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협력업체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는 공간 <사진제공=이마트민주노조>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이마트 협력업체 직원들이 벽과 문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탈의실을 남녀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범죄 악용과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이마트민주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연수점 내에는 협력업체의 주차요원 및 카트요원들이 이용하는 4평 남짓 되는 사무실 안에 직원들이 교대로 쉬는 탁자와 탈의실이 있다.

그런데 이 탈의실은 따로 분리돼 있지 않고 사무실 한편에 임시적으로 마련돼 있다. 탈의실을 이용하는 남성 직원들은 캐비닛들을 ‘ㄷ’자 형태로 배치해 그 안에 숨어서 탈의하고, 여성 직원들은 캐비닛 사이에 임의로 커튼을 설치해 이용하고 있다.

탈의실은 유니폼을 갈아입기 위해 하루에 최소 두 번 이상 이용해야 한다. 탈의실 이용 직원은 30여명이며 그 중 여성 직원은 7~10명 정도다.

   
▲ 여성 직원들이 임의로 설치해 놓은 커튼 <사진제공=이마트민주노조>

김주홍 이마트민주노조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인천시 을지로위원회 사무국장)은 “남녀공용탈의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인데, 벽이나 문이 없어 사무실과 제대로 분리가 되지 않는다”며 “교대로 쉬러 오는 직원들이 자칫 옷 갈아입는 모습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직원들을 위한 대형 탈의실이 이마트 내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개인사물함도 부족하고, 외진 곳에 사무실이 있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는 거리도 멀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5월 강남역 화장실 사건 발생 후 전국적으로 남녀공용시설을 없애는 추세인데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믿을 수 없다”며 “하루빨리 열악한 환경을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시민연대 김재영 인권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탈의실과 사무실의 분리가 모호해 키가 큰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목격할 수도 있고, 남녀공용시설이라 마음만 먹으면 탈의실 내에 쉽게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있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충분히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마트 관계자는 “자사 모든 점포 내에 여성과 남성을 위한 개별 탈의실이 마련돼 있고, 이마트에서 일하는 누구나 그 탈의실을 이용할 수 있다”며 “협력업체 사무실은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기에 그들이 임의로 탈의실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에서 주장하는 만큼 탈의실 이용 거리가 멀지도 않다”며 “이마트에서 마련한 공식탈의실을 이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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