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 선임을 3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사업재편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의 퇴진 이후 8년여 만에 오너일가가 직접 등기이사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

총회에서 결정될 사안이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이 찬성 의견을 내놓은 만큼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입성식은 무난히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맞춰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훈 사장(CFO)이 이사직을 사임하고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가 유지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움직임을 본격적인 책임경영 행보에 나서는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날 주총 1호 안건에 올라와 있는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의 분할 매각 승인 건부터 시작해 ‘뉴삼성’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도 이 부회장이 전면 등장함에 따라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프린팅 솔루션 사업 부문을 세계 최대 프린터업체인 미국 HP(휴렛팩커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은 10억5000만 달러(약 1조1949억원)이다.

중국·브라질 등에 생산법인, 북미에 프린팅솔루션 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는 약 600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삼성-HP 신설법인인 에스프린팅솔루션으로 고용 승계된다.

이번 결정으로 HP는 삼성전자가 가진 레이저 프린팅 핵심기술을 가져오게 되면서 디지털 복합기 시장에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됐으며, 삼성전자는 비주력사업에 효과적인 구조조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프린팅 솔루션 사업은 삼성전자가 올해 초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 방안으로 내세웠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사업 특성상 수익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 전격 매각의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행된 석유화학·방산부문 빅딜과 해외 혁신기업 인수합병(M&A), 그룹 사업구조 재편작업 등에서도 이 부회장의 원칙이 돋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중국 차이나스타(CSOT)가 설립하는 11세대 LCD 법인에는 약 3500억원(지분 9.8%)을 투자했으나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등에 투자한 지분은 모두 매각했다. 투자자산 역시 핵심 사업 역량 강화가 목적인 셈이다.

현재 지지부진한 사업성과에 그치고 있는 의료기기사업부와 적자를 내고 있는 삼성에디슨도 합병이나 매각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M&A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꾸준히 IT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다양한 회사를 인수·투자하고 있다.삼성전자는 2014년 8월 사물인터넷(IoT) 기업 ‘스마트싱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루프페이(모바일 결제 솔루션), 조이언트(클라우드서비스), 비야디(전기자동차·스마트폰 부품), 비브 랩스(AI 플랫폼 개발) 등을 인수했거나 지분투자 했다.

올해는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 부품사업 부문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도 추진 중이다. 또한 미국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사인 비브 랩스(VIV Labs Inc.)를 이달 초 인수하며 인공지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