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르미 그린 달빛> 이영 役 배우 박보검

   
▲ 배우 박보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데뷔 이래 첫 사극 도전, 감정의 흐름 잘 표현하려 노력해
함께 촬영한 대선배님들 조언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뒤에서 응원해주는 팬분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잇는 원동력
스텝들이 다시 한 번 작품하고 싶어하는 연기자 되고파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요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배우가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하고 맑은 가을 하늘 같은 그의 환한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솟아오르는 광대와 새어 나오는 흐뭇한 미소를 감출 길이 없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배우 박보검(23). 2016년은 박보검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상반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조용하고 신비로운 바둑기사 최택 역으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그는 하반기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천방지축 왕세자 이영으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하며 ‘박보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한 나라의 왕세자 이영이 남장한 채 위장해 궁에 들어온 내시 홍라온과 사랑에 빠진 예측불허 궁중위장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첫 방송 시청률 8.3%를 기록하며 공중파 3사 월화드라마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박보검 역시 응답하라 징크스를 깨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매회 꾸준한 성장으로 탄탄한 연기 실력을 뽐내며 ‘엔딩요정’이라는 수식어답게 마지막 회 시청률 22.9%를 기록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제 몫을 다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브라운관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극찬을 받았지만 스스로는 배우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르미 그린 달빛’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배우들과 스텝들 덕분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지난 27일 <투데이신문>은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어느 조용한 카페에서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우 박보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Q.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첫 사극 도전이었다. 부담감은 없었는지.

정말로 해보고 싶었던 사극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감이 없었다. 사극이 아니면 아름다운 한복을 입어볼 기회도 없고, 그래서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왕세자 이영이라는 인물을 점점 알면 알수록 머릿속으로는 이해를 하는데 대사로 행동으로 표현하기가 버겁고 어려웠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대선배님들과 유정이, 진영이형, 동현이, 수빈이 그리고 스텝분들, 어벤저스급이라고 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그러다보니 그분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점점 부담감이 커지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사실 대본 리딩을 할 때도 이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중간에 감독님, 작가님과 시간을 가졌지만 마음에 차지도 연기에 확신도 없었다. 그래서 캐스팅 촬영을 하는데도 ‘내가 이영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확신이 컸다.

Q.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장면을 꼽는다면.

편전에서 대신, 관료들과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다. 정치와 관련된 대사를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았고 그러다보니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단어가 많았다. 하지만 선배님들이 대본 속에 그려진 것 이상으로 감정을 잘 표현해 주셔서 나 역시 팽팽한 대립각이나 정치적인 구도를 날카롭게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왕세자 이영은 로맨스, 정치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었다. 상황에 따라 감정변화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걸 알아봐주셔서 일단 너무 감사하다. 처음에 그런 감정의 흐름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대본만 집중적으로 보기 위해 애썼고 상황에 맞춰 상대방과 감정을 이어가려고 했다. 혹시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상상하고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이끌어 주셨다. 또 선배님들도 내 대사 하나까지 섬세하게 조언을 해 주셔서 정말 좋았다.

Q. 이영 세자가 홍라온이 손에 쥔 칼을 잡아 자신의 팔찌를 끊어내는 장면에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당시 연기를 하면서 어떤 감정이었는지.

‘정말 이제는 (라온이랑)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를 밀어내려는 라온이를 보면서 마음 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Q. 이번 작품을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어떤 점이 가장 아쉬운지.

사극에 대한 기초가 잘 잡혀있었더라면 지금의 이영보다 좀 더 보완된 이영이 탄생되지 않았을까 싶다. 배우들이 맡은 인물에 대해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시청자분들은 모르고 스쳐지나갈 수 있지만 스스로가 다시 봤을 때는 발성이나 감정 표현들이 좀 더 풍부하고 탄탄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크다.

Q. 상대 배우였던 배우 김유정이 연기 경력으로는 선배지만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호흡을 맞출 때 인생 선배로서 이끌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유정이가 느꼈을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현장에 있을 때 서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습을 많이 하려고 애썼다. 대사도 주고 받아보고 어떠냐고 서로 질문도 해주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려고 했던 것 같다.

Q. 김유정씨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에서 다시 만난다면 자신은 상류층, 박보검씨는 구멍가게 아들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웃음)그렇게 재치발랄한 극본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해 볼 마음이 있다. 다시 한 번 구르미 그린 달빛을 함께했던 배우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오랜 시간 이영이라는 인물에 몰입한 만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영이라는 인물 자체에서 헤어 나오기는 한 것 같다. 하지만 이영을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기 때문에 오래오래 마음속에 잘 간직한 채로 잊고 싶지 않다.

   
▲ 배우 박보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Q. 드라마를 위해 거문고를 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본방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작가님들도 매우 아쉬워했다. 원래 거문고를 연주할 만한 장면이 있었는데 시간에 쫒기다보니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타이틀을 시작할 때 조금이나마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했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 배우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그것들이 나중에 내가 가진 재능이 되기 때문에 참 감사하다.

