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신자리는 꼭 부탁하오만…
[칼럼] 공신자리는 꼭 부탁하오만…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1.02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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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아, 그리고 늦게 가담하긴 했지만, 공신 자리는 꼭 부탁하오만······.

위의 인용문은 영화, 『간신』에 등장하는 유자광이 중종반정의 순간에 반정 세력에 가담하면서 반정의 수장이었던 박원종에게 한 대사이다. 『간신』은 폭군(暴君)으로 평가되는 연산군이 여색(女色)을 탐하다가 중종반정으로 인해 왕위에서 쫓겨난 과정에서 등장하는 간신배와 충신들,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사람 등에 관한 이야기를 주된 내용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표적인 간신은 임사홍-임숭재 부자(父子)와 유자광이다. 영화 속에서 임사홍-임숭재는 연산군의 곁에서 연산군의 모든 것을 맞추고, 이것을 통해 권력을 유지했다. 유자광은 임사홍-임숭재 부자의 권세를 시기질투하며, 지난 칼럼에서 등장했던 장녹수와 연계하여 임사홍-임숭재 부자의 권세를 빼앗기 위한 암투를 벌인다. 이를 위해 유자광이 임사홍-임숭재 부자와 연산군을 향한 아부 경쟁을 벌인 것은 물론이다.

연산군과 장녹수의 눈에 들기 위해 아부했다면, 영화 속에서 유자광은 중종반정 직후에 숙청됐어야 된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유자광은 중종반정 직후에 극적으로 반정 세력에 가담한다. 그리고 이번 칼럼의 제목과 첫 머리에 인용한 대사를 읊조린다. 그렇다면 실제 유자광은 어땠을까?

우선 중종반정에 가담했는지 여부부터 살펴보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유자광은 중종반정에 가담했다. 심지어 김범은 그의 연구에 따르면 유자광이 중종반정에 “적극” 가담했다고 밝혔다. 유자광이 궁궐 문에서 군사를 거느리고 진을 쳤고, 그 공로로 정국1등 공신에 책봉됐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유자광은 연산군 때 과연 권세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이다. 역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유자광은 연산군이 즉위했던 12년간 그의 권세를 더욱 확대시켰다. 물론 여기에는 유자광이 연산군의 입맛에 맞는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과정이 있었다.

유자광의 연산군을 향한 아첨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그 유명한 ‘무오사화(戊午士禍)’이다. 『매일경제』의 박기종의 기고에 따르면, 무오사화는 그 전까지 권력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유자광이 권력을 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더군다나 무오사화가 왕이었던 연산군과 왕권의 견제를 담당했던 삼사(三司)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이것을 고려했을 때, 유자광이 무오사화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 김종직의 《조의제문》의 숨은 뜻, 즉 《조의제문》을 쓴 김종직이 이것을 통해 당시 왕이었던 세조를 비판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밝혀낸 것은 유자광의 권력욕과 연산군에 대한 아첨이 무오사화의 주요 원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오사화는 유자광을 역대 최고의 간신으로 평가되게 만드는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유자광이 간신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마 그의 처세술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자광은 세조 대를 시작으로,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 등 다섯 명이 왕위를 거치는 동안 정계에 있었던 권신(權臣)이었다. 그가 다섯 명의 왕을 모실 수 있었던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왕의 입맛에 맞는 처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왕을 모시는 동안 이시애의 난, 남이의 옥사, 무오사화, 중종반정 등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고, 유자광은 그 순간마다 항상 왕의 마음을 사로잡는 입장을 취했다. 이시애의 난은 세조의 중앙집권에 반기를 든 이시애가 일으킨 사건이었는데, 이 난의 진압에 앞장섰고, 남이의 옥사는 당시 신진세력이었던 남이 장군이 반란을 꾀한다고 무고하여 죽게 만든 사건이었다. 남이의 옥사에서 유자광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거기에 더하여 무오사화에서는 연산군의 입맛에 맞는 사화를 일으키더니, 중종반정에 가담하여 연산군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의 주변 세력이 충성스러운지, 아니면 간신배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행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권력이 바뀔 때마다 그 권력에 아부하고, 그 권력이 힘을 잃을 때 그 권력을 물어뜯거나, 이름을 자주 바꾸는 세력은 국가의 주권을 가진 국민을 언제 버릴지 모르는 간신배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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