원방안 시행안’ ⓒ송옥주 의원실

또 특별위로금 지급 기준(안)을 보면 ‘인사위원회에서 정하는 특별위로금 지급대상 조건에 해당하는 자중 본인이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인사위원회에서 승인한 직원’으로 대상이 명기돼 있다.

해당 내용과 관련해 창조컨설팅이 대신증권 제출한 보고서에서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의 설계방향으로 ‘저성과자와 개별, 집중 면담을 통해 프로그램 시행 전 다수의 희망퇴직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앞서 송 의원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서 ‘사전 저성과자 대상자 중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위로금의 지급과 지원방안을 시행한다는 내용과 창조컨설팅이 설계한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를 시행하기 전에 사전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한다는 부분에서 연관성이 지적됐다.

즉, 대신증권이 사전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이 창조컨설팅이 제시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시행 전 사전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사전작업을 해 창조컨설팅이 제시한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실제로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송옥주 의원은 “대신증권은 2011년 창조컨설팅을 통해 구조조정프로그램인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해당 프로그램은) 반성의 기간을 부여하고 권고사직을 유도해 자연퇴직 시키는 게 목표였다”며 “면직절차를 간소화하면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소지가 높아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절차를 간소화하면 안 된다고 자세한 내용까지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이 시나리오대로 찍어내기식 희망퇴직이 시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같은 컨설팅이 들어가다 보니 현행 법망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교묘히 피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때문에 고용부도 명백한 증거가 없어서 근로감독을 해도 처벌하기가 애매하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와중에 이런 식으로 법망을 피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국가적 보호시스템이 없어 노동인권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신증권의 경우 저성과자라고 꼬리는 붙여지지만,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선별해서 하는 과정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찍어내기식 퇴출 등의 정황도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전략적 성과관리, 직원 교육용”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아니고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법원에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아니라 직원 교육프로그램이라고 법원에서 판시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판결문에는 “피고(사측)의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은 우수 직원에게는 포상을 강화하고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는 다양한 지원을 통한 역량 강화 기회를 부여함을 그 내용으로 한다”며 “창조컨설팅 용역보고서에는 성과가 낮은 직원을 퇴출하는 방안도 기재돼 있으나,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의 실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임원회의 자료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임원회의 자료 내용은) 컨설팅 업체에서 받은 안일뿐 그대로 시행되지 않았으며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서 퇴직한 직원이 1명도 없다”면서 “창조컨설팅뿐만이 아니라 여러 군데서 안을 받은 것으로, 창조컨설팅의 안도 말 그대로 하나의 안으로 받았던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받은 안을) 그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저희에 맞게 다시 만들어 교육프로그램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그렇게 법원에서도 객관적 판단을 내려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전 저성과자 대상자에 대한 희망퇴직과 창조컨설팅이 설계한 매뉴얼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전략적 성과 관리 프로그램을 이수하시던 분들 중에 중간에 ‘이제 그만하고 퇴직하겠다’하고 나가신 분들이 있다”며 “(당시 희망퇴직은) 그분들이 대상이었던 것이지 (창조컨설팅의 매뉴얼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논란…언제부터?

대신증권은 지난 2014년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 및 ODS(Out Door Sales)부서 전출 압박 등을 활용해 희망퇴직을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지난해 3월 23일 진행된 ‘희망 없는 절망퇴직 사례발표대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는 대신증권의 구조조정이 ‘영업점 단계별 축소 방안 마련→저성과자 퇴출방안 마련(2011년)→영업점 단계별 축소 진행(2012년)→저성과자의 양산→저성과자 인격적인 모독과 망신주기로 퇴직 압박→영업점 축소 완료(2014년)→저성과자 퇴출 완료’의 수순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영업점이 단계적으로 축소되기 직전인 2011년 후반기부터 양홍석 사장은 컨설팅 업체인 ‘창조컨설팅’에 의뢰해 상시 퇴출프로그램인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를 만들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5월~2013년 말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 65명 중 23명이 퇴직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이런 구조조정에 반발해 지난 2014년 1월 무노조였던 대신증권에는 노조가 설립됐다.

이후 사측은 전략적 성과관리 대신 희망퇴직을 실시, 총 304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직원들에게 개인 PC와 책상이 없을 수도 있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신설 부서로 발령이 날 수 있다는 말로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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