Q. 거문고 실력은 어느 정돈가.

‘나비야’, ‘비행기’, ‘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다(웃음). ‘나비야’와 ‘비행기’를 가장 많이 연습했는데 아직까지 보여드릴 기회가 없어 아쉽지만 한국의 전통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돼 참 좋았다.

Q. 국밥세끼 애드리브가 시청자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또 다른 유쾌하고 재밌는 애드리브가 있는지.

삼놈이를 들어 올려서 ‘손을 더 뻗어 보거라’라는 대사도 애드리브다. 놀라웠던 건 유정이가 그 애드리브를 ‘힘을 좀 더 써 보십쇼’라고 받아쳐서 ‘괜히 연기 선배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Q. 극 중에서 철릭, 곤룡포, 갓도포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상이 있다면.

전부 다 좋았다. 사실 그렇게 아름다운 한복을 입을 기회가 흔치 않은데 드라마를 통해서 마치 화보 촬영처럼 남을 수 있게 연출해주신 감독님과 아름다운 한복을 만들어주신 디자이너 분께도 감사하다. 나에게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애착이 가는 의상이다.

Q. 티저영상 속 '붐바스틱'이 화제를 모았다.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 처음에 티저영상을 찍자고 하셨을 때 영화 ‘검사외전’ 속 강동원 선배님의 영상을 시안으로 보여주셨다. 그 영상 보면서 집에서 많이 연습했다(웃음). 조금 쑥스럽기는 했는데 언제 또 세자복을 입고 한국 고궁에서 그런 춤을 춰보겠냐 싶었다. 많은 분들이 붐바스틱 영상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색다르기도 하고 감사했다.

Q. KBS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을 뮤지컬로도 기획 중이다. 뮤지컬 속 이영세자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드라마 속 이영으로 기억되고 싶다.

   
▲ 배우 박보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Q. 그동안 바쁜 촬영 스케줄로 숨 가쁘게 달려왔을 텐데 종영 이후 휴식은 좀 취했나.

필리핀 세부로 포상휴가 다녀왔다. 사실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곳은 바다 위와 바다 속이었다(웃음). 사실 필리핀 세부에서는 한 번도 활동한 적이 없었는데 현지인들이 저를 알아봐주시니 신기했다. 알고 보니 KBS World 채널을 통해서 ‘구르미 그린 달빛’과 뮤직뱅크를 시청하고 알아봐주신 거였다.

Q. 10대부터 40대까지 팬들의 연령대가 많이 넓어졌다. 인기는 실감 하는지.

참 신기하고 감사한 게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가끔씩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보단 가족분들 먼저 생각하라고 말씀드린다. 배우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즐겁게 일할 수 있고 그게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항상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힘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이다.  

Q. 평소 착한 올바른 이미지가 강하다.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본 적은 있는지.

있다. 있었을 것이다.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웃음). 굳이 사서 스트레스를 받으려고 하진 않는다.

Q. 최근에 한 가장 큰 일탈이 있다면.

세부에 포상휴가 갔을 때 동현이랑 현지 음식을 먹기 위해 가이드님을 뿌리치고 도망간 것이 가장 큰 일탈이다. 그 먼 곳까지 가서 한식을 먹기에는 너무 아쉬워 근처 현지 음식을 먹으러 간 것이 기억에 남는다.

Q. 착한 이미지 때문인지 먹보검, 흥보검, 감사봇, 보검복지부, 보검매직 등 예쁜 수식어들이 많이 따라 다닌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수식어는 무엇인지.

전부 마음에 든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스스로 흥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두 나에게 잘 맞는 수식어인 것 같다. 특히 보검매직은 나로 인해 누군가 감동받고 변화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어 참 좋다. 이런 아름다운 신조어를 만들어주신 데프콘 형에게 감사하다.

Q. 그런 이미지가 가끔은 답답하거나 부담스럽진 않은지.

24년 동안 항상 똑같이 살아왔기 때문에 불만사항이나 스트레스는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 배우 박보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Q. 일을 하다보면 힘든 순간이 있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가족들에게 전화를 많이 한다. 덥거나 힘들어서 지칠 때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면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잖아. 그토록 원하던 길인데 당연히 즐겁게 감사하며 일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신다. 그러고 나면 ‘그래, 나는 복 받은 거야. 내 꿈을 이룬 거잖아’하면서 즐거워진다.

Q. 24살이면 한창 사랑을 꿈꿀 나이다. 연애에 대한 생각은.

하고 싶다. 사실 드라마 안에서 라온이라는 인물과 연애를 한 것 같다. 대본만 보더라도 간질간질하고 설레는 장면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대본이 아닌 육성으로 듣고 표정과 몸짓, 눈빛이 오롯이 전해지니까 라온이라는 인물에 굉장히 설렜다. 나도 모르게 볼을 톡톡 만지게 되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

Q.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나면 다음주 중에 해외로 화보 촬영을 떠날 예정이다. 또 국내외 팬분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 차기작은 아직까지 예정된 것이 없다.

Q. 끝으로 박보검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작품을 함께한 스텝분들로부터 ‘나중에 박보검이란 배우랑 또 한 번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를 듣고 싶다. 나를 아껴주고 챙겨주는 스텝분들을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나 또한 다시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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