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딜런 ⓒ소니뮤직

시적인 가사, 대중음악 문학 영역으로 끌어올려
대중음악가 수상에 일부 문학인 부정적 반응 보여
수상 발표에도 침묵하는 밥 딜런…시상식 참여 불투명

【투데이신문 김소정 기자】올해 노벨 문학상은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4)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노벨 문학상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가수 상을 받게 되는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13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 가수 밥 딜런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들 만들어낸 공로로 밥 딜런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10여 년 전부터 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런 만큼 그의 음악은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1941년생인 밥 딜런은 미국 미네소타 주 출신으로 본명은 로버트 앨런 지머맨이다.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를 좋아해서 그의 이름을 따 개명했다. 1960년대부터 포크록을 대표하는 가수이자 인권운동가, 시인, 화가로 활동했다.

딜런은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등 수많은 명곡을 통해 아름다운 가사와 선율로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다.

특히 그는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 등 비트닉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의 시적인 가사는 대중음악 가사 수준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도 큰 영향을 끼친 가수다. 한대수와 김민기, 양희은, 양병집, 서유석 등 70년대 한국 포크 가수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으며 김광석과 같은 후대에 등장한 가수들도 밥 딜런의 곡을 번안해서 불렀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딜런이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실제 대중가수가 상을 받으니 대중음악계도 충격을 받았다”며 “60년때 잠깐 활동한 가수가 아닌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재 진행형의 가수라는 점을 높게 평가 받은 것 같다”고 봤다.

그는 “딜런이 이번 문학상 수상으로 존재감과 무게감을 세상에 더 알리게 됐다”며 “그의 음악이 사실 문학이었고 시였으며 정신세계를 다뤘다는 걸 인정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딜런의 음악은 ‘문학적’” vs “웃기는 일”

딜런이 오랜 세월동안 탁월한 예술성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그래도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인도 출신 영국 소설가 샐먼 루시디는 10월 13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부터 노래와 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 딜런은 음영 시인 역사의 찬란한 상속인”이라며 축하했다.

노벨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도 트위터에 “딜런의 음악은 아주 깊은 의미에서 ‘문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스티븐 킹 역시 “추잡하고 슬픈 (대선)시즌에 한 가지 멋지고 좋은 선택”이라고 수상 소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SNS 공식 계정에 “내가 사랑하는 시인들 중 한명인 밥 딜런에게 축하를. 노벨을 받을만하다”고 축하했다.

반면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어빈 웰쉬는 트위터를 통해 “나도 딜런 팬이지만, 이것(노벨 문학상)은 노쇠하고 영문 모를 말을 지껄이는 히피의 썩은 내 나는 전립선에서 짜낸 노스탤지어 상”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음악 팬이라면 사전을 펴놓고 ‘음악’과 ‘문학’을 차례로 찾아서 비교하고 대조해 봐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가 딜런에 밀려 노벨 문학상을 놓치게 된 데 대해 트위터 상에서 “아쉽다”, “언젠간 트위터(글)로 (노벨상을)받을 날이 올 것”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티칸 일간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딜런의 노래가사 중 일부는 아름다우며, 전 세대에 영향을 미친 진정한 예술가의 작품이지만, 딜런은 (작가가 아니라)송라이터”라며 “노벨의 결정이 돈 드릴로, 필립 로스, 무라카미 하루키 등 진정한 작가들에게는 분명 반갑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딜런을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노벨 문학상은) 좀 이상해보인다”, “앞으로 수많은 작사가들에게 노벨 문학상의 문이 열리는가”, “아빠가 50년 넘게 밥 딜런 팬이지만 이건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하신다” 등의 대중의 반응을 전했다.

   
▲ ⓒ뉴시스

정작 수상자는 무반응…한림원 “무례하다”

밥 딜런은 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당일 라스베이거스 공연에서도, 이튿날 캘리포니아 코첼라 공연에서도 노벨상과 관련해 침묵을 지켰다.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 참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수상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건 처음”이라면서도 “시상식에 딜런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위원인 페르 베스트베리는 “딜런의 대응이 무례하고 오만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상식 참여와 수상을 거부해도 밥 딜런은 이미 수상자 리스트에 올랐다. 수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964년 상을 거부한 바 있는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여전히 수상자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 한림원은 당시 “그가 우리의 결정을 거부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밥 딜런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름 올렸지만 이를 기뻐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평화와 화합을 위한 노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그로 인한 다툼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이들로 하여금 대체 무엇을 위한 상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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